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관여 의혹을 받는 인물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되고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까지 다수의 방송사들이 검증 보도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극적으로 검증에 나선 방송사 보도에 대해 후보 본인이 “흠집 내기”라 폄하하고 여당 의원이 “신상 털기”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언론도 일조한 셈이다.

미디어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전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7월28일부터 인사청문회 전날인 8월17일까지 약 3주간 지상파 3사(KBS·MBC·SBS), 종합편성채널 4사(TV조선·채널A·JTBC·MBN) 등 7개사의 저녁시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동관 후보를 다룬 보도(리포트·출연·대담 등) 70건을 살펴봤다.

▲2028년 8월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2028년 8월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이 후보를 다룬 보도 총량은 MBC가 29건으로 가장 많고 KBS 16건, TV조선 8건, SBS 6건, 채널A·MBN 4건, JTBC 3건 순이다. 7개 방송사 보도 총량 대비 MBC 보도량이 41.4%, MBC·KBS 두 공영방송 보도량이 64.2%에 달하는 수준이다.

각 방송사의 집중도 차이는 이 후보가 지명된 첫날부터 확연히 보였다. 7월28일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리포트(방통위원장 후보에 이동관 지명‥”국정과제 적임자”)부터 내리 6건을 이 후보 보도에 할애했다. 대통령실 인사 발표와 당사자 입장, 이에 대한 정치권 반응, 후보에 대한 방송장악 논란, 아들 학교폭력 무마 의혹, 대통령의 인사 배경 분석으로 이어진 흐름이다. KBS는 다섯 번째 리포트(방통위원장에 이동관 지명…“방송 국정과제 추진 적임자”)를 시작으로 아들 학교폭력, 방송장악, 정치권 공방 등 4건을 순차적으로 전했다.

반면 SBS는 9~10번째 순서로 <방통위원장 지명 이동관 "공정 미디어 생태계 복원"><"방송장악 의도…철회" vs "국민 방송 첫걸음"> 리포트를 배치했다. TV조선, 채널A도 두 건, JTBC와 MBN은 각 한 건의 리포트로 이 후보 지명을 전했다. 새로운 인사 발표와 정치권 반응을 붙이는 관행적 배치를 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나 분석은 이어가지 않았다.

▲2023년 7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KBS, MBC, SBS 메인뉴스 리포트(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2023년 7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KBS, MBC, SBS 메인뉴스 리포트(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2023년 7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TV조선, 채널A, MBN, JTBC 메인뉴스 리포트.
▲2023년 7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TV조선, 채널A, MBN, JTBC 메인뉴스 리포트.

이 후보 언론관을 대하는 방송사별 태도는 이른바 ‘공산당 기관지 발언’ 논란을 기점으로 조금 더 선명해졌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낸 1일, 이 후보가 기자들 앞에서 ‘언론장악 의혹’을 부인하며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언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장을 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관지, 영어로는 오건(organ)이라 한다”고 주장한 날이다.

대다수 방송사들은 이 후보가 비판적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라 칭했다는 야당 비판을 전했다. KBS(진영논리 전달은 언론 영역 이탈”…야당, 청문회로 철저 검증)와 MBN(이동관 "언론은 장악될 수도, 장악해서도 안돼"…정치권 연일 공방)은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SBS(이동관 "언론 자유엔 책임"…'공산당' 표현 두고 논란), 채널A(이동관 “공산당 신문·방송, 언론 아니다”), TV조선(이동관 "공산당 기관지 언론 아냐"…野 "뒤틀린 언론관”)도 형식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공산당 기관지' 발언에 대한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멘트(위)와,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일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공산당 기관지' 발언에 대한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멘트(위)와,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일부.

다만 TV조선의 신동욱 앵커는 이 후보의 ‘공산당 기관지 발언’을 “소신”으로 칭했다. 관련 리포트 앵커멘트에서 “이 정도면 소신은 분명히 밝힌 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정치적 공방과 언론개혁을 둘러싼 치열한 진영 싸움을 예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이다.

‘언론장악’이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설명한 방송사는 MBC가 유일했다. “대변인 시절엔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방송사 간부들의 정치 성향을 정리한 문건이나 지방선거방송 기획단 구성실태 문건 등을 주문한 것도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을 맡고 있을 때였다. 2017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수사팀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웠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고 부연한 대목이다.

