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MBN 뉴스를 책임진 김주하 앵커가 마지막 방송에서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했다”는 클로징 멘트를 남겼다. 방송을 마친 뒤 미디어오늘에 “뉴스 진행 그 자체보다 뉴스 모니터가 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10년간 못 쓴 ‘연차’라는 걸 마음 편히 써보려고 한다”는 소회도 전했다.
김주하 앵커는 오랜 기간 뉴스와 함께하며 미디어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김 앵커는 1일 미디어오늘에 서면으로 “과거에는 뉴스를 접할 매개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언론사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 뉴스 소비자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뉴스 출처를 갖게 되었다. 이게 앵커에겐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 앵커는 “예전에 뉴스를 진행할 때는 몇 안 되는 경쟁 언론사, 방송 뉴스 혹은 신문을 보는게 거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지상파 및 종편, 신문, 인터넷언론, 유튜브·SNS 등을 통해 쏟아지는 뉴스를 보는 게 의무가 됐다”며 “시청자가 아는 뉴스를 앵커는 놓쳐서도 안 되고 또 얼마만큼의 시청자가 어느 정도를 알고 있는지 알아야 그에 기반해 뉴스를 전할 수 있다. 잠시 식사만 하고 와도 그새 쏟아진 뉴스를 쫓아가야 하는 일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바쁘게 흘러가는 뉴스 최전선에 김 앵커가 몸을 맡긴 지 10년이 지났다. 명실상부한 ‘종편 최장수 앵커’다. 클로징 멘트에서 김 앵커는 MBC 시절까지 포함해 “25년 넘게 뉴스와 함께했다”고 말했다.
“뉴스를 끝내고 퇴근을 한 뒤 최소 타사 3개의 뉴스를 통째로 다 듣습니다. 나머지 언론사만의 단독 뉴스를 찾아보고 나면 새벽 3~4시에요. 또 오전 9시 전에 일어나 조간 4~5개를 보고 출근하고, 점심은 석간과 함께 해야 하니 늘 혼자 도시락으로 해결. 저녁은 뉴스 준비를 하며 해결해야 해 핑거푸드로 채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MBN에 오고 1년 반 동안은 오전 편집회의부터 참석하기 위해 7시50분에 출근했네요.”
김 앵커는 “뉴스 진행 그 자체보다 뉴스 모니터가 더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후회도 없는 건 아니다. 앵커는 뉴스의 인물들, 정보를 주는 사람들과 교류도 해야 하는데 저렇게 살다보니 그런 만남은 거의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사한 일”들로 남았다. 특히 마지막 방송 뒤 기자들과 기술진, 카메라 감독 등 예상치 못한 축하 세례에 “울지 말아야지, 결심했던 게 무너졌다”고 했다. 김 앵커는 “이렇게 산 걸 후회는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며 “뉴스를 내려놓지만 저는 감히 행복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앵커는 “회사에서 새 프로그램에 대해 전폭적 지원도 약속해주시니 일단 10년간 못쓴 ‘연차’라는 걸 마음 편히 써보려고 한다”며 “과연 10년간의 뉴스 모니터 습관을 언제쯤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바꿔도 될 것이다. 이제 뉴스는, 누구에게나 ‘삶’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MBN은 개국 30년 개편 일환으로 1일부터 ‘뉴스7’ 진행자를 김주하 앵커에서 최중락·유호정 기자로 교체한다. 최중락 앵커는 1999년 MBN 기자로 입사해 ‘뉴스2’, ‘이슈&현장 앵커가 떴다’ 등을 이끌었다. 유호정 앵커는 2017년 MBN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쳤고, 2023년 여야 의원들과 함께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판도라’를 단독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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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앵커는 지난달 31일 MBN ‘뉴스7’ 클로징멘트에서 “방송에 몸 담고 뉴스를 하며 6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긴 시간 동안,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희로애락을 함께했고 또 제 개인적인 일까지도 함께 울고 웃어주신 여러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 또 다른 세계에서 여러분을 맞을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1997년 MBC에 입사한 김주하 앵커는 2007년 MBC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단독 앵커를 맡았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 첫 단독 여성 앵커였다. 이후 2015년 MBN으로 이직해 단독 앵커로 메인뉴스를 진행했다. 김 앵커는 지난달 20일 인사에서 특임상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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