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MBC가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을 두고 “이번 판결은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바로 잡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모적 정쟁을 가라앉히며 우리 외교에 대한, 그리고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2일 오후 브리핑에서 “법원의 정밀한 음성 감정으로도 대통령이 MBC의 보도 내용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영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하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 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이도운 수석은 “당시에 야당이 잘못된 보도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논란에 가세함으로써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 간에 신뢰가 손상될 위험에 처했던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야권에도 화살을 돌렸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연합뉴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미국 뉴욕 순방 당시 정확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오늘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외교부 요청으로 진행된 음성감정 결과 ‘이 XX’는 비속어이지만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는 감정이 불가하다는 판단이 나온 바 있다. MBC를 비롯한 다수 언론사들이 보도한 윤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대통령실은 ‘날리면’ 주장)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확하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발언은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정보도를 인용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법원의 판결은 MBC가 허위 보도를 했고 그로 인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걸 인정한 것”이라며 발언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통령 발언을 묻는 질문이 다시 이어지자 해당 관계자는 “그 모든 걸 포함해서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중 비속어는 인정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회에 대해 비속어를 썼다는 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관계자는 “질문하신 기자님은 판결문 어디서 받아봤느냐”는 질문을 두 차례 거듭한 뒤 “알고 나서 질문하라”고 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재개 여부에 대해 “그런 검토는 아직 안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제2부속실 설치에 관해선 “이전 정부에서 제2부속실이 설치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때는 어떻게 운영됐는지, 우리와 비슷한 국력과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들은 어떻게 영부인에 대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험한 말들을 쏟아내면서도 대통령이 정작 무슨 발언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피해가는 무책임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MBC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법원도 인정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쪽팔려서’라는 욕설과 비속어 사용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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