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영상을 놓고 조선일보가 “유사언론의 불법적 방식 취재”라며 “우리 사회가 분명하게 선을 긋고 그들에게 준 취재의 특권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의 칼럼을 냈다.

▲ 2일자 조선일보 논설실장 칼럼.
▲ 2일자 조선일보 논설실장 칼럼.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2일 <이른바 ‘응징 언론’의 몰카 함정 취재> 칼럼을 내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공개했던 ‘서울의소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이 아닌 ‘깡패’라는 표현도 나왔다.

박 실장은 “언론임을 주장하는 매체가 불법적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되느냐는 것이다. 몰카 촬영은 재미 목사가 했지만 뒤에서 이를 세팅한 것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라며 “이 매체 기자가 초소형 카메라와 명품 가방·화장품을 구입했고, 목사가 이것을 들고 김 여사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제보받아 보도한 게 아니라 매체가 목사를 내세워 함정을 파고 몰카를 기획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더 구조적이고 위험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건희 리스크’는 한 정권이 성공하느냐 망하느냐의 문제지만, 유사 언론의 폭주는 우리가 어렵게 구축한 민주주의 룰을 깨트리는 국가적 이슈”라고 했다.

박 실장은 “동의 없이 남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법”이라며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만 예외다. 비위생 음식점이나 마약 현장 잠입 취재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해당 식당이 불결하다는 정보가 있거나 특정 업소에서 마약이 거래된다는 제보를 확보하는 등 공익적 요건이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자는 뉴스의 당사자가 아니다. 제3자 입장에서 현상을 기록하는 관찰자이지 사건에 끼어들어 사실을 창조해 내는 것은 언론의 영역이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서울의소리’는 기획자이자 설계자 역할을 했다”며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의 ‘인사 청탁’ 혐의가 있어 함정 취재를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이 매체의 몰카 영상엔 인사 청탁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인사 청탁을 취재하겠다면서 명품을 미끼로 다른 함정을 팠다. 함정 아니면 없었을 사실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소리가 ‘언론’이 아니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서울의소리’는 스스로를 ‘응징 언론’이라고 지칭한다. 그릇된 것을 응징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은 벌 주는 존재가 아니다. 마음대로 선악을 가르고 자의적으로 선별한 악에 징벌을 가한다면 그것은 깡패 집단일 뿐이다. ‘응징 언론’이란 말 자체가 논리 모순이다. 언론은 관찰하고 전달할 뿐 응징해선 안 되는 존재”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더탐사’, ‘뉴스타파’ 등 다른 매체도 거론했다. 박정훈 실장은 “편향성으로 악명 높은 또 다른 매체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등이 심야 파티를 열었다는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보도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한 장관을 미행하고 자택에 침입하는가 하면 핼러윈 희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하는 등의 비윤리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천안함 음모론에 앞장섰던 다른 매체는 ‘윤석열 검사가 대장동 사건을 무마했다’는 가짜 대화록을 작년 대선 사흘 전에 유포하기도 했다”고 했다.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아울러 “이들에게도 똑같이 언론 자유를 인정해준다면 조폭에게 흉기를 쥐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언론임을 주장하지만 언론으로 볼 수 없는 유사 매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분명하게 선을 긋고 그들에게 준 취재의 특권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 논란이 발생하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문제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대통령 부인이 검증되지 않은 속칭 ‘듣보잡’ 인물과 연락을 취하고, 사적 공간에서 만나 명품을 건네받았다는 사실 자체만로도 쇼킹하다. 그동안 김 여사에게 쏟아진 공격은 가짜와 음해성이 많았지만, 김 여사 자신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수를 자초한 것도 적지 않다”고 했다.

박 실장은 “시중엔 대통령 주변 누구도 김 여사 문제를 직언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보도가 나온 뒤 5일이 넘도록 대통령실이 아무 입장을 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리스크를 정밀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은 크게 타격 입을 수 있다. 몰카 보도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부터 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김건희 300만원 명품백 수수 영상 파장…몰카 ‘함정’ 취재엔 갑론을박]

MBC 기자 출신인 장인수 기자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 ‘서울의소리’ 등을 통해 김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 담긴 장면은 통일운동을 해온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으로 최 목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준비한 디올 파우치를 김 여사에게 건넸고 김 여사는 “이걸 자꾸 왜 사오느냐”, “자꾸 이런 거 안해. 정말 하지 마세요. 이제”, “이렇게 비싼 걸 절대 사오지 말라”면서도 선물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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