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언론사들이 유료화 실험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분명하다. 매체마다 실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 언론 사례 등으로 비춰봤을 때 현재로서 가장 해볼 만하다는 가능성이 있다. 페이월(Pay Wall, 지불 장벽)까지 이어지는 루트를 언론들이 생각할 수 있다.”

“언론사들이 다 구독 경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BS도 경쟁에서 절대 밀리면 안 된다. 이제는 할 때라고 생각해서 뛰어들게 됐다.”

▲지난 14일 SBS가 SBS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비디오머그 유튜브채널.
▲지난 14일 SBS가 SBS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비디오머그 유튜브채널.

각각 지난 29일 최우성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이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 발언과 지난 14일 SBS 프리미엄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 론칭 라이브 유튜브 방송에서 정혜경 SBS D콘텐츠기획부 소속 기자가 할 말이다. 언론사들이 유료구독 실험을 본격 시작하면서 한마디로 ‘우리 매체도 해야 한다’는 언론계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료구독 모델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이어 올해는 한국경제와 SBS가 도전을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등도 ‘로그인 월’(Login wall)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일보, 한달 반 만에 유료구독자 5000명 확보

‘로그인 월’은 일정 개수 이상의 기사를 보거나, 회원 전용 콘텐츠를 볼 경우 로그인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중 가장 먼저 로그인 월을 도입한 곳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조선닷컴 안에서 11번째 기사를 보려면 로그인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8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중앙일보는 ‘회원 전용’ ‘구독 전용’ 등으로 표기된 콘텐츠에 로그인을 해달라고 했다.

지난 9월 기준 ‘80만 명’ 넘는 로그인 독자를 모은 중앙일보는 ‘The JoongAng Plus’ 유료 구독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1일 ‘월 1만5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베이직 이용권’을 출시했다. 서비스 시작 단계인 만큼 첫 달은 무료, 이후부터는 월 9000원의 가격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중앙일보는 6개 분야, 총 32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월드컵 시즌을 맞아 비정기 연재물로 ‘안정환의 ‘카타르’시스’ 콘텐츠도 선보였다. 중앙일보는 ‘더 중앙 플러스’ 독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첫 세미나에서는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을 초정했다. 다음달 7일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등이 연사로 나선다.

▲(왼쪽부터) 최근 월드컵 시즌을 맞아 비정기 연재물로 중앙일보가 ‘안정환의 ‘카타르’시스’ 비정기 연재물을 선보였다. 안팎으로 필진을 적기에 찾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유료독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왼쪽부터) 최근 월드컵 시즌을 맞아 비정기 연재물로 중앙일보가 ‘안정환의 ‘카타르’시스’ 비정기 연재물을 선보였다. 안팎으로 필진을 적기에 찾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일보가 유료독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유료구독을 시작 후 한 달 반가량 지난 시점에서 중앙일보는 얼마나 많은 유료독자를 모았을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5000명이 넘는 유료구독자를 확보했다. 지난달 11일 유료구독 시작 이후 연내 5000명을 모을 거라고 예상한 중앙일보가 연내 목표치를 벌써 달성한 것. 이대로라면 연내 80만 명 로그인 독자의 1%인 8000여명의 유료구독자 모집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10일 조선닷컴 로그인 월 실험을 시작한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 중앙일보 홈페이지 개편 이후 ‘앱 독자 모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9월부터 조선일보는 ‘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달부터 두 달간 독자와 사원을 대상으로 ‘앱 확장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자 지면과 지난 11일자 사보에서 앱 확장 대회를 시작한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뉴스 앱 부문 사용시간 1위를 차지했다고 자평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조선일보 앱 총사용 시간은 52만 1275시간으로 구글 뉴스 앱보다 3만 4535시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사보에서 “이같은 성과는 포털이 아닌 조선닷컴이라는 본지의 디지털 영토 확대를 제 1전략으로 삼아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지키고 역량을 모아온 덕분”이라고 밝혔다. 앱 독자 확보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도, 유료 전환은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사보.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사보.

 

한겨레·경향·한국·매경·헤럴드 등도 ‘검토’

본지 취재 결과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등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시도를 지켜보며 유료구독 실험을 검토하고 있다.

이중 독자 후원제 ‘벗’을 시행하고 있는 한겨레는 후원제를 그대로 두면서도 유료구독 실험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일 밤 대통령실이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간의 동남아시아 순방 취재에 MBC 취재진은 전용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 10일 대통령실의 행위가 반민주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겨레 후원자들이 세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최우성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후원제와 유료구독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둘 다 가지고 가야 한다. 한겨레적인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 후원이라는 형태로 관여하는 길도 열어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유료화를 성공하려면 선제 조건이 필요하다. 독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축적하고 분석하는 마인드가 레거시 미디어에 그동안 없었다. 그런 걸 체계적으로 빨리 잘 진행하느냐에 따라 잘 되는 언론사가 결실을 볼 것 같다. 그게 안 된 상태에서 유료화를 시작하는 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후원제 관련 이미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한겨레 후원제 관련 이미지. 디자인=이우림 기자.
▲지난 9월30일 이진우 새 매일경제 편집국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달 11일자 매경노보.
▲지난 9월30일 이진우 새 매일경제 편집국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하고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지난달 11일자 매경노보.

지난 9월30일 매일경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편집국 조직 개편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이진우 매일경제 신임 편집국장은 “제3의 창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 유료화다. 온라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유료구독 실험을 시사했다. 지난 23일 오전 매일경제는 닛케이 디지털전략 총괄 임원을 초청해 ‘일본경제신문의 디지털 전략’을 주제로 강연회도 열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등도 유료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언론사는 기사 개수에 제한을 걸지, 프리미엄 콘텐츠에 제한을 걸지 불분명하지만 로그인 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유료화 후발주자로 나서는 언론사들에 최진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부소장은 “맹목적 따라 하기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매체 고유의 특징을 강조하고 우리 독자가 누구인지 찾아 니즈를 적절히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진순 부소장은 “콘텐츠 제작이 기존 조직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전문지, 뉴스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독자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또 멤버십 강화로 매체 브랜딩이 기반돼야 한다. 로그인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혜택, 이벤트 초대나 기자소통 기회 등 접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 접근, 디지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전사적, 체계적으로 구독 로드맵을 만들 수 있게 과학적 접근으로 구성원 공감대를 일으키는 비전 제시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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