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진, 윤성옥, 옥시찬 위원.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마치고 입장 발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진, 윤성옥, 옥시찬 위원.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해촉된 김유진 위원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다. 법원은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문제가 단순한 의혹 제기로 보이지 않고 의혹이 사실일 경우 방심위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김 위원의 문제제기가 정당하다고 봤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김유진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지난달 24일 낸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27일 인용했다. 사건을 대리한 박용범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집행정지 신청 당시 미디어오늘에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에 진상규명을 (김 위원이) 주장하자 이를 막고자 무리한 사유를 내세워 해촉한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유진 위원은 지난달 3일 여권 추천 위원 4인의 불참으로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안건이 올라온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의 안건을 공개했다. 지난달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선 류희림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해야될 것 같다”며 “청부민원 의혹을 받고 있는 위원장님은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심의에 참여해서도 안 되고 여기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두 사건이 위원 해촉의 근거가 됐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지난달 12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비밀유지의무 위반, 회의진행 방해 등으로 김유진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를 의결했다. 지난달 9일 방송소위에서 류 위원장에 욕설한 옥시찬 위원의 해촉 건의도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이 지난 지난달 17일 두 위원에 대한 해촉을 재가했다.

▲김유진 방심위원. ⓒ미디어오늘
▲김유진 방심위원. ⓒ미디어오늘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김유진 위원의 행동이 해촉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청인(김유진 위원)이 회의 안건을 배포하기 전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내용이 이미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의혹 관련 안건이 회의에 올라온다는 점도 이미 공개됐으며 △(김유진 위원이) 공개한 안건이 개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다거나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법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또한 소명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판시했다. 김유진 위원이 이를 언급하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청부민원 의혹이 다수 언론의 취재 결과에 기초한 것이라 단순한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보이지 않고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해 심의를 회피하지 않고 참여한 것이 방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했다.

사건을 대리한 정민영 변호사는 통화에서 “해촉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게 법원 결정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인위적인 방심위 구성을 만드려는 시도를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미디어오늘에 “가처분을 인용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위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방심위를 검열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정치심의, 표적심의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맞서겠다”고 밝혔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추천 위원을 잇따라 해촉한 윤석열 대통령이 여권 추천 위원만 선별적으로 임명해 현재 방심위는 여야 6대1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김유진 위원이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여야 6대2 구조가 된다. 지난해 국회의장 몫으로 추천된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야권 추천)는 임명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윤 대통령, 방통위 최민희에 이어 방심위원 임명도 미룰까]

방심위는 관행상 여야 6대3 구조로 운영돼왔다. 대통령 추천 3인, 국회(과방위)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이 기본이며, 국회의장 추천 몫 3인 중 2인은 관행으로 각각 여야 원내대표 협의를 통해 추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임명한 문재완·이정옥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이다. 김유진 위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 추천 몫이므로 정상적인 구조라면 문재완·이정옥 위원 중 1명이 직을 내려놔야 한다.

지난해 9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가 인용됐을 때는 보궐로 이사장에 임명됐던 김성근 이사의 직무가 정지됐다. 이번에도 향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등을 통해 김유진 위원 후임 인사가 위법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문재완·이정옥 위원 중 1명의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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