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다 구독경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BS도 경쟁에서 절대 밀리면 안 된다. 이제는 할 때라고 생각해서 뛰어들게 됐다.” 지난달 14일 SBS의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에서 정혜경 SBS D콘텐츠 기획부 소속 기자가 한 말이다. SBS D콘텐츠기획부는 ‘스프’ 서비스의 주축 부서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에 이어 국내 방송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SBS가 구독 모델에 도전한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2일 한국일보도 유료구독 실험을 위해 모바일·PC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매일경제도 내년부터 ‘로그인 월’(Login wall) 도입을 검토 중이다.

언론사들이 유료구독 실험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9개국 디지털 종사자를 대상으로 ‘저널리즘 수익원으로 관심 둘 분야’를 조사한 결과 52%가 ‘구독과 멤버십’이라고 응답했다. ‘디스플레이 광고’(27%) ‘네이티브 광고’(7%) 등보다 훨씬 큰 수치다. 독자가 없어도 돈을 벌고 있는 한국 언론사들의 주된 수익원인 광고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내용이 담긴 결과다.

▲지난달 14일 SBS가 SBS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비디오머그 유튜브채널.
▲지난달 14일 SBS가 SBS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비디오머그 유튜브채널.

언제 바뀔지 모르는 ‘포털’ 정책도 한몫했다. 정치권이 포털 뉴스 편집 권한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일이 반복됐고 네이버가 점점 뉴스 비중을 줄이는 개편을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2020년 4월 뉴스콘텐츠제휴(CP)사에 지급해오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네이버 내에서 기사로 생기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다수 매체가 전재료보다 광고 수익을 더 많이 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당시 네이버가 전재료를 폐지한다는 소식은 언론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네이버가 2020년 4월부터 뉴스콘텐츠제휴(CP)사에 지급해오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네이버 포털 안에서 기사로 생기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놨다. 수익 배분 방식을 바꾼 이후 오히려 전체 광고 재원이 매년 100억 원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2022년 미디어 커넥트데이 자료집.
▲네이버가 2020년 4월부터 뉴스콘텐츠제휴(CP)사에 지급해오던 전재료를 폐지하고 네이버 포털 안에서 기사로 생기는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놨다. 수익 배분 방식을 바꾼 이후 오히려 전체 광고 재원이 매년 100억 원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2022년 미디어 커넥트데이 자료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쏘아 올린 유료화 실험

‘2021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한국 국민의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79.2%)는 여전히 높다. 포털을 언론사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들의 비율도 높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 안에서 독자들이 로그인하게 만들려면 먼저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독자들이 홈페이지 안에서 어떤 기사를 보는지,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어떤 기사에 댓글을 다는지 등 그들의 행동과 태도 즉 독자 분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로그인 월’이다. 본격적인 구독 모델 도입에 앞선 ‘준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중 가장 먼저 ‘로그인 월’을 도입한 곳은 조선일보다. 지난해 5월10일부터 조선일보는 자사 홈페이지 ‘조선닷컴’ 안에서 기사를 10개 넘게 보려면 로그인을 하도록 하는 창을 띄우기 시작했다. 조선닷컴에서 기사 11개째를 클릭하면 “독자님의 ‘로그인’은 신뢰받는 조선일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더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창으로 전환된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로그인 월을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일보 구독하는 독자들을 파악하고 알고 싶어서다. 그동안 우리 독자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독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화면 갈무리.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화면 갈무리.

3개월 뒤인 지난해 8월21일 중앙일보가 ‘The JoongAng’이라고 제호를 바꿔 홈페이지를 새롭게 열었다. 중앙일보는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는데 2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다. 바뀐 홈페이지 화면 하단에는 ‘간편 가입으로 The JoongAng 회원이 되어 보세요’ 팝업창이 떴고, 기존 홈페이지 회원가입과 자동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며 신규가입할 것을 안내했다. 중앙일보는 구성원들에게 연내 30만 명의 로그인 독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중앙일보는 2020년 5월부터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TF를 구성해 움직였다. 2022년까지 유료구독으로 나아갈 3개년 로드맵을 미리 계획했고, 이에 맞춰 움직였다.

