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법사위 간사 선임안을 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계엄 해제 표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 시위를 하며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한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해 결국 무기명 표결에 따라 이같이 결정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의원의 남편도 법원장이니 욕 먹이지 말라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비난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부인과 사별한 박 의원을 향해 ‘사모님 뭐하세요’라고 발언했다가 “너무 무례하다”, “인간이 돼라”는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도 법사위는 거친 막말과 고함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16일 오전 전체 회의에서 두 번째 안건인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의 건’ 상정을 한 뒤 양측의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줬다. 민주당 의원들은 ‘초선 의원 비하’ 사과 표명도 하지 않은 나 의원의 간사 안건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반대의견에 따라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투표수 10표 중 부 10표로 의사일정 제2항 나경원 간사 선임의 건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의 간사 반대 의견을 표명하던 중 가족 문제까지 소환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나경원 의원 부군이 현직 법원장 아니냐. 남편은 법원장이고 부인은 법사위 간사고 이런 식으로 운영돼서는 더욱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이 “같은 동료 위원으로서 얘기하는데 간사하지 말라”며 “얼마나 억울해. 하지 마시라. 망신당하고, 이것 해서 뭐 하느냐. 그러니까 지금 남편이 법원장이니까 …남편까지 욕먹이고 있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상대 의석에 있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박지원 의원님 사모님은 뭐 하세요, 지금”이라고 반문하자 박지원 의원은 “돌아가셨다”라고 답했다. 재차 곽 의원이 “그렇지요.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예의를 좀 지키라”, “곽규택 실수했어, 완전히 실수했어”라고 반발했다.
박지원 의원도 “아니 저러니까 자기 형님한테도 야단을 듣지”라고 했다. 곽 의원이 “그러니까 여쭤본 거다”라고 맞서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돌아가셨는데, 뭐가 궁금하냐”라고 했고, 듣고 있던 추미애 법사위원장까지 나서 “심하다. 지나치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잘못됐다. 윤리위 제소감”이라고 질타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곽규택, 너무 무례해. 인간 좀 되라 인간 좀. 인간 좀 되라”라고 수차례 고함까지 질렀다.
추미애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한 직후 곽규택 의원은 박지원 의원 앞으로 와 “박 의원님 죄송합니다. 저 몰랐습니다. 진짜. 정말 몰랐습니다”라고 사과했고, 박 의원은 “조심하라”면서 악수하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곽 의원은 박균택 의원에게도 “정말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옆에 있던 서영교 의원은 “그게 말이 돼”라고 반문했다.
한편,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을 반대하는 이유를 두고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불법 비상계엄 때 국회에 들어오지 않은 것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때 표결에 불참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위해 용산 관저 출입 △사이비 종교 세력, 극우 수구세력 앞에서 불법 비상계엄 옹호 발언 △지금은 윤석열의 스피커를 자처한 것 등을 들었다. 장경태 의원도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 수괴의 구치소 접견 기록이 다수 있고, 내란의 밤에 윤석열과 통화 기록까지 나오는 현역 의원이 수사 대상임에도 법사위 간사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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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간사 선임으로 이런 토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민주당이 힘자랑하고, 국회까지 독재 운영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라며 “구형받은 것이 간사를 못 할 사유라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 수행하느냐.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도 신상 발언에서 “법사위에서 민주당과 간사로서 협의할 대상으로 우리 당은 저를 지정했다”라며 “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국회의 관행이었다”라고 반박했다.
법사위원이자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나경원 간사 선임안 부결 처리 후 논평에서 “민주당 스스로 국민의힘 간사를 막아 놓고 협의 부재를 핑계로 삼는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법사위를 휘두르는 ‘전횡의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행태다. 얼마나 더 법사위를 사유화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끔찍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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