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300만 원의 명품 가방(파우치)을 받는 몰래카메라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영상을 통해 대통령실의 배우자 경호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몰래 촬영한 영상에 비판도 나온다.

MBC 기자 출신인 장인수 기자는 지난 27일과 28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 ‘서울의소리’ 등을 통해 김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보도했다.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영상에 담긴 장면은 통일운동을 해온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한 모습이다. 이 시기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가 미비한 때라 윤 대통령은 거주지인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영상을 보면, 대통령실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은 최 목사 신분을 확인한 뒤 보안 검색을 진행했고 최 목사는 이 과정을 무리 없이 거치고 김 여사를 마주했다.

최 목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준비한 디올 파우치를 김 여사에게 건넸고 김 여사는 “이걸 자꾸 왜 사오느냐”, “자꾸 이런 거 안해. 정말 하지 마세요. 이제”, “이렇게 비싼 걸 절대 사오지 말라”면서도 선물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영상에 따르면, 최 목사는 남북을 오가며 통일운동을 해온 인물로 지난해 1월 카카오톡으로 김 여사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반북 공약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는 통일 문제에 관해 조언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김 여사와 친분을 쌓았다. 

장 기자는 최 목사가 지난해 6월에도 윤 대통령 당선 축하를 위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김 여사에게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장 기자는 최 목사와 공모한 제3의 인물이 있다며 후속 보도를 예고한 상태다. 제3의 인물이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역할 등을 했다는 것.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가운데 김 여사에게 전할 명품 디올 파우치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가운데 김 여사에게 전할 명품 디올 파우치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여사는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는지 책임 있게 해명하라”며 “대통령실 입장은 무엇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유튜브 채널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김영란법 위반이다. 따라서 대가성 있는 뇌물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명품 가방을 선물한 최씨와 면담한 이유는 무엇이고, 부적절한 청탁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어제 한 매체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김건희씨가 명품백을 선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진짜 디올 가방을 받았느냐. 받았다면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가. 가방을 선물한 최 목사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관계인가. 무슨 이유로 면담을 했는가. 이런 부분을 대통령실 측에서 답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도 윤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장 기자에 따르면, 공개된 몰래카메라 영상은 최 목사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디올 파우치 구매 과정 등도 영상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김 여사의 금품수수를 겨냥한 공작으로도 보인다.

보수 성향인 MBC 노동조합(3노조)은 “제3의 인물이 명품을 구매하고 선물을 구매하여 그 과정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기록한 다음 전달자인 최 목사를 활용해 김 여사 반응을 관찰한 행위는 당사자 간의 녹취를 허용하는 우리 법규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그런 녹취는 일반적으로 위법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 MBC 기자 출신 장인수 기자(오른쪽)가 28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자신이 보도한 김건희 여사 영상을 해설하고 있다.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 MBC 기자 출신 장인수 기자(오른쪽)가 28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자신이 보도한 김건희 여사 영상을 해설하고 있다.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MBC노조는 “대통령 관저가 마련되기 전 대통령 부부의 숙소와 생활 공간으로 삼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과 지하 사무실은 대통령 부부 경호를 위해 지정된 경호구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프라이버시가 기대되는 공간에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하고 국격을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침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기자는 27일 유튜브 ‘서울의소리’ 채널에 출연해 “함정 취재가 무조건 금지되는 건 아니다. 많은 나라 많은 언론사들이 함정 취재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함정 취재를 통해 얻게 되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히 높을 경우, 또 함정 취재를 사용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한 경우, 함정 취재 대상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인 경우에는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기자는 지난 21일자로 MBC를 퇴사한 상태다. 장 기자는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건희 7시간 녹취록’ 일부를 보도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