중앙일보는 기존 도메인인 ‘Joins.com’에 가입된 독자 정보를 모두 포기했다. 독자를 재정의하기 위해서다. 조인스닷컴 도메인은 JTBC, 조인스 프라임, 중앙일보 등을 통합해 운영하다 보니 순수한 중앙일보 독자의 정보를 알기 어려웠던 것. 2020년 3월 당시 조인스닷컴 회원 54만 명을 포함해 네이버와 같은 SNS 계정 인증을 통해 가입한 회원 등 중앙일보 전체 로그인 회원 수는 130여만 명이었으나, 일 평균 로그인 회원수는 4000여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도메인을 분리해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해 로그인 독자를 모집했다.

새 홈페이지를 열자마자 중앙일보는 ‘로그인 월’을 시작했다. 일정 개수의 기사에 허들을 건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는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있는 콘텐츠들을 로그인해야 볼 수 있게 했다. 로그인하지 않으면 기사를 볼 수 없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도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붙은 기사를 볼 수 없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8월21일 중앙일보 디지털 독자 확보를 위해 로그인 독자 모집 페이지를 열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중앙일보가 지난해 8월21일 중앙일보 디지털 독자 확보를 위해 로그인 독자 모집 페이지를 열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중앙일보의 홈페이지 개편 후 조선일보는 방향을 틀어 ‘웹 독자’가 아닌 ‘앱 독자’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15일자 1면에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한 뒤 댓글을 다는 독자들 1만 명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지급했다. 최근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기사 클릭 시 홈페이지가 아닌 앱으로 이동하게 했다. 앱 설치가 되지 않은 이용자는 앱 설치 화면으로 이동하게 해 앱 설치를 유도한다. 조선일보는 같은 기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선일보 앱 확장대회’를 했다. 지난 10월7일자 조선일보 사보는 “최근 각 언론사는 ‘탈(脫)포털’ 기조를 강화하면서 고유 플랫폼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국내 언론사 중 가장 탄탄한 플랫폼을 가진 본지가 자체 앱을 더욱 확산시킨다면 ‘1등 언론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7일자 조선일보 사보 1면.
▲지난 10월7일자 조선일보 사보 1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웹 로그인 독자’와 ‘앱 로그인 독자’를 모집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3주간 중앙일보는 제네시스 자동차, OLED TV, 식기세척기 등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조선일보도 지난 10월부터 약 두 달간 ‘조선일보 좋은 기사 공유하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 언론사의 적극적인 행보에 한국경제도 도전장을 냈다. 한국경제는 중앙일보를 벤치마킹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는 지난 8월22일자 1면에 ‘로그인 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회원가입을 한 독자에게만 특정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4~5명의 전담 기자가 배치됐다. 한국경제도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연내 ‘30만 명’의 가입자를 모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제도 경품 이벤트를 내걸어 로그인 독자 모집에 나섰다. 어느 정도 로그인 독자가 모이면 2024년~2025년 유료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제 막 ‘로그인 월’을 시작한 방송사도 있다. SBS는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를 지난 14일 시작했다. SBS는 플랫폼을 따로 열었다. 스프를 총괄 담당하는 정명원 D콘텐츠기획부 부장은 “조선과 중앙이 기존 플랫폼 안에서 믹스를 시킨 거라면 SBS는 국내외 상황을 벤치마킹해 별도 플랫폼을 열었다”며 “결국 각 언론사의 특성에 따라 방식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기존 웹이나 앱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주목도를 끌 수 없다. 언론사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수요층이 반응하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BS는 6번째 기사부터 로그인 월을 걸었다.

