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놓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포털에 ‘심의 중’ 표시 요청 공문을 반복적으로 보낸 것이 알려지자 사실상 방통심의위가 행정지도 제재 ‘권고’를 내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회 의결 없이 포털에 자율규제를 요청해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 방통심의위가 지난 10월20일 네이버에 보냈던 공문 갈무리. 자료=이정문 의원실
▲ 방통심의위가 지난 10월20일 네이버에 보냈던 공문 갈무리. 자료=이정문 의원실

지난 4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방통심의위 심의 제재 결정은 위원들의 의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통신심의소위원회 의결도 없이 ‘심의 중’ 표시 방법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공문이 보내졌던데 이거 사실상 행정지도 ‘권고’랑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 10월11일 뉴스타파 심의를 시작한 이후 네이버, 카카오에 수차례 ‘자율규제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방통심의위는 공문 내 자율규제 예시로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입니다’라는 표시 또는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명시했고 네이버와 다음은 공문 접수 이후 지난달 6일부터 8일 3일간 뉴스타파 ‘인링크’(포털 내 페이지) 기사에 ‘심의 중’ 표시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방심위 요청에 결국 뉴스타파 보도 ‘신속심의’ 딱지 붙인 네이버와 다음]

▲ 방통심의위 자율규제 협조요청 사항 붙임 자료. 자료=이정문 의원실
▲ 방통심의위 자율규제 협조요청 사항 붙임 자료. 자료=이정문 의원실

윤성옥 위원은 “결재 라인에 있는 실국장도 소위 의결 없이 사업자들에 공문을 보낸 셈이다. 위원장님이 지시하셨으면 규정 위반”이라며 “심의규정 제17조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정보통신망법의 불법정보로 국한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뉴스타파는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심의했다. 법적 근거도 없이 포괄적으로 심의 중이라는 표시하도록 협조요청 공문 보낸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서로 협의해서 자율 규제 차원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방통위는 지난 9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페이스북)와 함께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를 꾸렸다고 밝히며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관련 심의 시 해당 기사나 게시물에 ‘심의 중’ 표시 또는 ‘삭제·차단’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심의 대상에 있어 포털에 별도 표시하는 법은 이미 한 번 발의됐다 폐기된 바 있다. 주호영·김현아 의원 등 10인이 2017년 발의했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안이유서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중인 정보에 대하여는 심의 중에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자 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표시돼 있는 '심의 중' 문구.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표시돼 있는 '심의 중' 문구.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포털 ‘심의 중’ 표시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의했던 (방통위) 패스트트랙에 따른 조치”라며 “심의가 들어간다는 안내를 받고 카카오와 동일하게 표시했다”고 밝혔고 카카오 관계자도 “협의에 따라 문구를 노출했다가 심의가 종결되면서 문구가 빠졌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8일 뉴스타파에 차단, 삭제 등 ‘시정요구’를 의결하지 않고 서울시에 법률 위반 검토를 요청하며 심의를 끝마쳤다. 방통심의위 노동조합(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 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희-지경규 후보는 성명을 지난달 성명을 내고 “정작 위원회는 ‘시정요구’도 의결하지 못하면서, 포털에게 뉴스타파 기사를 자율규제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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