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후원’ 모델을 도입한 한겨레에 이어 조선일보는 지난 10일부터 ‘유료 구독’으로 나아가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현재 조선일보의 자사 홈페이지인 ‘조선닷컴’ 안에서 기사를 10개 넘게 보려면 로그인을 하도록 하는 창이 뜬다. 이를 ‘로그인 월(wall)’이라고 부르는데, 국내 종합일간지 중 첫 사례인 만큼 관심이 쏠린다. 

조선닷컴에서 기사 10개를 보고 11개째를 클릭하면 “조선일보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 독자님의 ‘로그인’은 신뢰받는 조선일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더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창으로 전환된다. ‘회원가입’ 버튼을 누르면 ‘이메일’ ‘비밀번호’ ‘별명(표시이름)’ 등의 간단한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로그인하면 전처럼 무제한 기사를 볼 수 있다.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화면 갈무리.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화면 갈무리.

11번째 기사를 보기 위해 ‘로그인’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조선일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정확한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상당히 성과가 있다”고 밝힌 뒤 “로그인 전환을 위해 기사 개수를 조정하는 건 데이터를 봐가면서 진행할 계획이다. 기사 개수를 고정하는 건 아니다. 독자들 반응을 보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이어 “로그인 월을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독자들을 파악하고 알고 싶어서다. 그동안 우리 독자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독자와의 관계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수익 모델’을 찾아 헤매고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은 질 좋은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매출 구조 중 상당 부분은 ‘광고’나 ‘부가 사업’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사에 대한 ‘독자’가 없어도 일명 ‘뜨내기 독자’로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언론들은 이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기존 수익 모델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 없는 시장은 바람직하지도 않아서다.

언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에서 고민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매체 자체에 돈을 지불해달라는 방식인 ‘후원’ 모델과 돈을 내야 기사를 볼 수 있는 방식인 ‘유료 구독’ 모델이다. 유료 구독 모델을 정식으로 도입하기 전 언론들은 자신들의 기사를 보는 독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조선일보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로그인 월(wall)’은 유료화로 가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김현대 한겨레 사장은 지난 17일자 1면에 “국민 모금 창간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고도, 이후 주주·독자들과의 강력한 연대와 신뢰를 쌓는 일을 소홀히 했다. 그것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한겨레의 경영과 편집을 지탱하는 결정적인 토대라는 사실을 망각했다”고 술회한 뒤 “한겨레가 후원회원을 모시는 일은 고질적인 공짜 뉴스 관행을 깨는 큰 도전이다. 포털의 공짜 뉴스가 선정적으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좋은 저널리즘이 싹트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현대 사장은 “세계의 권위 있는 언론사들이 찾은 답은 디지털 유료화와 자발적인 후원 회원제 두 갈래다. 국민 주주들의 성금으로 세운 한겨레는 그 정체성에 어울리는 후원 언론의 길로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회원가입 페이지화면.
▲조선일보 회원가입 페이지화면.

‘후원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한겨레와 달리, 조선일보는 ‘유료 구독’이나 ‘페이월’ 형태로 가기 위해 독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로그인을 통해 회원가입시 제공받은 정보 이상으로 독자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독자들의 행태를 볼 수 있다. 독자들의 성향, 선호, 취향, 연령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013년 말 월 3000원대의 ‘프리미엄 조선’(premium.chosun.com) 유료화모델을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경험을 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의 뒤를 이어 중앙일보도 오는 8월부터 조선일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오는 8월부터 유료화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술검토를 할 계획이다. 내부 IT 인프라를 정리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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