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 규제’ 일환으로 세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이하 센터)에 한 달 반 동안 6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제외하면 상정된 안건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소속 평직원 전원이 ‘월권적 업무’라며 타 부서 발령을 요청한 가운데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은 센터가 실효성이 없다며 당장 문 닫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센터에 접수된 민원이 총 653건이다. 방송이 372건, 통신(온라인 게시물)은 278건”이라며 “지상파가 35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다음 종편, 전문편성 채널 순이었다. 통신은 인터넷언론이 34건, 유튜브가 188건인데 전체 민원 653건 중에서 처리된 건 오직 뉴스타파 2건”이라고 밝혔다.

▲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매체 유형별 접수 내역
▲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매체 유형별 접수 내역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뉴스타파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심의했다. 이 2건을 제외하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된 수백 건의 민원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유진 위원(문재인대통령 추천)은 “지금 센터에 들어온 민원이 600여 개가 넘는데 처리 못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붙들고 있는 게 내부적으로 문제만 키우고 외부 비판만 받지 무슨 실효성이 있나. 위원장님 결단하셔서 내일 당장 센터 문 닫으시라. 직원들도 원래 하던 업무로 복귀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신속하게 해야 하는 심의인지 판단 없이 무조건 센터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신속 심의에 대한 기준, 절차를 지금 준비 중에 있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전체회의에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성옥 위원은 “지금 들어온 게 600건이 넘는데 신속 심의할지 말지 아직도 결정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가짜뉴스로 제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접수하니까 비효율이 발생한다. 직원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600건이나 민원을 받아 분류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통신은 명예훼손과 사회혼란 야기 정보, 두 가지로 민원을 받고 있는데 이미 기존 부서가 담당하는 것들이다. 방송도 지상파, 종편, 전문채널 각 팀에서 접수하면 된다. 이걸 특별히 센터에서 접수 받아 신속 심의하겠다고 하고 한 달 동안 (뉴스타파 제외) 아무것도 심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전담센터. 현재는 신속심의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전담센터. 현재는 신속심의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가짜뉴스 규제’의 단초가 된 뉴스타파 인터뷰조차 방통심의위가 제재하지 못하고 서울시에 법률 위반 검토 요청을 한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가짜뉴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대응의 당위성이 시간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무리한 심의를 강행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평직원 전원은 지난 2일 ‘월권적 업무’라며 타 부서 발령을 요청했다. 센터 설립 전후로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가짜뉴스 규제에 반발하는 입장을 냈고, 신속심의센터장은 발령 직후 병가를 냈다. 야권 위원들은 센터 직원들이 일상 업무로 돌아가야 하며 류희림 위원장이 직원 고충에 책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기관장으로서 직원들이 고충 처리를 요청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잘 챙겼어야 했는데 미안한 마음”이라며 “직원들의 고충이 없도록 사무총장에게 특별히 지시를 했고 현재 사무총장이 그런 부분에 대해 센터장하고 문제가 됐던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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