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시민운동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상근활동가 전원이 조직 내 권력 사유화와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신미희 사무처장의 폭력적 언사 등이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언련 활동가 7명 일동은 17일 성명을 내고 “치열한 운동 뒤편에서 권력은 사유화됐고 위계와 형식이 강요됐으며 존엄과 존중은 사라졌다”며 “활동가 전원은 활동가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이날 전원이 사직서 제출을 마쳤다.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성명에서 “현 사무처장 임기 내내 그의 전횡과 폭력적 언행, 위계적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사무처 업무는 일관성 없이 사무처장의 기분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졌고, 사무처장은 이를 개선하려는 활동가들의 의견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운 상황에 활동가들은 주도성을 잃은 채 사무처장의 기분과 의중을 살피는 ‘심기 의전’을 수행해야 했다”고 했다.
이들은 “공기 같은 위계와 ‘까라면 까’ 식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책임자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개인화했다”며 “그 결과 많은 활동가들이 버티지 못한 채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다음 세대를 이을 활동가 재생산에도 실패했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민언련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조직의 안정과 위신’에 활동가들의 안정과 존엄은 없다”고 했다. 활동가들이 조직 내 공식∙비공식 경로로 신미희 사무처장의 위계적 소통방식과 ‘내로남불’식 조직 운영, 폭력적 언사 등 문제를 호소해왔지만, 이에 대한 책임자들의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무처장은 2024년 말부터 지금까지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 번복하는 일을 반복했고 사직한다는 이유로 활동가와의 대화를 회피했다”며 “조속한 사무처장의 사직과 사무처 변화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상임공동대표와 일부 이사만이 공감했을 뿐 이사회는 상황을 방치하고 오히려 사무처장 사직 시기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사무처장 임기조차 없는 민언련에서 활동가들은 조직의 상황이 나아지리란 일말의 희망조차 잃게 됐다”며 “그 모든 방임과 무책임의 순간이 모여 오늘의 파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또한 “활동가를 ‘최저임금으로 다시 뽑으면 되는 대체인력’쯤으로 여기는 시민단체에 미래가 있는가”라며 “구성원이 고통을 호소할 때 외면한 조직이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가”라고 거듭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집단사직이 41년 역사를 가진 민언련이 조직의 한계와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이번 성명엔 전직 민언련 활동가 10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으며 연명이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2014년 평화박물관 집단사퇴 활동가 일동’과 참여연대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노동조합 등 단체와 타 활동가 120여명이 연대해 이름을 올렸다.
민언련 공동대표와 이사 3인, 사무처장으로 구성된 민언련 임시확대운영위원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사무처 활동가 전원이 공개적으로 사직을 표시한 지금의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문제의 조속 해결을 위해 그 원인을 재점검하여 조직적인 쇄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민언련은 활동가들이 제기한 문제를 사무처 내 운영 방식과 개인 간 갈등으로 축소하거나 일시적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미 내부적으로 혁신위원회 구성을 통해 조직운영 및 활동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쇄신하자는 활동을 진행 중이고, 이러한 변화를 활동가들과 함께 구상하고 추진해가기를 바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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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운영위는 “민언련은 이번 사안을 특정 개인들의 책임으로 국한해서 바라보지 않고, 조직 전반의 운영방식과 소통체계를 바꿔가야 할 문제임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신 처장 거취에 대해서는 “사무처장은 지난해부터 조직 쇄신과 개인소진을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혔고, 민언련 활동력 유지를 위한 후임 물색과 안정적 인수인계를 위해 차기 조기총회 때까지 마무리해줄 것을 민언련에서 요청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 활동가 A씨는 “입장문에 나온 ‘혁신위’에 활동가는 없고, 활동가 의견을 듣는 제스처는 취했지만 의견 반영은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활동가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민언련은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으로 출발해 1998년 민언련 이름으로 시민언론운동을 이어왔다. 민언련 활동가들은 단체 출범 37년 만인 2021년 지속가능한 노동조건과 수평적 의사결정구조 등을 목표로 걸고 민언련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초대 민언련 노조위원장은 이듬해 2022년 12월 노조 결성을 이유로 사무처로부터 부당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 진정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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