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왼쪽)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3’ 포스터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왼쪽)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3’ 포스터

한 주 간격으로 넷플릭스에서 1위에 오른 작품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3’은 모두 한국의 사회문화를 상징하는 소재와 주제의식을 다뤘다는 점에서 우리 관객의 눈길을 끈다.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케이팝 아이돌이 악령을 퇴치한다는 판타지 설정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20일 공개 이후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메가히트작으로 손꼽히는 한국형 생존스릴러 ‘오징어 게임3’ 역시 지난 27일 공개 즉시 시리즈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두 작품에서 한국이라는 사회는 판이한 맥락을 지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상징하는 케이팝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적인 아이돌 반열에 오른 헌트릭스 멤버 ‘루미’는 악령의 피를 이어받은 자신의 치부를 철저히 숨겨왔지만, 믿고 의지하는 두 명의 멤버 ‘미라’와 ‘조이’에게 그 사실을 진솔하게 터놓게 된다. 결점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면모를 ‘함께하는 힘’으로 치유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야기는 전통적인 자기 극복 서사다. 관객에게 삶의 희망과 낙관을 안기는 성장물로서의 또렷한 면모는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왜 ‘어린이&가족 영화’로 분류돼 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3’ 스틸컷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3’ 스틸컷

반면 ‘오징어 게임3’은 경쟁 최우선주의를 추구해온 한국 사회가 필연적으로 양산할 수밖에 없는 패배자의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정함이 그 핵심 정서를 이룬다. 누군가는 늘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의 구조에서 가장 큰 보상으로 여겨지는 ‘돈’을 얻기 위해 주인공들은 친구를 배신하고 가족과의 약속을 저버린다. 처절하고 남루한 인간 군상에 대해 말하는 잔혹한 사회반영적 생존스릴러 시리즈가 2021년 1편 공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폭력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공개된 이유일 것이다. 

관객 그 중에서도 특히나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 세대를 ‘살아가게’ 이끄는 따뜻한 희망을 품은 작품, 한편으로는 이미 다 커버린 나이 든 관객의 현실을 ‘절망하게’ 만드는 잔인한 파괴력을 지닌 작품. 한국이라는 사회와 그 문화를 공통분모로 삼아 태동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3’이 이토록 극명하게 다른 맥락을 지닌 채 완성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양극단처럼 보이는 정서가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모순적인 사회가 이곳 한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대치할 것만 같은 맥락이 복합적으로 뒤섞이고 휘몰아치는 혼돈장, 그 안에서 늘 들끓고 충돌하는 에너지 자체가 한국이라는 걸 콘텐츠로서 보여주는 셈이다.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글로벌 시청자가 그 복잡성을 받아들이면서 각각의 작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건 우리 사회의 충돌하는 정체성이 타인의 세계에서도 무리 없이 수용될 만큼 대표성을 지닌 정서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토대 삼아 한 발 더 나아간 상상을 해본다면, 이런 방향이 될지 모르겠다. 한국의 문화적 상징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다음 지향’은 과연 무엇이 될까. 치유와 파괴라는 모순적인 조합으로 어떤 종류의 새로운 가치를 파생시킬 수 있을까. 그 가치가 다시금 국내 관객은 물론 세계의 시청자를 설득하고 감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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