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은 고의·중과실에 대해 배액배상을 예고했지만 이 대통령은 중과실이 배액 배상 요건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배액 배상을 도입하려 했으나 이 대통령은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라고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추석 전까지 전광석화같은 속도전을 주문했던 ‘언론개혁’의 핵심 입법안에 대통령이 비판적 의견을 명확히 밝힌 만큼 여당 내 개정안 논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부정선거 주장하던 언론사가 소송당해서 930억 원 물어냈다는 보도를 봤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도 명백한 가짜뉴스에 대해선 고액의 배상을 한다. 영향력이 크고 특별한 보호를 받는 만큼 권리에 책임이 따르는 것은 사회적 정의”라며 배액배상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선 민주당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언론 말고, 유튜브 하면서 일부러 가짜뉴스 해놓고 관심 끈 다음 슈퍼챗 받고 조회수 올리면서 돈 버는 곳이 있다”며 유튜버들의 폐해를 언급한 뒤 “당에 그 얘기를 계속하는 중인데, 언론만을 타겟으로 하지 마라, 안 그랬으면 좋겠다, 언론탄압 근거를 만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언론보도 중심으로 논의되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 국면이 불편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누구든, 누군가 해코지 목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가짜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조작하면 배상해야 한다. 언론이라고 특정하지 말자.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고”라고 말했다. 언론이 아닌 경우에도 허위정보 유포 시 배액 배상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 배액 배상 논의를 언론보도에 한정하게 하는 현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발언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언론중재법은 명확히 언론을 겨냥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은 언론보도를 포함해 유튜버부터 일반 국민이 유포한 모든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를 규율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대다수 언론보도가 온라인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망법 개정만으로도 언론보도 배액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언론을 탄압한다는 식의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정보통신망에서의 불법정보 범위에 ‘허위조작정보’를 명확히 포함하고,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의 위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의 3배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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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또 “일부러 그런 것과 실수는 다르다. 중과실을 징벌 배상할 일은 아니다. 법률가적 양심으로 보건대. 아주 나쁜 목적으로 악의를 가진 경우엔 엄격하게 하되 배상액은 아주 크게 하자.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되, 명확하게 들어오면 배상을 엄격하게 하자. 고의로 일부러 그러는 건 못하게 하자. 중과실은 대상으로 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이는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까지 규정해 보도자료를 내놨던 민주당 입장과 다르다. 이 대통령은 ‘고의’만 배액 배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민주당이 설정했던 배액배상의 범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허위조작정보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형사처벌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이 있는 우리나라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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