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연합뉴스
▲박장범 KBS 사장. ⓒ연합뉴스

KBS 사내 PD, 기자, 방송기술인, 아나운서, 영상제작인협회 대표자들이 박장범 사장에게 재차 전체 편성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서 “박장범 사장은 더 이상 사규를 위반하지 말라. 사규를 위반하는 사장에게 회사를 이끌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편성위원회는 KBS 내부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KBS 강윤기 PD협회장과 이승철 기자협회장, 김새스라 PD협회 라디오부회장, 김승준 방송기술인협회장, 유승용 전국기자협회장, 이상호 아나운서협회장, 김재진 영상제작인협회장 등 전체 편성위 실무자위원들은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같은 날 강윤기 실무자대표 명의로 오는 21일 오후 5시 전체 편성위 개최 요구서를 사측에 전한 상태다.

KBS는 방송법에 근거한 편성규약에 따라 분야별, 지역별, 전체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전체 편성위는 사내 노동조합들을 대표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 구성하는 공정방송위원회가 대신해왔는데, 현 사측이 개별 교섭을 택하면서 대표노조가 없어졌다. 편성규약은 이처럼 대표노조가 없거나 단체협약이 실효되면 기존 분야별 편성위원 등으로 전체 편성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근거로 꾸려진 실무자 측 위원들의 전체 편성위 개최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KBS 사측은 전체 편성위 구성은 개정 방송법에 따라 신설될 방송통신위원회 규칙 근거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현행 편성규약에 따라 분야별 편성위를 개최할 수 있고, 분야별 편성위에서 조정이나 해결이 되지 않은 사안은 전체 편성위에 상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BS에는 현재 ‘전체 편성위’ 자체가 사라진 상태이며, 주요 방송사들은 방송법 개정·공포 여부와 관련 없이 사내 규정에 따라 편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측 입장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KBS 실무자위원들은 “이미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두 차례 공동성명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현행 편성규약에 따른 편성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전체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분야별 편성위원회에서는 안건 채택이 일방적으로 거부당하고 있으며 정례 개최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회사의 답변처럼 이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전체 편성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 편성위원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누적된 분야별 편성위원회 및 전체 편성위원회의 현안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지금부터 새 방송법의 실질적인 시행 시작 전에 발생하는 사안은 어디서 누구와 의논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MBC와 SBS, EBS 등 새 방송법이 적용될 회사들은 편성규약에 따른 현재의 전체 편성위원회를 통해 방송법 개정 이후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협의를 이미 시작했다”며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KBS의 상황은 어떠한가. 편성규약에 따른 전체 편성위원회 실무자 위원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박장범 사장과 사측은 일체의 논의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무자위원들은 나아가 “방송법에 따라 제정된 편성규약은 사규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 실무자 측 위원들은 회사의 계속된 전체 편성위원회 개최 거부가 사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계속해서 사측이 전체 편성위원회 개최를 거부할 경우,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KBS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박민 전 사장, 박장범 현 사장 체제에서의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반복돼왔다. 박민 전 사장 취임 직후 KBS의 주요 시사프로그램들이 대거 폐지된 이래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인사이트’ 불방,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미중계, 광복절 이승만 미화 다큐 편성, ‘윤석열-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부실 보도 등 논란이 잇따랐다. 박장범 현 사장 체제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비상계엄) 관련 ‘추적60분’ 편성 삭제 및 ‘시사기획 창’ 불방 위기 등이 불거진 가운데 KBS 기자협회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보도 종합 평가’를 안건으로 개최 요구한 보도편성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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