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디지털 기사 유료구독 서비스를 할 거라고 알려진 중앙일보가 유료화에 앞서 본격적인 ‘구독자 분석’에 나섰다. 지난 21일 새벽 중앙일보는 제호를 바꿔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중앙일보 아이디를 가진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로그인을 유도하는 페이지도 개설했다.

중앙일보는 1년여 전부터 구독자 분석을 위한 도구를 갖춘 홈페이지 개편을 준비해왔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문을 연 중앙일보 홈페이지가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새로운 페이지들을 개설하는데 20억원 안팎의 예산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가입자 데이터 과감히 포기한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기존 ‘조인스’ 도메인을 ‘joongang.co.kr’로 바꾸면서 기존 가입자 데이터를 모두 포기했다. 가입자 한 명 한 명의 개인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 기존 DB를 과감하게 포기한 이유는 뭘까.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중앙일보 디지털 독자 확보를 위해 로그인 독자 모집 페이지를 열었다.
▲중앙일보가 지난 21일 중앙일보 디지털 독자 확보를 위해 로그인 독자 모집 페이지를 열었다.

조인스 닷컴 시절 회원 정책은 중앙일보의 이용자라고 특정하기 어렵다. 조인스 도메인은 JTBC, 조인스 프라임, 중앙일보 등을 통합으로 운영하다 보니 조인스 닷컴에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가입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에 중앙일보 기사를 보기 위해 회원 가입한 독자만을 1차로 확보하고 독자 분석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로그인 독자 확보를 새롭게 시작했다. 기존에는 중앙일보 디지털 독자를 중앙일보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으로 봤다면 유료화에 앞서 개편한 홈페이지에서는 중앙일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1차 독자로 본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은 주로 기사 조회 수, 어떤 기사와 섹션이 반응이 좋은지, 기사를 보기 위한 유입경로 등을 분석해왔다. 중앙일보는 1차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의 관심 사항은 무엇인지, 독자는 어떻게 홈페이지 안에서 이동하는지, 어떤 독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쌓는다. 이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최적의 콘텐츠 기획과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편집국·디지털부서 소통해 홈페이지 개편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기사마다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건강한 주식 정보만 골라 맛있게 전해드린다’는 슬로건을 가진 ‘앤츠랩’이라는 콘텐츠는 ‘회원전용’이다. ‘혁신기업의 트렌드를 화목금 아침 배달해 드린다’는 슬로건을 가진 ‘팩플’ 뉴스레터 역시 ‘회원전용’이다.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들려주는 오늘의 밥상머리 뉴스’인 ‘오밥뉴스’ 콘텐츠는 ‘구독전용’이다.

회원 가입한 로그인 독자는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붙은 기사를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로그인하지 않으면 기사를 볼 수 없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는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붙은 기사를 볼 수 없다. 일부 전송된 기사들이 있긴 하다.

▲새롭게 개편한 중앙일보 홈페이지 오른쪽을 보면 콘텐츠에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있다. 중앙일보 회원이 되어달라는 배너도 볼 수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새롭게 개편한 중앙일보 홈페이지 오른쪽을 보면 콘텐츠에 ‘회원전용’ ‘구독전용’ 등의 표시가 있다. 중앙일보 회원이 되어달라는 배너도 볼 수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지 않고 ‘회원전용’ 앤츠랩 콘텐트를 보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중앙일보 회원만 열람 가능한 기사입니다’라는 내용의 창이 떴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지 않고 ‘회원전용’ 앤츠랩 콘텐트를 보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중앙일보 회원만 열람 가능한 기사입니다’라는 내용의 창이 떴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회원전용’ ‘구독전용’ 표시가 붙은 콘텐츠들 외에도 새로운 콘텐츠들이 보인다. 구독자 분석을 위한 새 홈페이지를 디지털 관련 부서가 담당하고 편집국은 어떤 새로운 콘텐츠들을 선보일지 고민한 결과다. 어느 한 팀만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상호 교류를 통해 진행된 개편이라는 것이다. 편집국은 중앙일보 홈페이지의 주기적 방문을 유도하는 연재·기획 기사를 제작하는 데 집중했다.

중앙일보가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조회 수(PV)가 떨어져 포털 내 점유율이 낮아질 거라는 내부의 우려도 있다. 때문에 네이버에서는 연성 뉴스를 서비스하고, 중앙일보 페이지 내에서는 심층·기획·연재 기사 등을 서비스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홀드백(hold back)’을 적용할 수도 있다. 홀드백이란 중앙일보 페이지 내부에서 먼저 보여주고 나중에 포털에 전송해 로그인하지 않은 독자들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일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구독하는 독자를 중앙일보와 관계를 맺는 독자로 볼 수 있다. 이런 독자들을 바탕으로 중앙일보는 최종적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콘텐츠가 유료화 성공 이끈다”

지난 5월 중앙일보보다 앞서 구독자 분석에 나선 조선일보는 ‘로그인 월(wall)’을 시행했다. 조선일보의 자사 홈페이지인 ‘조선닷컴’ 안에서 기사를 10개 넘게 보려면 로그인해야 한다. 독자가 몇 번째 기사부터 로그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국내 종합일간지 중 첫 사례인 만큼 관심이 컸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지난 6월부터 온라인 대응 자회사 조선NS를 만들어 가동하더니 포털 기사 트래픽 대응에 더 열중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조선일보가 일단 구독자 분석을 잠시 중단하고 포털 트래픽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 화면 갈무리.
▲조선닷컴에서 11번째 기사를 클릭했더니 로그인 페이지화면으로 전환됐다. 사진=조선닷컴 페이지 화면 갈무리.

업계 관계자와 학자들은 유료화 성공을 위해 독자와 상호작용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31일 미디어오늘에 “향후 과제는 일반적인 뉴스 생산을 넘어 고객 친화적인 제품생산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분석조직·독자마케팅조직이 콘텐츠생산조직과 협업하는 등 고객 친화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진순 기자는 이어 “고객 소통에 적극적인 기자 역할, 고객 커뮤니티 등 상호적인 서비스 구축과 함께 신뢰도, 호감도, 애착도 등을 높이는 브랜드의 재정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한 뒤 “현재의 포털주도 유통환경, 언론 불신환경, 공짜 뉴스 인식 등 한국적 경쟁 구도에서는 기사를 매개로 한 접점 형성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언론과 독자 관계는 장기적·근원적·문화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례는 이제 그 서막에 들어섰다. 이런 관점과 방향으로 자리 잡을 때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31일 미디어오늘에 “종이신문을 공짜로 줄 테니 구독만 해달라는 분위기 속에서 중앙일보의 디지털 유료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료화가 성공하려면 다른 언론사에서 똑같이 보이는 콘텐츠를 제공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만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독자와 기자가 상호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유료 기사 댓글을 통해 혁신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소통에 기반한 콘텐츠가 나와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홈페이지 개편 중앙일보, 로그인 독자 확보 페이지도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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