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영상을 보도한 JTBC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신속심의를 한다는 언론보도에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야권 위원들은 명백한 사실관계 오류라며 해명자료 배포를 요구했지만, 류 위원장은 “기사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어디있나”라며 “기자도 확신하지 않고 쓴 걸 어떻게 정정보도 하나”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방통심의위원들은 4일 전체회의에서 JTBC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에 대한 긴급심의 상정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JTBC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영상을 인용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다루며 최재영 목사를 단독 인터뷰한 영상을 실었다. 

▲ JTBC 지난달 28일 보도 화면 갈무리.
▲ JTBC 지난달 28일 보도 화면 갈무리.

이어 세계일보는 지난달 30일 방통심의위가 해당 JTBC 보도에 대한 긴급심의에 착수한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방통심의위는 함정취재로 논란이 된 서울의소리의 유튜브 영상을 사용한 JTBC 뉴스룸에 대해 긴급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김 여사 명품백 관련 보도를 한 JTBC 뉴스룸에 대해 심의신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보도엔 방통심의위의 내부 판단과 문제의식도 실렸다. 세계일보는 “방통심의위는 보도 과정에서 영상이 조작됐거나 왜곡 편집됐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이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방심위 내부에선 JTBC 뉴스룸이 함정취재 등 언론윤리가 논란이 된 점을 사전에 알면서 관련자인 최 목사 인터뷰를 보도한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 세계일보 지난달 30일 보도 갈무리.
▲ 세계일보 지난달 30일 보도 갈무리.

이날 전체회의에서 야권 위원들은 해당 기사가 사실관계 오류라고 주장하며 방통심의위 차원의 해명 자료 배포를 요구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보도 나온 게 오후 2시경이다. 그 시점에 나는 JTBC 보도가 민원으로 접수됐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위원이 민원이 들어왔는지 조차도 보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보도가 나간 건 큰 문제”라며 해명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JTBC 보도를 긴급 심의할 것이냐고 묻자 류 위원장은 “보고가 들어오면 신속심의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위원장에게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발언에 윤 위원이 “우리는 긴급 심의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 위원장도 사실 확인을 했다”며 홍보팀장에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취재기자가 취재해서 쓴 건데 어떻게 정정보도를 요청하나. 결정 안 된 사항인데 언론에서 그런식으로 보도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하나”라고 반박했다. 

당장 류희림 위원장이 세계일보 보도를 두둔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세계일보 기사를 두둔하는 발언에 대해 유감”이라며 방통심의위 내부 판단을 실은 기사 대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정확한 멘트는 ‘알려졌다’이고, ‘착수한다’와는 어감이 다르다. 두둔이라고 단정적 표현 쓰지 마라”라고 반발하며 “기자가 그렇게 쓴 걸 우리가 어떻게 막나”라고 말했다. 

명백하게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에 해명조차 안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류 위원장은 “기사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어디있나. 알려졌다고 자기들도 확신하지 않고 쓴 걸로 어떻게 정정보도를 하나”라고 반박했다. 김유진 위원이 타 매체가 세계일보 기사를 인용해 받아썼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명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기준을 묻자 류 위원장은 사무총장이 정리해서 줄 것이라고 답했다. 

▲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논쟁이 이어지자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야권 위원들의 의도적 회의 지연이라며 비판했다. 위원장은 야권 위원들의 발언을 저지하며 본 의결 안건 심의를 강행하려 했다. 이에 윤성옥 위원과 김유진 위원의 반발이 이어지자 류 위원장은 “위원장의 지시”라며 사무처에 예정된 의결 안건 보고를 강행하게 했다. 이에 사무처 담당 팀장, 류 위원장, 야권 위원들이 동시에 발언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윤성옥 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보도를 긴급 심의한다고 먼저 언론에 흘렸고, 방송사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방송사 위축효과를 우려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운영하면 안된다고 말한 것”이라며 “대부분 국민들이 유튜브로 뉴스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제 기능을 못하도록 발목잡아 공영미디어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렇게 정책을 펼치면 앞으로 정치가 미디어 산업을 얼마나 망쳤는지 대표적 사례로 남을 거다. 위원장은 정확히 알고계시라”라고 비판했다. 

김유진 위원도 “위원에게 민원 상황이 보고되기도 전에 심의 신고가 잇따른다는 사실과 아닌 내용의 보도가 나갔고, 어떤 부분을 심의 규정 위반으로 보는지까지 담은 기사가 나왔다”며 “위원들의 권한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류 위원장은 “세계일보 보도 뒤 사무총장이 홍보팀에 기자들에게 충분히 해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관련해 이용배 방통심의위 홍보팀장은 4일 미디어오늘에 “방통심의위 내부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내용의 해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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