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명 후 11일 간 8건의 언론보도 ‘반박’ 입장문을 냈다. 의혹 제기에 입장을 밝힐 필요는 있지만 문제는 언론을 향한 법적대응 등 압박성 발언을 함께 담는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반박’을 전한 보도가 ‘의혹제기’ 보도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동관 후보자는 정작 기자들의 질문에는 “청문회 때 밝히겠다”며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이동관 후보자가 지명된 7월28일부터 8월7일까지 △후보자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 보도 입장자료 △YTN 강남 재건축 보도 관련 후보자 입장자료 △쪼개기 증여 등 보도 설명자료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발언에 대한 후보자 입장자료 △배당금, 무직 자녀 관련 보도참고자료 △배우자 명의대출 증여세 납부 관련 보도참고자료 △금융실명법 위반 증여세 탈루 의혹 보도참고자료 △배우자 ELS 투자재원 증여 의혹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 7월28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7월28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입장문은 모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는 내용이다.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고, 강남 아파트 재건축은 ‘투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내와 자녀 등 증여 관련 의혹들에 대해선 증여세 납부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2017년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후보자 내정 이후 임명 때까지 4건의 해명자료를 냈다. 2019년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과기록 비공개 관련 해명자료 1건을 냈다. 이동관 후보자보다 긴 기간 동안 반박 입장을 적게 냈다.

이동관 후보자는 적극 반박하면서 언론 압박성 발언을 계속 담는다는 점도 다른 방통위원장 후보자들과 차이가 있다. 아내 청탁 의혹에 7월30일 이동관 후보자는 “근거 없는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며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 등 가용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아파트 ‘지분 쪼개기’ 등 증여 의혹에 관해선 “정확한 사실 취재도 하지 않고 마치 투기꾼들의 상투적인 수법인 양 익명의 코멘트를 동원하여 왜곡보도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지난 6일에는 금융실명법 위반, 증여세 탈루 의혹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작성한 언론사찰 문건을 봤다고 발언하자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야권과 일부 언론이 저를 흠집내기 위해 무책임한 의혹을 증폭시키다 못해 이제는 이런 치졸한 공작”을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원장을 향해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더라면 5대에 걸쳐 영화를 누린 유자광을 뛰어넘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비꼬는 표현을 담았다.

의혹 제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거나, 보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강한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YTN은 재산 신고 내역을 전하며 이 후보자 가족 소유 아파트가 ‘똘똘한 두채’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2일 입장을 내고 “투기 목적으로 ‘두 채’나 보유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보도에는 ‘투기’를 단정하는 표현은 없다. 이동관 후보자는 아내 명의의 대출 및 증여세 미납의 경우 보도가 나오기 이전에 “문의가 있어 알려드린다”며 반박 입장을 냈다.

이동관 후보자가 입장문을 적극적으로 내면서 ‘의혹제기’ 보도가 반박 입장을 전한 보도에 압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배우자 ‘지분 쪼개기’ 의혹의 경우 한겨레, 경향신문, KBS가 의혹을 제기했는데, “주민들끼리 의기투합해 아내가 참여하기로 했고, 1% 이상의 지분이 팔요하다고 해서 최소한으로 증여한 것”이라는 후보자 반론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보도는 22건에 달했다. KBS가 제기한 이동관 후보자 부인 ELS 파생금융상품 투자금 증여세 탈루 의혹의 경우 이동관 후보자의 입장을 주요하게 다룬 기사는 13건에 달했다.

▲ 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기자들이 따라오자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 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기자들이 따라오자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후보자는 정작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에는 침묵하는 등 ‘선별적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출근길에서 ‘이명박 정부 때 언론에 영향 줄 수 있는 자리에 계셨다.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자유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청문회 때 제 입장을 정확히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동관 후보자에게 “언론보도에 8번이나 입장을 내고 왜곡보도라고 비판하고 법적 대응 강조했는데 압박이 될 수 있지 않나”라고 질문했으나 이동관 후보자는 답하지 않았다.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4일 출근길에서도 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장 해임 절차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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