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프레임 싸움에 능한 스핀닥터 본색을 드러내고 편향된 언론관으로 저널리즘 가치를 짓밟은 것으로 평가한다.

이 후보자는 스스로 스핀닥터임을 자처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실이 YTN 보도 리스트를 만들어 정권에 불리한 뉴스에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해 “이런 점도 협조 요청하는 것은 사실은 기본 직무”라면서 “스핀 닥터의 역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을 진영 싸움의 일환으로 해석해 사안을 비틀고 왜곡하는 스핀닥터 개념을 단순히 언론보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긍정적인 행위로 바꿔놓은 것이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입에서 스핀닥터라는 용어가 나온 건 방송통신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인데도 거리낌이 없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 후보자는 ‘VIP 전화격려 대상’ 문건과 관련 정부 우호적인 보도 작성자에 대통령이 직접 격려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직접 대통령에 바꿔줬다라고 답해 충격을 던졌다. 이 후보자 머릿 속에 언론은 정치 진영의 편을 갈라 싸우고 관리해야될 대상일 뿐이다. 그의 발언은 자신이 MB정부 최측근 핵심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언론 위에 군림했던 권력의 힘을 과시한 것이다.

우리 언론은 이런 발언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2009년 8월24일자로 작성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문건에 따르면 “기획기사 및 사설 보도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는 사유를 들어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은 대통령 격려 대상자가 됐다.

함께 적시된 문화일보 보도를 보면 <망루농성 사전 연습했다>는 1면 기사였는데 용산 철거민 투쟁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내용이다. 정부와의 물밑 접촉으로 기획 보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정황을 가리키고 있는데 문화일보 내부에선 아무런 말이 없다. 매우 모욕적인 일이라고 받아들여도 시원치 않을판인데 이동관 후보자는 ‘흔히 하는 일’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의혹 제기엔 책임 있는 답변이 아니라 교묘하게 상대방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도 스핀닥터 이 후보자의 특징이다. 통상적인 모니터링 일환이라며 ‘문제’ 보도의 조치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더니 민주당 워크샵 문건(고대영 KBS 사장 해임 판결에 인용된)에 대해선 “언론장악 보고서라고 한다면 이 정도는 돼야죠”라고 윽박질렀다.

2008년 KBS 사장에게 전화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아침방송 진행자를 교체했다는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에 대해선 “사실이 아닌 걸 전제로 말씀하는 것”이라며 “이병순 사장이 증언을 해야지 제보를 하면 다 사실이냐”고 했다.

이동관 후보자 배우자가 아들의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지각 사항을 삭제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대라”고 말했다. 의혹을 부인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신빙성을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 측을 역공해 의혹의 실체를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이라이트는 2008년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정부 인사의 명단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발표하기 전 이동관 대변인이 브리핑한 것을 두고 YTN 돌발영상이 이를 꼬집은 리포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난다”며 당시 YTN 청와대 출입기자가 기자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일을 언급했다. 사전 브리핑을 풍자적으로 지적한 것을 기자단 징계 문제를 끄집어와서 본질을 흐려버린 것이다.

농지법 위반의 보도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답도 비슷하다. 이 후보자는 “결국 기사는 나갔다”고 답했다. 외압 행사 사실이 중요한데 기사가 나갔으니 외압은 없었거나 통하지 않았다고 프레임 전환 기술을 구사한 것이다.

이동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검증을 통과했다며 웃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핀닥터 본색을 드러내면서 방송통신위원장 자격 없음을 재확인시켜줬다. 방송통신 독립성을 엄히 지켜야할 지위와 책임이 있는 자리에 스핀닥터 고용은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권이 끝내 이동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은 스핀닥터만의 책임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역대 언론장악의 끝은 파멸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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