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에 대한 ‘엄중 조치’ 예고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 등 제재를 못하고 서울시에 공을 넘긴 가운데 서울시 역시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어 신문법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부담을 지고 서울시가 등록취소심판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 해도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울시마저도 뉴스타파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리지 못하면 당국이 주도하는 ‘가짜뉴스 규제’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리한 강행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뉴스타파와 서울시.
▲ 뉴스타파와 서울시.

지난 8일 열린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서울시에 뉴스타파 인터뷰에 신문법 위반 사항 검토 요청을 의결했다.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접속차단·삭제 등 시정요구 논의가 핵심인데 정작 심의를 해놓고선 시정요구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외부 우려에도 사상 첫 인터넷언론(뉴스타파) 심의에 나섰지만 결국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9월 뉴스타파를 놓고 방통심의위 등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통심의위가 하지 못한 일을 서울시는 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 9월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사항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위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행정지명령(6개월 이내)’ 또는 법원에 ‘등록취소심판청구’ 등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뉴스타파를 두고 ‘폐간’, ‘포털 퇴출’ 등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시가 뉴스타파 규제 근거로 제시한 건 신문법 22조다. 22조 2항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사실이 있는 경우 △신문 등의 내용이 등록된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하여 위반한 경우 △음란한 내용의 신문 등을 발행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에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해당 신문의 ‘발행정지’를 명하거나 법원에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서울시는 2항 중에서도 특히 2호 (발행목적·내용 반복 위반)에 주목해 신문법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처럼 서울시 역시 법률 위반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짜뉴스’의 정의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뉴스타파 인터뷰가 발행목적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해당 조항에 ‘반복’이란 조건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갈무리.
▲ 지난 9월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갈무리.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선 보도 자체의 사실 여부가 밝혀진 게 없다. 언론 윤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허위조작보도를 했다는 근거가 없다”며 “반복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넓게 봐서 오보라 하더라도 두 번 이상 오보 내면 등록취소하겠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인터뷰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소위 ‘가짜뉴스’로 신문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성순 변호사는 “판례에선 허위보도임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사실로 오인하였을 경우 언론중재법에 책임 면제 조항이 있다. 비슷한 법리가 형사에서도 적용이 된다”며 “기본적으로 뉴스타파 인터뷰는 법조 카르텔, 특수직무유기 등에 대한 의혹 보도가 핵심이었다. 나중에 말이 바뀌었어도 그땐 실제로 그렇게 말했던 게 사실이지 않나. 문제가 된 부분은 보도 중 부수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무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 등록취소심의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서울시 공무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기관으로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소속 인원이 다수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이 위원장이고 △이준형 서울시 언론담당관 △권경희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오달란 서울신문 기자 △이시우 한국기자협회 사무국 차장 △권혜숙 국민일보 종합편집부 부국장 △서정희 전 매경TV 대표이사가 위원으로 있다. 임명권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는 통화에서 “신문법으론 등록취소나 발행정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위원회를 구성할 때 ‘구색 맞추기’ 식이 많다. 심의위원들이 외부에서 왔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행정청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작용할까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정 교수는 “심의위원회에서 무리하게 행정처분을 내린다 해도 법원에서 뒤집어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라며 “부담되는 사안일수록 사법부도 판단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 재판부가 바뀌어 원점에서 재고하기도 한다. 총선을 목적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거라면 목적은 행정처분만으로 달성하는 셈이다. 애초에 언론 폐간과 같은 기본권 관련 중대한 문제를 (판단하는 위원을) 행정권력이 임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아직 방통심의위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해 입장 표명하기가 어렵다. 심의위원회 일정이 나온 것도 전혀 없다”며 “(뉴스타파 인터뷰가) 신문법 위반인지 아닌지 확인이 돼야 하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가 정치권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엔 “저희로선 관련 법령 사항에 따라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마저도 뉴스타파에 법률 위반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심의위가 주도하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8일 서울시에 공을 넘기며 방통심의위가 할 수 있는 접속차단·삭제 등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인정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심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인데 정작 뉴스타파 인터뷰를 제재하지 못하면 이후 신고된 언론 보도도 똑같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 ‘정치심의’ 논란을 빚으며 가짜뉴스 규제를 강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텝이 꼬이는 상황이다.

김유진 방통심의위원(문재인대통령 추천)은 지난 13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실질적으로 지금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들어온 민원이 600여 개가 되는데 처리 못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붙들고 있는 게 내부적으로 문제만 키우고 외부 비판만 받지 무슨 실효성이 있나. 위원장님 결단하셔서 내일 당장 센터 문 닫으시라”고 말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심의 근거 조항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가짜뉴스 규제’가 혼란에 빠졌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 인터뷰를 심의 안건으로 올리며 ‘사회질서 혼란’을 적용했지만 서울시는 ‘발행목적 반복 위반’을 주장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방통심의위가 근거한 건 신문법 22조 2항 3호(음란물 등으로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경우)에 가깝다. 그래서 서울시도 당연히 이 조항에 근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22조 2항 2호(발행목적·내용 반복 위반)을 근거로 들었다”며 “물론 3호를 적용하더라도 소위 ‘가짜뉴스’로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 인터넷언론 ‘자주민보’의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해 실제 폐간에 이르게 한 적이 있다. 그땐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아닌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검찰 수사를 넘어 자주민보 기사가 국보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야 서울시가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했고 자주민보는 2015년 폐간됐다. 당시 대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했음에도 행정권력인 서울시의 언론사 폐간에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당시 강하게 일었다. 가짜뉴스를 이유로 뉴스타파를 폐간한다면 그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김성순 변호사는 “법원에서 인정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서울시가 강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본다. 위원 중에 기자도 있는데 기자가 찬성 의결을 던질 수 있을까”라며 “등록취소심판 의결이 찬성으로 나온다면 역풍이 매우 거세게 불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여권 흐름이 좀 변하고 있는데 무리한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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