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연예·연기 대상 등 연말 시상식이 ‘그들만의 잔치’로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 지상파 연예대상에서는 MBC를 떠나는 김태호 PD의 모습이 비춰지고, SBS 연예대상에서 8관왕을 받은  ‘골때리는 그녀들’이 일주일도 지나지않아 방송 조작논란으로 징계를 받는 등 저물어가는 지상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올해 SBS연예대상의 시청률은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민망한 한자리 시청률 지상파 연말 시상식, 무용론이 맞는다]

올해 연예대상에서는 3사 가운데 MBC가 가장 높았는데, ‘무한도전’ 등 MBC의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던 김태호PD의 퇴사를 맞닥뜨린 시상식이었기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태호 MBC PD. ⓒMBC
▲김태호 MBC PD. ⓒMBC

올해 지상파 연예대상 시청률은 시청률전문기업 TNMS에 따르면 29일 방송된 ‘MBC 연예대상’이 시청률 6.7% (1부 6.8%, 2부 6.7%)를 기록하며 지난 18일 방송된 ‘SBS 연예대상’ 시청률 5.5% (1부 5.3%, 2부 5.6%)와 25일 방송된 ‘KBS 연예대상’ 시청률 4.8% (1부 5.7%, 2부 4.1%)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더라도 ‘MBC 방송연예대상’은 수도권 가구 시청률 1부 6.5%, 2부 7.2%로, 동 시간대 1위(2부 기준) 및 방송 3사 연예대상 중에서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29일 MBC 연예대상 대상은 유재석씨가 수상했는데 이는 2년 연속 수상이었다. 대상에 유재석씨, 올해의 예능 프로로 ‘놀면 뭐하니’가 수상했다.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는 올해의 예능프로 외에도 베스트 캐릭터상, 베스트 커플상, 인기상 등 10관왕을 기록했다. 

이날 유재석씨는 대상을 받고 퇴사를 앞둔 김태호 PD에 “김태호PD가 없는 ‘놀면 뭐하니’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김 PD가 새로운 결정을 한만큼 승승장구하길 빈다”고 말했다.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 수상소감으로 “여의도 7년, 일산 7년, 상암 7년을 근무하고 퇴사한다. 운 좋게 매년 연예대상에 참석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고 다양한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8관왕 거머쥔 ‘골때녀’ 1주일도 되지않아 방송 조작 논란

SBS는, 시청률 부진과 함께 연예대상 8관왕을 기록한 ‘골때리는 그녀들’의 방송 조작 논란으로 ‘연말 시상식’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게 하였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관련 이미지. 사진=SBS 홈페이지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관련 이미지. 사진=SBS 홈페이지

지난 18일 SBS 연예대상의 1부, 2부 평균 시청률은 5.5%(TNMS 기준) 였는데 SBS연예대상 최근 10년 중 최저 시청률이다. 이 시상식에서는 ‘골때리는 그녀들’이 8관왕을 차지했지만, 시상식이 끝나고 1주일도 되지 않아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여 제작진 교체와 징계를 결정하게 됐다. ‘시상식 회의론’을 더 크게 와 닿게 만들었다. 

연기대상의 경우에도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대작들은 OTT, 종편, 케이블, 웹드라마 등에서 제작되었다 보니 콘텐츠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 아닌 각 방송사의 성과 확인 정도로 고착됐다. 30일 방영된 MBC 연기대상의 경우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6.3%를 기록했고 드라마 ‘검은 태양’의 남궁민이 대상을 받았다. SBS와 KBS의 연기대상은 31일 저녁 방영된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제작한 ‘오징어 게임’을 대표로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한 해였지만 지상파 시상식은 이러한 흐름을 느낄 수 없는 형식이다. 

“시상식, 이제 각 방송사 성과 짚는 정도로 보아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31일 통화에서 “지상파 시상식이 ‘방송사만의 잔치’, ‘상 나눠주기’ 정도로 여겨진 것은 올해만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계속 지적돼왔다”며 “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이 나오기 어려운 탓도 있었다. 촬영 제약이 매우 컸고 결과적으로 이전부터 쭉 방송을 잘해온, 고정적 팬층이 있는 프로나 연예인에 상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기대상에 대해서도 정 평론가는 “30일 진행된 MBC 연기대상의 경우 ‘옷소매 붉은 끝동’과 ‘검은 태양’이 주로 상을 받았는데 그동안 부진했던 MBC 드라마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었던 부분을 볼 수 있었다”며 “OTT와 종편, 케이블 등으로 큰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지상파는 재정 적자가 심화하면서 제작 편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니 이제 지상파 시상식은 전반적 콘텐츠 시장을 아우른다기보다 각 방송사의 성과를 확인하는 작은 잔치로 보는 흐름이 맞는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정민경 기자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