▲지난 9월30일 이진우 새 매일경제 편집국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 10월11일자 매경노보.
▲지난 9월30일 이진우 새 매일경제 편집국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 10월11일자 매경노보.

다른 언론사들도 조선·중앙일보의 시도를 지켜보며 구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30일 매일경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진우 매일경제 신임 편집국장은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유료구독 실험을 시사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도 유료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언론은 독자모집을 위해 무료 기사 개수에 제한을 걸지, 프리미엄콘텐츠에 제한을 걸지는 불분명 하지만 내년부터 로그인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80만 로그인 독자 확보 ‘월 1만5000원’ 유료구독 시작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앱, 10월 뉴스 앱 부문 총 사용시간 ‘1위’ 달성

준비 작업을 끝내고 가장 먼저 본격적인 유료구독 모델을 시작한 곳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홈페이지 개편 1년 만에 ‘80만 명’(지난 9월 말 기준) 넘는 로그인 독자를 확보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월11일 ‘The JoongAng Plus’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용권 구매 홈페이지를 열었다. 중앙일보는 ‘프리미엄 페이월’(Freemium paywall) 모델을 우선으로 적용했다. 주로 포털에 유통하는 일반 기사는 무료로 제공한다. 이와 달리 중앙일보가 프리미엄 콘텐트로 정의한 기사는 로그인하거나 유료 가입 시 이용할 수 있다.

‘The JoongAng Plus’ 콘텐츠는 6개 카테고리 총 32개다. ‘리더&리더’ 분야에서는 ‘글로벌 머니’ ‘NEXT SPACE : 공간의 진화’ ‘팩플 오리지널’ ‘팩플 인터뷰’ ‘이수만 연구’ ‘걸그룹, 여덕을 홀리다’ 등. ‘세상과 함께’ 분야에서는 ‘특수부 비망록’ ‘Plus 레터’ ‘VOICE : 세상을 말하다’ ‘알고보면 B급 미국정치’ ‘World View’ ‘특수부 사람들’ ‘윤석열의 사람들’ 등의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이 외에도 ‘돈 버는 재미’, ‘가족과 함께’, ‘쉴 땐 뭐하지’ 등 분야를 마련했다.

중앙일보는 월 1만5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 열람할 수 있는 ‘베이직 이용권’을 출시했다. 서비스 시작단계인 만큼 중앙일보는 첫 달 무료로 뉴스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내세웠다. 월 9000원의 가격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라면 월 5000원에 ‘Plus’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베이직 이용권과 중앙일보 신문을 동시에 구독하려면 월간 2만5000원의 돈을 내면 된다. 베이직 이용권과 뉴욕타임스를 함께 구독하는 연간 이용권은 19만4000원이다. 베이직 이용권과 폴인 이용권은 연간 18만9000원이다.

▲지난 10월11일부터 중앙일보는 ‘The JoongAng Plus’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이용권 구매 홈페이지 화면.
▲지난 10월11일부터 중앙일보는 ‘The JoongAng Plus’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이용권 구매 홈페이지 화면.

지난달 기준 중앙일보는 5000여 명의 유료독자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연내 8000명의 유료독자를 모은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평기자들을 상대로 유료 구독자를 모집해오라는 압력은 전혀 없다”면서도 “기업 쪽 취재원들이 가입을 많이 한 것 같다. 기업 홍보팀에서 자기들 기업 관련 기사가 나온 걸 제목을 보고 알 수 있는데 본문이 안 보이니까 기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독자와 사원을 대상으로 ‘앱 확장대회’를 실시하는 조선일보는 확장대회 기간에만 ‘4만 명’이 넘는 앱 독자를 모았다.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보를 통해 10월 한 달 동안 뉴스 앱 부문 사용시간 1위를 차지했다고 자평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조선일보 앱 총사용 시간은 52만1275시간으로 구글 뉴스 앱보다 3만4535시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1일 사보를 통해 “이 같은 성과는 포털이 아닌 조선닷컴이라는 본지의 디지털 영토 확대를 제1전략으로 삼아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지키고 역량을 모아온 덕분”이라고 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앱 독자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반면, 유료 전환은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자 조선일보 2면.
▲지난달 9일자 조선일보 2면.

