‘지역’과 ‘지방’은 다르다. 사전적으로 지역은 하나의 독립된 일정한 구역을 뜻하는 반면, 지방은 서울 이의외 지역,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조직을 이르는 말이다. 즉,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지만, 대개 지역은 지방이라는 말로 사용돼 ‘서울의 변두리’ 쯤으로 여겨진다. 

지역을 지방으로 보는 순간, 동등한 차원에서의 논의가 어려워진다. 충남 당진 지역을 취재하는 지역언론 ‘당진시대’의 임아연 편집부국장은 지난 2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지역도 서울과 같이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서울에 집중돼 있는 정부 기관, 거대 권력과 마찬가지로 지역에서도 이들을 견제하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시켜나갈 지역언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여섯 번째 세션 ‘지역 저널리즘의 담대한 도전’에서 발제하고 있는 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국장.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24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여섯 번째 세션 ‘지역 저널리즘의 담대한 도전’에서 발제하고 있는 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중앙정부’라는 표현만큼 한국의 언론 구조도 중앙집권적이다. 전국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은 ‘중앙언론’이라고 표현하며, 신문을 구독하는 구독자도 전국지에 쏠려있다. 임 부국장은 “우리나라에선 전국지와 지역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비중이 9대 1 정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이 당진에 살고있으면서도 서울 소식만 접하게 되는 거다. 독일의 경우는 대부분 사람들이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지역신문을 구독한다.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가 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3년 국민주로 창간된 당진시대도 지역과 밀착해 다양한 지역사회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지역 단체들이 당진시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정황을 보도했고, 이후 당진시는 보조금 정산·관리제도를 강화시켰다. 2001년엔 ‘당진항’이라는 이름도 찾아왔다. 지금의 당진항은 본래 ‘평택항’으로 통칭되면서 모든 예산과 개발이 다 평택에 집중돼있었는데, 이를 당진시대가 처음으로 보도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 주간지로서는 처음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 차원의 입장을 들었고, 당진항으로 지정하겠단 약속을 받아냈다.

15년 간 지역의 한 사건을 파헤쳐 2000건이 넘는 기사를 쓴 사례도 있다. 충남 태안 지역을 취재하는 ‘태안신문’은 2007년 삼성중공업 태안바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15년 간 태안반도 환경의 치유과정과 피해민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취재해왔다. 특히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기금 운용을 명목으로 2016년 설립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 피해민들이 아닌 조합원들만을 위해 운영되는 문제를 치밀하게 지적해왔다. 임 부국장은 “언론에서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 이 사건을 두고 태안에선 아직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일하게 태안신문에서만 15년 동안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역 언론이 각자의 지역에서 사명감을 갖고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지역언론을 유지하기 위해선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당진시대의 수익은 대부분 지면 광고와 구독료, 그 외 출판과 연구 사업들에서 창출된다. 한국ABC협회가 2021년 집계한 전국 주간신문 유료부수 인증 결과에 따르면, 당진시대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유료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매년 80면 분량의 창간 기념호를 발간하는데, 약 500개 가량의 독자 광고로 채워진다. 동네 중국집, 작은 건축사 사무소, 당진 지역 요양원, 개인 인쇄소, 축산물공판장까지 광고를 넣는다. 독자 밀착 전략이 취재와 경영의 선순환으로 이뤄지고 있는 결과다. 

▲  2022년 11월21일 당진시대 창간기념호 24면 중 일부. 개인 독자들의 광고로 채워져 있다. 
▲  2022년 11월21일 당진시대 창간기념호 24면 중 일부. 개인 독자들의 광고로 채워져 있다. 

당진시대는 2015년 충남미디어그룹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대로 된 지역신문이 없던 서산 지역에 ‘서산시대’라는 건강한 지역신문을 창간했다. 2018년엔 당진시대가 30%를 출자해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운영하는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음협동조합에선 지역사회 역사를 기록하는 구술 채록 사업과 청소년, 다문화 여성, 노인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사업들. 사진=당진시대 제공.
▲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사업들. 사진=당진시대 제공.

임 부국장은 “한국에서는 흔히 지역신문이 전국지와 차별화된 뉴스 콘텐츠 없이 지자체에 기생해 광고비로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진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라면서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 곳곳 많은 지역신문들이 지역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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