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합뉴스
▲법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국가 시스템의 설계는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내란재판부 추진에 힘을 실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지난 12일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이 사법부에 힘을 실으며 여권 견제에 나선 가운데 대다수 언론에서도 여권의 내란재판부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를 가리켜 “손 목사 탄압은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손 목사 구속을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개신교 세력과 연대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지난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 15일자 한겨레 만평
▲ 15일자 한겨레 만평

내란재판부 설치 “초거대권력 우려” vs “사법부 자업자득”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근거를 갖고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면 어떻겠냐는 게 지금 국회 논의”라며 “별도 법원을 설치하자는 것도 아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전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지식재산전문재판부를 설치하고 2019년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경력대등부로 전환해 지식재산 관련 사건이 전담 재판부에서 처리되도록 한 전례가 있다”고 했다.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날 사법부를 압박하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인식이 북한과 중국 수준”이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상황이 여기까지 온 건 사법부 스스로 권력 앞에 누웠기 때문”이라며 “결국 멈춰 선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15일 사설 <법원 배제한 사법개혁, 어떻게 ‘재판 독립’ 가능하겠나>에서 여권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법안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례없는 일방적 과속 행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며 “역대로 국회가 키를 쥔 사법개혁 관련 논의에서 사법부가 아예 배제된 사례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배제한 채 여당이 단독으로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어떻게 ‘사법 독립’을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의 인식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며 “이러니 입법·행정에 이어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초거대 권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법부를 참여시키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밟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내란공범” “자업자득”…與 사법부 압박 지나치다>에서 “사법부에 대한 여권의 과도한 공세는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국민의힘 비판에 대해 ‘삼권분립을 부정한다’고 공격했던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법원에 대한 압박의 성격을 넘어 위헌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사설
▲ 15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사법부 비판에 힘을 실었다. 사설 <조희대 사법부, 사법 불신 맹성하고 사법개혁 논의 임해야>에서 “사법개혁 논의가 과거와 달리 사법부가 배제된 채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신뢰를 잃은 사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며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시도 논란이 국민적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리 크고, 사법부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면 법원장들은 먼저 자성부터 하고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고 본다”며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병행하지 않는 사법 독립은 ‘법의 지배’가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법복귀족들의 지배, 곧 ‘사법부의 지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시각이고 그것이 작금의 사법개혁을 추동하는 주된 문제의식이라는 걸 법원장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힘, 극우 개신교 손잡기

국민의힘 지도부가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극우세력과 손을 잡는 행보를 보이자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의힘 극우 연대 기웃, 보수의 미래가 안 보인다>에서 “이런 움직임은 보수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라며 “더 늦기 전에 돌이키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극우로는 보수를 다시 일으킬 수 없고 오히려 보수의 가치를 소멸시킬 뿐”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균형 감각은 보수의 자기 혁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기사
▲ 15일자 경향신문 기사

보수 언론에서는 여야 지도부를 함께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야 지도부 눈엔 강성 지지층만 보이나>에서 내란재판부를 추진하는 여당 지도부와 손현보 목사를 두둔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여야 강경 대치는 불과 1주일 전 이 대통령이 마련한 지도부 회동에서 악수하던 장면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며 “양쪽 모두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 결과다. 상식을 지닌 국민은 안중에 없고 강성 지지층만 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해 조선일보는 정치면 <개딸의, 개딸에 의한, 개딸을 위한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민주당원 500만명 중 1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개딸(개혁의딸, 강성 지지층을 가리키는 말)이 노사모나 문빠보다 당 장악력이 강해졌다며 “지지자들이 정치인 위에 군림하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선일보에 “강성 지지자들은 더 이상 자신을 몸통을 흔드는 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후계자’라는 정통성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유산까지 없으니 그 양상이 더 심하다”고 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기사
▲ 15일자 조선일보 기사

여당 추진 ‘방미통위’법의 아쉬운 점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규제기구 개혁법안을 보면,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있던 유료방송과 채널사용 사업자 인허가 권한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로 가져왔다. 또한 기존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름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로 바꾸고 위원장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방미통위법’안, 막바지 수정 필요한 것들>에서 “법안을 보면 ‘방송미디어와 통신’에 관한 규제 등을 하는 곳이라고 돼 있지만 방송미디어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없다”며 “방송법의 방송과 다른 것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가? 기존 방통위법에 나타난 ‘방송’이란 말에 방송미디어를 대체해 새 법안을 만든 것으로 보아 방송미디어는 방송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굳이 ‘미디어’를 붙인 긴 이름으로 모두가 불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미디어통신위원회’를 제안했다. 

위원장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교수는 “이 위원회는 이견 검토를 위해 중요 업무를 합의제로 하지만 그 외 모든 업무는 위원장이 일반 장관처럼 홀로 결정하는 독임제”라며 “정부 서비스가 대통령과 동떨어져 수행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현 위원장처럼 정부 기관장이 행정부 수반에 등을 지고 자기 정치를 하는 극단적인 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방미통신심의위 위원장을 현재와 달리 공무원 신분으로 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교수는 “내용심의 기구를 정부 기구화하는 전도된 방향”이라며 “이렇게 한다고 지난 윤석열 정권 류희림 위원장 같은 사람을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다수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라며 “현재의 정파적 선임 방식을 고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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