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가 쿠팡 임직원의 비리 의혹을 다룬 기사를 3시간 만에 삭제했다. 뉴스1 측은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뉴스1은 지난달 10일 기사 <쿠팡 임직원, 하청업체에 “벤츠 사달라”…배송구역 두고 뇌물·특혜 의혹>에서 쿠팡 임직원의 뇌물·특혜 의혹을 보도했다. 쿠팡 CFS(물류)와 CLS(배송)의 임직원이 하청 배송업체에 뇌물과 향응을 받고 배송지역을 배정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이다.
뉴스1은 쿠팡 CLS가 배송구역 입찰공고를 내고 전국을 수백 개의 배송구역으로 나눠 자체평가 기준에 따라 하청을 결정하는데, 한 하청업체가 설립 수개월 만에 쿠팡으로부터 최소 12곳의 배송구역을 배정받았고 이 과정에서 쿠팡 CFS 임직원 A씨에게 뇌물 등이 제공됐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A씨가 하청업체 소속 B씨, C씨로부터 금전과 향응을 제공받고 쿠팡CLS 임직원 D씨의 도움을 받아 배송업체에 배송구역을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뉴스1은 C씨가 해당 의혹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C씨는 뉴스1에 “이 하청업체가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쿠팡에서 최소 12곳의 지역을 배정받아 운영하며, 월평균 1200만~1500만 원의 수수료 수익을 내고 있다”며 “배송지역 배정 도움을 준 A씨에게 매달 수수료의 25%를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또 “1년 가량 1000만 원 이상의 술 접대와 선물 등을 제공했으며 벤츠를 사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며 이들이 사용한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엔 관계자들의 청탁과 특혜, 쿠팡 내부 정보 전달 정황이 드러난 구체적인 메신저 내용이 포함됐다. B씨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카카오톡 등의 내용은 모두 조작됐다”고 주장했고, 쿠팡 본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 자체 감사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A씨와 B씨가 제보자 C씨에게 전화해 언론 제보한 내용들에 대해 “대화 내용을 조작했다고 기자에게 말하라”며 회유하려 한 녹음파일이 있다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당일 약 3시간 후 삭제됐다. 김기성 뉴스1 편집국장은 지난달 29일 삭제 이유에 대해 미디어오늘에 “사실관계 논란이 있어서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으나 어떤 사실관계에 논란이 있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뉴스1 내부에선 사실관계 논란이 아닌 다른 사내 사정으로 삭제했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상세히 보도한 뉴스타파 기사는 삭제 안돼
쿠팡 임직원을 둘러싼 비리는 앞서 탐사저널리즘 매체 뉴스타파가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28일부터 8월4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해당 하청업체가 쿠팡의 수도권 지역 대리점인 ‘한길로지스틱스’(이하 한길)임을 밝혔고, 역시 C씨의 제보를 통해 한길 대표 B씨의 통화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공개했다. 뉴스타파의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후속보도를 통해 A씨와 B씨가 함께 언론사를 사칭한 정황도 보도했다. A씨가 CLS 측에 한길의 배송구역 수주를 청탁하면서 한길을 뉴스1과 같은 머니투데이그룹 계열사인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 관련 업체로 소개했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는 “쿠팡 배송 계열사인 CLS가 대리점을 ‘언론사 연관 업체’로 소개받고 이후 배송구역을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길 대표 B씨가 CLS 임원을 상대로 고급 양주와 함께 ‘성접대’에 필요한 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통화 녹음 파일도 입수해 보도했다.
B씨는 뉴스타파에도 역시 “카카오톡 대화는 모두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도 “대화 내용은 모두 B씨가 조작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가 제보자를 상대로 ‘기자에게 대화가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라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대목도 같다. CLS 직원 D씨과 CLS 임원 역시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쿠팡 측은 애초 내부 감사 진행 결과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했으나, 뉴스타파는 자사 보도 후 재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감사의 대상, 절차,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쿠팡 측에 뉴스1 측과 어떤 내용의 소통이 있었는지, 기사 정정 혹은 삭제 요구가 있었는지 물었지만 2일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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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그간 공익적 보도를 소송으로 입막음하는 ‘전략적 봉쇄’ 대응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쿠팡CLS는 지난해 쿠팡CLS 시흥캠프에서 일했던 노동자 김명규 씨의 유가족을 인터뷰한 내용과 취재진이 직접 제주 ‘서브허브’에 잠입해 쿠팡의 노동환경을 취재한 내용이 담긴 뉴스타파 기사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쿠팡과의 소송 과정을 보도하며 “보도에 앞서 반론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쿠팡은 적극적 해명보다 대응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며 “언론의 취재와 질문은 무시하면서 막상 보도가 나오니 소송부터 거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쿠팡 측은 같은 해 재취업 ‘블랙리스트’ 운영 사실을 보도한 MBC 기자 4명을 형사고소했고, 민중의소리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 오마이뉴스엔 내용증명을 보냈다. 2023년엔 한겨레를 상대로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쿠팡이 이들 언론을 상대로 삭제·정정 청구한 보도 주제는 △노동자 과로사 △퀵플렉스 ‘고중량 무조건 배송’ 등 노동 실태 △블랙리스트 운영 △납품단가 후려치기 의혹 등 다양하다. 이들 언론사는 모두 취재 과정에서 쿠팡 입장을 물었으나, 기사를 내보낸 뒤 쿠팡 측으로부터 동시다발적 민·형사 대응 등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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