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근거가 불분명한 ‘보수 유튜버 탄압’ 의혹을 제기하거나 유럽과 한국의 규제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전세계가 가짜뉴스를 단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방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추렸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연합뉴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보수유튜버 탄압?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가짜뉴스 단속한다며 보수 유튜버 등을 탄압했다”며 “그랬던 사람들이 거꾸로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수 유튜버를 겨냥해 탄압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보수 유튜버들과 국민의힘에선 유튜브가 보수 유튜버를 대상으로 ‘노란딱지’(수익창출 제한 조치)와 계정 삭제 조치 등 제재를 쏟아냈다고 주장했으나 확인 결과 서울의소리 등 진보 성향 유튜브도 관련 제재를 받았다.

▲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시회적 거리두기 및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 제기까지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시회적 거리두기 및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 제기까지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백신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영상이 제재를 받아 보수 유튜버와 국민의힘이 반발한 적도 있다. 이는 정부 차원이 아닌 유튜브의 전세계 콘텐츠 심의 기준인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다. 유튜브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영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9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한 불법·유해정보 가운데 구글이 삭제한 게시글은 9.6%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방통심의위 요청보다 자체 기준에 따른 심의를 우선하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유튜브 영상’에 관해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19년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영상 차단 결정이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위협 사례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관련 유튜브 영상 차단 심의가 37건 있었다. 5·18 왜곡 영상은 특정 정부나 정당의 유불리로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5·18 왜곡 괴담 게시글과 영상 등 589건에 삭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 2019년 5월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상진씨의 발언을 한 시민이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 2019년 5월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상진씨의 발언을 한 시민이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때 보수 유튜버가 체포된 사례는 있다. ‘상진아재’로 활동한 유튜버 김상진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기 하루 전날 서울지검장 집 앞에 달걀을 들고 찾아가 유튜브 방송을 했다. 김씨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검찰은 공무집행방해·협박·폭행 등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서울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탄압 없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언론장악’ 관련 질문에 이동관 위원장은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현직 판사가 국가 원수를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모독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는데 무슨 언론 장악이냐”고 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광우병 사태, 미네르바 사건, 천안함 좌초설 같은 게 횡행했겠나”라고 반문했다.

▲ 디자인=이우림.
▲ 디자인=이우림.

정부별 언론자유의 차이는 국경없는기자회(RS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국가별 순위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31위(2006년)까지 올랐으나 이명박 정부 때는 69위(2009년)까지 급락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70위(2016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네르바 사건은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박대성씨가 정부 비판을 담은 사실과 다른 글을 썼다가 ‘구속’된 것이 핵심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유포죄가 ‘위헌’ 결정을 받게 된다. MBC PD수첩은 검찰이 적극 수사하고 징역형을 구형했다는 점에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네르바와 PD수첩은 오히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 받은 사례이다. 

가짜뉴스 단속은 세계적 흐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전 세계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며 “가짜뉴스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가짜뉴스 단속은 세계적 흐름이다. 단속하지 말자는 건 ‘이번에도 가짜뉴스로 선거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사진=박재령 기자
▲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사진=박재령 기자

그러나 선진국에선 한국과 같은 방식의 가짜뉴스 규제 도입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규제’는 언론 보도를 포함한 온라인 공간 속 정보의 허위성 여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직접 판단하는 ‘행정심의’ 방식이다. 

반면 이동관 위원장이 예로 든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직접 심의가 아닌 플랫폼의 책무에 관한 포괄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사업자의 ‘절차적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언론 보도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특정 사안을 콕 찝어 정부가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방식의 규제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7월 유럽 규제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출장 보고서는 “우리 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와는 접근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탄핵 소추안 가결되면 아무 것도 의결 못한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인 점을 비판하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부위원장 1명만 남게 돼 아무것도 의결할 수 없다”며 “지상파의 각종 허가 문제는 물론 종편 재승인 심사 등 처리해야 할 게 산더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인앱 결제 문제, 통신상의 유해 콘텐츠 단속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적 공기와 같은 관련 업무가 많다. 그게 막히면 일종의 기도 폐색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이 탄핵되더라도 회의 운영은 정상화할 수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새 방통위원장이 하면 되는 것이고, 기각되면 국회 추천 위원을 임명해 하면 된다”고 했다. 현재 방통위는 국회 추천 위원 없이 대통령 추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가 국회 추천 몫인 여당 1인, 야당 2인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곧바로 정상화할 수 있다.

방통위원장이 공석이더라도 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해촉하자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이 대행을 맡기도 했다.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기간 만료 문제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기간 만료 후 1년 간 방송을 할 수 있어 당장 큰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민 사장 신문기자 출신이라 반대?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신문사 출신 KBS 사장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한겨레신문 출신 정연주 사장을 임명한 예가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박민은 안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 2023년 11월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민 KBS 사장. 사진=KBS
▲ 2023년 11월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민 KBS 사장. 사진=KBS

그러나 민주당의 박민 사장 반대 이유 가운데 ‘신문사 출신’이라는 점은 주된 이유가 아니다. 탄핵 사유에도 나오지 않는다. 민주당의 탄핵 사유에는 박민 KBS 사장 ‘임명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이 박민 사장에 대해 크게 문제 삼는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라는 점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이다. 인터뷰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없이 마치 ‘신문사 출신’인 점만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3법은 좌편향단체 동원법?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방송3법은 ‘기울어진 운동장 영속화법’”이라며 “좌편향 단체를 동원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영속화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을 반대했다. 내로남불, 선택적 기억상실”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해당 법안 입법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라는 비판은 일리 있다. 언론단체에서도 이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편향 단체 동원’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개정된 방송법은 방통위가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의 KBS이사를 추천하도록 한다. ‘어떤 학회’인지는 규정하지 않아 보수성향 학회를 추천하면 사실상 ‘보수 몫’이 될 수 있다. 시청자위원회가 4명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는데 시청자위원회는 경영진이 뽑는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인사가 시청자위원이 되기도 했다. 추천권을 가진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문재인 정부 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등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공영방송 많은 나라는 비자유민주주의?

“‘1공영 다(多) 민영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나”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동관 위원장은 “그게 공영방송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영방송이 많은 나라는 비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다. 그래야 언론을 컨트롤하기 좋을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도 ‘다공영’ 체제인 경우가 많다. 독일은 지역 공영방송사 연합체인 ARD와 주정부 간 합의에 따라 설립된 ZDF 등 양대 공영방송 체제이다. 여기에 국제 공영방송 역할을 담당하는 도이치벨레(DW), 도이칠란트 라디오가 있다. 영국은 BBC 외에도 채널3, 채널4, 채널5, S4C를 공영방송으로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위키피디아를 통해 국가별 공영방송 현황을 보면 프랑스(프랑스텔레비지옹, 라디오프랑스, 프랑스미디어몽드 등 3곳), 캐나다(CBC, TVOntario 등 9곳), 미국(PBS 등 TV 5곳, NPR 등 라디오 10곳) 등도 복수의 공영방송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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