 

“유료콘텐츠 전담 부서 필요” “커뮤니티 기반 멤버십 강화 필요”

“기자들이 생산하는 기사를 유료화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모델이다. 콘텐츠의 확장, 심화, 타깃화에 더 밀도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능력이다. 유료와 무료를 모두 쓰는 기자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유무료를 기자 스스로 혼용해서 쓰면 어떤 것이 ‘유료 기사가 될 만한 기사인지’ 알기 힘들다.” 각각 최진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부소장과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렙 운영자가 한 말이다.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료콘텐츠 전담 부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유료모델 시작에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7월1일자로 인사를 단행했다. 경제산업디렉터 산하 팩플팀, K엔터팀, 중앙일보S 포브스, S팀, 부동산팀 등이 유료 콘텐츠 제작에 우선 순위를 둔다고 했다. 유료 콘텐츠만 쓰는 부서는 아니라는 의미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유료화팀 소속이면 일단 유료화 기사는 책임지고 돌아가면서 쓴다. 하지만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발생기사 즉 비유료기사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기획된 유료콘텐츠도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유료 콘텐츠의 차별성 확보’는 업계의 오랜 고민이다. 한정훈 운영자는 “유료화 이후 3개월, 6개월, 1년이 가장 중요하다. 3개월 내에는 콘텐츠의 효용성이 작동해야 하고, 6개월 내에는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독점성이 필수고, 1년 내에는 콘텐츠가 만족도를 높이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 관건은 유료구독의 가치를 구독자들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최근 월드컵 시즌을 맞아 비정기 연재물로 중앙일보가 ‘안정환의 ‘카타르’시스’ 비정기 연재물을 선보였다. 안팎으로 필진을 적기에 찾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유료독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왼쪽부터) 최근 월드컵 시즌을 맞아 비정기 연재물로 중앙일보가 ‘안정환의 ‘카타르’시스’ 비정기 연재물을 선보였다. 안팎으로 필진을 적기에 찾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유료독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일보 내부에서는 유료화 콘텐츠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유료로 팔 콘텐츠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무엇인가. 위에선 고급 콘텐츠를 팔면 된다고 쉽게 말하는데, 포장을 잘하란 건지, 다른 데선 안 하는 걸 하는 건지, 돈 버는 데 도움이 되는 건지, 방향성이 모호하다”며 “팀장마다 생각이 다 다른 것 같아서 방향 상실에서 오는 혼란과 그에 따른 피로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 부소장은 “기본적으로는 제품 담당 임원 등 일관된 조직체계를 가지고 유료화에 대응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개인화’와 ‘독자와 상호작용’ 등도 과제로 꼽힌다. 최진순 부소장은 “구독모델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개인화다. 구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실제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이 부분을 과제로 보고 있다”며 “수십만명의 가입자DB와 유료 독자 등 다양한 이용행태 데이터 규모와 분석에 유료화 전략의 초점을 맞출지, 그런 투자와 실행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최 부소장은 “유료독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강연 프로그램 등 인사이트 세미나에 초청하는 등 콘텐츠를 넘어서는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해서 기자들의 소통 확대, 커뮤니티 기반의 관계 형성 등 멤버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앱 독자를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유료화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다. 한 운영자는 “로그인까지 독자들을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페이월(Pay Wall)이 독자들을 안내해야 한다. 여기서는 팬덤과 콘텐츠의 효용성이 함께 작동된다. 팬덤으로 페이월이 유지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이탈률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조선일보도 콘텐츠 차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원고는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월간 매거진 ‘신문과 방송’ 기고자로 참여해 작성한 글입니다. 신문과 방송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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