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밤 방영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이순재 배우가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을 수상한 것과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드라마 ‘개소리’에 대한 관심도 환기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시상이 ‘KBS다움’을 보여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이순재 배우는 KBS 연기 대상을 수상한 이후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라며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면서 늘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기대상은 이순신 장군이나 역사적 인물을 연기했던 출연자들이 주로 받아왔고 또 60대가 넘으면 주로 공로상이 주어졌는데 60이 넘어도 연기로 평가를 받아 (기쁘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수상 소감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대상 수상작 드라마 ‘개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드라마는 우연히 개의 말을 알아듣게 된 극 중 ‘배우 이순재’(이순재 역)가 경찰견 소피와 함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노인 성장 드라마다. 지난 9월25일부터 방영된 12부작 ‘개소리’의 경우, 대상 수상작인 것을 감안하면 화제성이 큰 드라마는 아니었다. 1화는 4.2% 시청률로 시작해(닐슨 코리아 기준) 12화 동안 3~4% 시청률을 유지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10월20일 방영된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 1113회’에서 드라마 ‘개소리’에 대한 평가를 하며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국민 연금을 비롯해 사회 복지와 관련해 세대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노인과 MZ세대, 어린이와 동물들의 화합을 다룬 드라마가 반갑다”며 “드라마는 개의 말을 알아듣는 이순재 배우가 살인 사건을 함께 해결한다는 설정인데 일상과 판타지, 코믹한 터치가 있으면서 균형이 좋은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드라마의 제목 ‘개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극 중 이순재 배우만이 개의 말을 알아듣고, 살인 사건을 직접 목격한 개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등 (의미있는 말을 전달하지만) 경찰에게 이것은 ‘개소리’ 취급을 받는다”며 “늙은이와 개만 알아듣는 이야기로 치부되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소수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사회인지, 공식화되지 않은 목소리에 귀길이고 있는지 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드라마가 실제 상황과 비슷한 설정에서 시작된다는 점, 즉 극 중 배우 이순재가 신인 연기자와의 갈등 때문에 거제도로 낙향을 하면서 은퇴한 노인들과 일상을 꾸리는 상황 등이 재미를 더한다는 평가다. 다만 극중에서 추리 장면이 단순하고,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다소 잔인한 화면이 자주 나오는 것은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KBS가 이번 대상 수상자를 이순재 배우로 정하면서, KBS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는 평도 나온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크게 봤을 때는 연말 공중파 시상식이 더 이상 대표성을 띄기는 어려워졌지만, 이번 이순재 배우 수상은 KBS와 어울리는 선택”이라 말했다.
나아가 KBS가 OTT와의 길과는 다른, KBS 만의 길을 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개소리’라는 드라마 자체는 호평이었지만 한편으로 이 수상이 KBS 드라마의 역설적인 상황을 드러낸 측면도 있다”며 “KBS는 많은 제작사들이 피해가는 방송사가 된 상황이고 상을 줄 만한 작품도 적었다. 크게 성공할 만한 드라마는 OTT로 가는 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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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평론가는 “드라마 ‘개소리’처럼 노인 문제나 동물, 지역 문제를 다루는 공영성을 띈 드라마들은 사실 OTT 환경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대중적인 큰 흥행은 힘든 작품”이라면서도 “다만 결과적으로 이번 수상을 통해 화제가 됐고 호평을 받고 있다. KBS는 OTT를 따라갈 생각을 하지말고 공영성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이라 말했다.
김 평론가는 “KBS가 시청률의 잣대로만 타사 등과 비교하면서 ‘뒤쳐져 있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번 드라마와 이순재 배우 수상처럼 세대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공영성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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