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가 1심에서 인정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높다”면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처럼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김 여사 금품 수수 의혹에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제공한 최(재영) 목사 말씀에 따르면 선물을 주고 나오니 또 다른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는데, 단순히 일회성 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김건희씨 남편은 윤석열 대통령이기 때문에 (금품 수수 행위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뇌물과 김영란법 위반에 걸린다. 판례를 보면 대통령 직무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라며 “대통령은 재임 기간 소추할 수 없지만 김씨는 공직자가 아니라 사인이다. 법률적으로는 지금 당장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고 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사진=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사진=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가 공개한 몰카 영상엔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영상은 통일 운동을 해온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촬영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브랜드 ‘디올’의 파우치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구매해 최 목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가 함정을 파고 몰카를 기획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언론사가 하는 함정 취재는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라며 “영국 같은 경우 함정 취재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두 명이 돈 받을 의사가 있는 걸 확인했고 실제 보도가 이뤄져 피파가 이들의 투표권을 박탈한 사건이 있다”며 “관련 내용은 영국 BBC가 보도했다. 취재 기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예컨대 김건희씨 개인 사생활을 불필요하게 파기 위한 목적이라면 불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 부인이 선물을 받는다는 걸 밝히는 건 공익성이 있다. 취재 목적이 합법적이라 보이고, 이를 취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몰카를 가져갔던 것이다. 취재 목적과 수단 두 측면을 생각하면, 내가 아는 OECD 기준으로 함정 취재가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실엔 이런 문제를 관리하는 비서관이 있다. (김건희씨가 대통령실에) 관련 신고를 언제했는지, 받자마자 바로 했는지 기록 서류가 있지 않겠느냐”며 “국회 운영위가 해당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선물을) 받지 않았어야 했고, 받고 난 뒤에는 다음날이라도 바로 반환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내 딸이 대학원 다닐 때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나를 뇌물 및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 사건 같은 경우 본인이 직접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2019년 말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등 1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정 전 교수 만기 출소일은 내년 8월이었으나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딸 조민씨의 첫 재판은 오는 8일이다. 

조 전 장관은 ‘조국 신당을 만드느냐’는 김어준씨 질문에 “평생 학자를 소명으로 알고 살았는데 학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정권에 아부하면서 살 수는 없다. 침묵할 수 없지 않느냐. 조용히 웅크리고 골방에 처박혀서 살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5·18 정신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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