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 재래시장 방문에 이재용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총수를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에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심 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행사한 ‘권위적 동원’이라는 것이다.

▲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지난 6일 부산 전통시장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한국산업은행 이전 등 지역 현안을 강조했다. 엑스포 실패 이후 급격히 나빠진 부산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행사라는 평가다. 이날 행사엔 경제부총리와 장관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수석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까지 동원됐는데 특히 총수들과 윤 대통령이 부산 재래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하루종일 화제가 됐다.

조선 “엑스포 유치전에도 지나치게 동원… 이젠 정치 행사에도”

8일 아침신문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 집단 동원은 최소화되길>에서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떡볶이 먹는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기업 하기 힘든 나라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다”며 “잠시라도 한눈팔면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기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대통령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난 17개월간의 2030 세계엑스포 유치전에도 국내 대기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동원됐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민심 회복용 간담회에까지 불려나갔다. 이 행사는 경제와 관련 있다기보다는 부산 민심을 달랜다는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이제는 대기업 총수들이 정치 행사에도 동원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빠짐없이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는 6면 <재벌 총수들 세워놓고 떡볶이 시식…“대통령의 정치쇼”>에서 ‘하다 하다 시장 떡볶이 단체 시식은 처음 본다’는 대기업 임원의 말을 인용해 “두고두고 대통령과 기업 총수 만남의 ‘나쁜 선례’로 남을 한 장면”이라고 했다.

▲ 8일자 한겨레 6면 칼럼.
▲ 8일자 한겨레 6면 칼럼.

옥기원 기자는 “총수들의 부산 방문은 ‘엑스포 동원령’보다 더 뜬금없다. 엑스포 유치전은 수조원의 경제 효과로 기업도 낙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포장할 수 있지만, 부산 방문은 엑스포 유치에 대패한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내몬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라며 “총수들이 대통령 순방 등에 동행할 때면 항상 재계와 정치권에서 반복된 말이 있다. 분초를 쪼개 사업을 구상해야 할 총수를 대통령 행사에 들러리로 세우는 건 국가 경제 손실이란 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걸핏하면 기업총수 들러리 세우는 게 ‘시장경제’인가>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고 지적하며 “대기업 총수들은 오는 11일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도 대부분 동행한다. 볼썽사나울뿐더러, 연말 연초를 앞두고 더욱 바쁜 기업들에 ‘관폐’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현대사에서 정치와 대기업의 지나친 유착은 항상 부정부패로 이어졌다. 경계하는 것이 마땅”이라고 했다.

방송 경력 전무한 검사 방통위원장 동아 “납득할만한 설명 필요”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2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한 검찰 출신 방송통신위원장에 연일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조선일보에 이어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 "‘검찰 공화국’ 말이 나오는 실정...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동아일보는 사설 <방통위원장,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해야>에서 “방송통신위 업무는 언론과 첨단 통신기술이 융합된 영역으로 언론 분야 출신이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이 가서도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렇다고 방통위원장 자리가 언론 분야나 첨단 통신 분야 출신만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언론에도 첨단 통신 분야에도 일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맡길 때는 자격에 대한 더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8일자 동아일보 사설.
▲ 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훌륭한 청소년 가장이었고 역량 있는 강력부 검사였는지는 모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후보자는 미디어 분야에서 일해본 경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미디어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사해본 경력조차도 없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으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려고 해도 방통위 업무에 대한 정확한 감이 없으면 안 된다. 검찰 조직과 수사를 잘 알지 못하면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관후 정치학자는 경향신문 정동칼럼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재고해야>에서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통해 우리는 통치자의 국정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검찰공화국’에 대해 진심이다. 행정 역량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사이며, 그래서 검사들이 모든 일에 가장 전문가라는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검사들 중에서도 특수부 검사가 유능하고, 특히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은 더욱 적임자로 여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 경력이 전혀 없을뿐더러 실무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에 어떤 경험도 없는 전직 특수부 검사를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할 리 없다”고 했다.

▲ 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 8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이관후 정치학자는 “심지어 김홍일 지명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지도 6개월이 안 되었다. 국가의 청렴이나 국민의 고충을 담당하는 장관급 자리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가벼운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며 “과거에 최시중 같은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언론인 출신이었다. 이번에는 이유가 색다르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때마침 뉴스타파 대표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언론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의 과거 검사 선배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을 국민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청문절차와 관계없이 임명권은 어차피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여당도 곤혹스러워 보인다. 이번 인사가 강행된다면 국민도 불행해지겠지만 대통령에게도 좋다고만 볼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재고를 바란다”고 했다.

총선 앞두고 지지율 여론조사 종합한 조선 “숫자의 경고”

▲ 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자 조선일보가 1면에 <4년전처럼, 與에 쏟아진 ‘숫자의 경고’> 기사를 내며 경고등을 켰다.

조선일보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론’이 상승하는 등 여권의 열세가 뚜렷해지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지도부의 갈등 등 정부‧여당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백서에서 ‘조국 사태 등 정부 실책에 기대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갖고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당이 인적 쇄신을 통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3면 <與, 서울 49석 중 우세 6곳뿐… 당 내부에선 알고도 쉬쉬> 기사에서 국민의힘 사무처가 작성한 총선 판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6곳 모두 여당 텃밭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한 지역구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인사들과 총선기획단 위원들은 최근 해당 보고서를 열람했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당내에선 쉬쉬하며 외부 유출 가능성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고 했다.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확정에 “지나친 보수적 판결”

▲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한겨레 1면 사진기사.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관련해 대법원이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그 대표인 김병숙 전 사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이를 1면에 보도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 관계자들의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청 법인과 대표 등에겐 무죄, 그 외 원·하청 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원청의 안전 관련 실무자와 하청업체 및 대표이사, 실무자들이다. 한겨레는 “이들조차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대표이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근천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장은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김씨 사망이 도화선이 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김씨 사건 재판엔 적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1면 <죽음으로 새긴 ‘김용균법’ 결국 묻지 못한 ‘원청 책임’> 기사에 이어 3면 기사에서 “김씨 사망 당시에도 중대재해법이 있었다면 원청 대표인 김 전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50인(억)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또다시 2년 유예하려고 한다.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아닌 개정 전 산안법을 기준으로 봐도 지나치게 보수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 면죄부 삼아선 안 된다>에서 “정작 김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산재가 발생할 위험을 알고 있어야 과실이 인정되는데 당시 김 전 대표는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일터인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모든 설비에 대한 소유와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다. 사업장의 설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안전설비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관리할 책임은 원청에 있다. 그런데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의 산재 위험을 몰랐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니, 이런 판결을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 논리대로라면 사업장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노동계는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산재 책임에 대한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을 지목한다. 사법부는 이런 지적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