곳곳에서 등장한 ‘언론장악’ 문건, 종편 뉴스에선 ‘실종’

이 후보를 둘러싼 ‘언론장악’ 의혹은 그가 대변인, 홍보수석일 때 청와대가 언론사나 그 구성원 성향을 분석하고 보도·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과거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국정원 문건’과 수사기록,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소유 빌딩을 압수수색하다 확보한 ‘영포빌딩 문건’(대통령 보고 문건), 이 밖에 대통령기록관 등을 통해 확인된 ‘청와대 문건’ 등이 있다. 이 후보는 국정원 문건에 대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본 적이 없다’, 청와대 문건에 대해 ‘언론보도로 존재를 알았다’거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종편 등 다수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선 이런 문건들의 존재와 논란 이유, 이 후보가 해명해야 할 의혹 등을 볼 수 없었다. TV조선, 채널A, MBN은 청문회가 있기까지 약 3주간 단 한 번도 관련 문건을 보도하지 않았고, JTBC는 17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청문회에서 방송장악 논란, 학교폭력 의혹 등이 거론될 거라 전했다. SBS의 경우 28일("방송장악 의도…철회" vs "국민 방송 첫걸음”), 15일('이동관 청문자료 부실' 공세…증인 채택 물 건너가), 17일(내일 이동관 후보자 청문회…언론 장악 · 학폭 의혹 쟁점) 리포트에서 이 후보가 방송장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정치권 반응과 한 데 묶어 보도하는 데 그쳤다.

▲2023년 8월14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8월14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8월14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2023년 8월14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반면 문제의 문건에 등장한 당사자이기도 한 두 공영방송사는 적극적인 보도에 나섰다. MBC는 14일 이동관 당시 대변인이 보고자로 적시된 대통령 대상 보고서 등 3건, 15일 정권을 지지한 언론사 간부를 전화격려 대상으로 보고한 문서 등 3건, 16일 국정원이 청와대 협조요청에 대해 종교계 인사 비위를 퍼뜨리고 청와대 대변인실이 총선에 개입하려 한 정황 2건 등 언론장악에 대한 이슈화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KBS는 14일 VIP 격려전화 대상 언론인 보고서 등 1건, 16일 청와대의 KBS 인사 개입 정황 등 2건 등을 메인뉴스에서 전했다.

이 후보가 비판 받는 또 다른 축인 ‘아들 학교폭력 무마 의혹’ 보도 역시 MBC에 이어 KBS 보도량이 많고, 나머지 방송사는 소극적이었다. 분석 기간 메인뉴스에서 학교폭력을 집중 보도한 사례는 MBC 5건, KBS 2건이다. SBS와 JTBC는 언론장악에 이어 학교폭력 의혹 역시 청문회를 전망하는 17일자 보도에서 한 줄가량 언급했다. 종편 3사 뉴스에선 학교폭력 의혹이 사라졌다.

이 후보 가족이 연관된 사안의 경우 KBS가 배우자의 증여세 및 ELS투자금 의혹 등 3건, MBC가 이 후보 부부의 자녀 보험금 대납 의혹 등 2건을 보도한 사례를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었다.

▲2023년 7월30일 YTN 보도 갈무리
▲2023년 7월30일 YTN 보도 갈무리

이 후보의 가족, 재산 관련 보도는 YTN에서 두드러졌다. 아들 학교폭력 의혹에 대한 지난달 28일 <[단독] 김승유 "이동관, 아들 시험 이후로 전학 미뤄달라"…이사장에 부탁 논란>, 배우자가 과거 인사청탁 시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난달 30일 <[단독] "이력서 받아" vs "기억 없어"…판결문과 다른 이동관 해명> 등이다. 재산에 대해선 지난 2일 <[단독] 이동관 후보자 재산 51억 원 신고…靑 홍보수석 때의 3배>, <[단독] 이동관 재산 51억 신고…강남 재건축 '똘똘한 두 채’> 등 단독 보도들이 나왔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7일(오후 3시40분)까지 YTN의 ‘이동관’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193건, 네이버로 노출된 기사 기준 195건이었다. 보도전문채널이라는 특성 상 관련 인물들의 발언 중계, 중복된 내용 보도 등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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