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령 의혹을 제기한 서울의소리 등의 보도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일제히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소상히 밝히고 국민들께 사과하라며 공세를 높였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이번 취재 방식이 함정취재를 넘어 공작 수준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연 정책조정회의 말미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보도를 두고 “국민의힘 관계자나 보수적 패널들이 종편 등에 나와서 독수독과론을 이야기한다”며 “함정수사를 했기 때문에, 독수독과론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소개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런데 백번 양보해서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은 법리적 문제니까 따져볼 문제겠지만 저는 최소한 대통령의 영부인으로서 정치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께 소상히 명품백과 관련된 문제를 밝히고 사실이 아니면 아니다, 사실이면 어디까지 사실이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면 국민들께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반인이 아니라 영부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정책조정회의 말미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정치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 영상 갈무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정책조정회의 말미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정치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 영상 갈무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회의자리에서 자신이 이틀 전 김건희 여사 명품백 관련 질문을 던진 사실을 들어 “왜 던졌느냐면 운영위 간사로서 피감기관으로 대통령실을 두고 있어 당연히 물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도 없고 아무런 답변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외부인들이 그냥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란 이야기들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과정이 어찌 됐든 해명을 하고 답변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 무시가 도를 넘었고,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해명을 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동문서답하지 말고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의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최근 대통령실 인사가 언론에 북한 개입설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북한개입설을 내 놓을 정도로 최 목사가 문제 인사였다면, 김건희 여사는 왜 만났는지, 명품 가방 선물을 가져오도록 왜 방치했는지 의혹만 깊어진다”며 “대통령실의 영부인 경호 관리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는 최 목사를 만난 목적이 무엇이고, 영상에 나온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아 소장하고 있는지 아니면 돌려주었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해 대통령실 대응을 두고 동문서답 말고 묻는 말에 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해 대통령실 대응을 두고 동문서답 말고 묻는 말에 답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경향신문은 30일자 5면 기사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사흘째 침묵한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또 다른 관계자가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또 다른 관계자가 최 목사의 여러 차례 북한 방문 이력을 들어 “서울의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 “(선물 구입을 위해) 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이 관계자가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건 함정 취재 문제와 별개로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최 목사가 김 여사) 아버지를 얘기하면서 선물을 주는데 안 받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대통령실 홍보수석, 대변인, 대외협력비서관 등에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명품백 수령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어떤 견해인지를 질의했으나 30일 저녁 7시 현재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최소한 대통령의 영부인으로서 정치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홍익표 원내대표의 견해를 어떻게 보는지 ‘실제로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는지’, ‘서울의소리 등과 최 목사의 명품백 전달과정과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역시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김건희 명품백 취재 보도 과정에 대한 언론계의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인수 전 기자가 함정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가 함정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세계적으로) 함정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건희 명품백 함정취재 문제를 두고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취재한 다른 함정취재 케이스와 달리 김건희 케이스는 문제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취재)접근이 아닌 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건희 명품백 함정취재 문제를 두고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취재한 다른 함정취재 케이스와 달리 김건희 케이스는 문제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취재)접근이 아닌 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시선집중 영상 갈무리

김 평론가는 ‘함정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를 두고 “경찰과 언론이 마약과 디지털성착취물 유포 행위를 취재하거나 공직자 비위행위를 취재할 때의 경우가 해당될 수 있겠지만, 이 두 사건과 비교할 수 있을까. 전혀 다르다”며 “마약구매자를 가장하는 경우나 몰카 기법을 동원하는 경우는 모두 수사나 취재 이전에, ‘마약판매·비위행위’가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재하기 전에 비위행위가 이미 발생한 사건을 취재할 때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김 평론가는 “두 건은 이미 있었던 일에 접근하는 방법이지만 김건희 여사 건은 이미 있었던 일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만드는 방법”이라며 “그래서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접근이지만, 하나는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지난 2020년 초 <시선집중>에서 장인수 전 기자를 초대해 그가 취재·보도한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전할 때 주목한 이유를 두고 “채널A 기자의 취재방식이 언론윤리에 어긋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장인수 기자도 당시 그 점을 강조했다”며 “<시선집중>이 가졌던 문제의식은 김건희 여사 건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함정이어도 명품 받은 것 안되는 것 아니냐’는 청취자 반문에 김 평론가는 ‘독수독과론’(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을 들어 “함정취재 때문에 벌어진 행위가 부당하다고 해서 그 행위만 따로 떼어서 평가하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평론가는 “취재 형식과 내용은 분리될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와 전화연결에서 “이건 기획적으로 접근된 정치공작인 것 같다”며 “불법적인 취재일 뿐만이 아니라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계속 찾아오면서 결국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정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선물을 받은 것 자체에 대해 장 최고위원은 “대통령 부부를 향한 여러 선물들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관리하고 이후에는 대통령 기록관으로 넘어간다는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한 절차와 무관하게 이런 식의 정치공작을 자꾸 펼치고 특정인을 대상으로 스토킹에 가까운 이런 취재를 한다는 건 정말 취재 윤리 차원에서도 법적인 차원에서도 용서하면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위반이고 대가성 있는 뇌물인지 여부도 조사해야 된다’는 민주당 반론을 두고 장 최고위원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도 공당이라면 이런 식의 정치공작과 음모성 취재에 대해서는 아무리 여야가 따로 있더라도 선을 그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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