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도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를 심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제재를 못하고 서울시에 공을 넘기자 이 상황 자체가 ‘촌극’이라며 “인터넷언론 심의를 다시 시도하진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뉴스타파 기자는 정부의 ‘정치 공작’ 규정 이후 방통심의위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기관들 압력으로 “하나하나 대응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 1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 왼쪽부터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장, 송경재 상지대 교수, 민형배 민주당 의원, 김성순 변호사, 김유진 방심위원,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유승현 한양대 겸임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 왼쪽부터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장, 송경재 상지대 교수, 민형배 민주당 의원, 김성순 변호사, 김유진 방심위원,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유승현 한양대 겸임교수. 사진=박재령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주도하는 가짜뉴스 규제 정책 문제를 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무법적 심의와 디지털 공론장 검열’을 주제로 발제했고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허위조작정보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지만 해결을 위해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면 더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가 온다는 지적이다. 송경재 교수는 “이미 한국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과도한 개입은 검열, 감시, 규제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방통심의위가 보여준 가짜뉴스 규제는 정말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말했다.

음란물, 마약 등 불법 온라인 게시물을 심의하던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언론사(뉴스타파) 심의에 나섰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엄중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결국 제재를 내리지 못하고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 검토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뉴스타파의 법률)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행정지명령(6개월 이내)’ 또는 법원에 ‘등록취소심판청구’ 등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달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는 “발상이 참신하긴 하지만 신문법 위반은 아주 예외적 형태에만 해당된다. 추가 입법 없이는 방통심의위가 다시 한 번 인터넷언론 심의를 시도하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6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돼 있다고 하던데 뉴스타파 제외 다른 건들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서울시로 떠넘기기식 행정 밖에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 교수는 “선진 국가에서도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영국, 독일 등을 얘기하지만 한국처럼 하는 곳은 없다”며 “이미 2022년 UN 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 보고서는 많은 나라에서 가짜뉴스법(허위조작정보)의 입법 목적이 정부 비판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시 나라들은 푸에르토리코, 볼리비아, 브라질, 알제리 등 민주주의가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김유진 방통심의위원은 “방통심의위가 (뉴스타파를) 사회적 혼란 야기라는 조항으로 심의하더라. 굉장히 자의적 조항”이라며 “원래는 사회적 혼란이 있을 만한 정보라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혼란이) 현저하지 않으면 시정요구를 하지 않는다. 뉴스타파 보도는 1년 반 전 나왔다. 대부분 시민은 기억도 잘 못할 것이다. 이 조항으로 제재하겠다는 건 정부에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사회적 혼란을 주장해 심의하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위원은 “방통심의위는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직접 제재할 수 없다. 방통심의위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방통위로 넘어간다. 이후 방통위가 행정처분을 의결해야 한다. 의결하지 못하면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다.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는 셈”이라며 “그래서 지금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동관 위원장 탄핵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뉴스타파는 여러 정부기관의 압박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며 대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는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자 정말 많은 기관이 움직였다”며 “뉴스를 통해 알려진 사실도 있지만 우리만 알고 있는 것도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서울시, 검찰, 국세청, 여당과 언론 등이다. 많은 곳들이 뉴스타파에 접촉하고 압력을 가한다”고 전했다.

오 기자는 “(뉴스타파) 인허가 사항까지 쥐고 우리 존폐까지 건드리는 상황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말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그들에겐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법률 자문을 받아 보면 불법적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 1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오대양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오대양 기자.

서울시가 만약 뉴스타파에 대한 ‘등록취소심판청구’를 강행하면 법원이 이를 판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법부 판단과 무관하게 뉴스타파 보도가 ‘위법’이라는 낙인이 가능하다. 오 기자는 “아마 서울시가 강경한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며 “등록취소심의위원회 구성을 봤다.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에 “심의위원회 일정이 나온 것이 전혀 없다”며 “(뉴스타파 인터뷰가) 신문법 위반인지 아닌지 확인이 돼야 하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심의위원회가 정치권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엔 “우리로선 관련 법령 사항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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