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파가 지난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가 지난 9월7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놓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포털에 ‘심의 중’ 표시와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요청하자 네이버와 다음 모두 기사에 ‘심의 중’ 표시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압박 이후 포털의 정책 변경이 잇따르는 가운데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이번 요청이 법적 근거 없는 ‘갑질’이란 비판이 나온다.

▲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20일 네이버에 보냈던 공문 갈무리. 자료=이정문 의원실
▲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20일 네이버에 보냈던 공문 갈무리. 자료=이정문 의원실
▲ 방통심의위 자율규제 협조요청 사항 붙임 자료. 자료=이정문 의원실
▲ 방통심의위 자율규제 협조요청 사항 붙임 자료. 자료=이정문 의원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받은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가 포털에 자율규제 협조 요청한 공문 일체’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는 지난달 11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이후 네이버 4차례, 카카오 2차례,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1차례씩 ‘자율규제 협조’ 공문을 보냈다.

방통심의위는 공문 내 자율규제 예시로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입니다’라는 표시 또는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명시했다. 이는 지난 9월27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표한 가짜뉴스 대응 패스트트랙의 일환으로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9월 미디어오늘에 “방통심의위, 사업자와 협의를 했고, 사업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방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표시돼 있는 '심의 중' 문구.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에 표시돼 있는 '심의 중' 문구.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문 접수 이후 지난 6일부터 8일 뉴스타파 심의가 끝날 때까지 3일간 뉴스타파 ‘인링크’(포털 내 페이지) 기사에 ‘심의 중’ 표시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협의했던 패스트트랙에 따른 조치”라며 “심의가 들어간다는 안내를 받고 카카오와 동일하게 표시했다”고 밝혔고 카카오 관계자도 “협의에 따라 문구를 노출했다가 심의가 종결되면서 문구가 빠졌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심의 대상에 있어 포털에 별도 표시하는 법은 이미 한 번 발의됐다 폐기된 바 있다. 주호영·김현아 의원 등 10인이 2017년 발의했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중인 정보에 대하여는 심의 중에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자 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추가 입법 없이 방통심의위가 포털에 자율규제를 요청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비판이다. 윤성옥 방통심의위원은 통화에서 이번 요청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월권’”이라며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 등 요건에 의해야 한다. 제안을 하더라도 법률에 기반해야 하는데 법률이 없다. 당연히 문제”라고 말했다.

▲ 류희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음란물, 마약 등 불법정보를 심의하던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언론사(뉴스타파)를 심의 대상으로 올렸지만 정작 아무 제재를 하지 못하고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 검토를 요청했다. 서울시 또한 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판단을 미룬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준이 모호한 ‘가짜뉴스’를 이유로 법률 위반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발표 당시 ‘심의 중’ 표시가 해당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낙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아무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낙인 효과를 준 셈이 됐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인터넷 언론보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포털 사업자를 압박해 조치를 강제하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언론을 자기들 손아귀에 넣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방통심의위 노동조합 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희-지경규 후보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법률과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의 요청”이라며 “마치 언론 기사 페이지를 공공기관의 조치를 알리는 게시판처럼 사용하며, 특정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곳이라고 낙인찍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그간 위원회는 도박, 마약 등 불법유해정보를 대상으로 자율규제를 요청해왔다. 정작 위원회는 ‘시정요구’도 의결하지 못하면서, 포털에게 뉴스타파 기사를 자율규제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의 정책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는 정치권 압박 등이 이어지자 사람 편집자에 의한 뉴스배열 중단,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 뉴스배열 중단, 네이버와 카카오의 언론사 제휴 심사를 맡았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운영 중단 등을 단행했고 다음은 지난 22일 검색에서 CP사(콘텐츠 제휴사) 기사만 보여주는 정렬 방식을 ‘기본값’으로 도입해 1000여곳의 검색제휴 매체 기사가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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