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정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을 두고 “이번 판결은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윤 대통령은 ‘바이든’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이를 전달한 MBC 보도는 허위라는 이상한 논리의 판단”이라며 “‘바이든은 아니’라는 결론을 자의적으로 정해놓고, 어색하게 꿰맞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2일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외교부 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뉴스데스크> 첫머리에 앵커가 낭독하라며, 이를 어길 시 1일당 100만 원을 외교부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12일 성명을 내고 “1년 넘게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외교부는 실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주장했던 것처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외교부가 신청한 음성 감정 요구를 수용해 진행했지만 음성감정 전문가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 불가라고 밝혔다. 반면 ‘이 새끼’, ‘쪽팔려서’라는 욕설과 비속어 발언은 확인된다고 감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서울시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본부는 “재판부 역시 판결문 곳곳에 윤 대통령이 실제 한 발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정정보도문에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한 뒤 “그러면서 148개 국내 언론사와 똑같이 듣고 들리는 대로 똑같이 전달한 MBC 보도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감정할 수 없다는 결과도 이해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 ‘판독 불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정답’이 없는 ‘오답’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를 부인하며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C본부 노조는 “과거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경우 진실 여부를 밝히는 책임은 청구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번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증명할 책임을 MBC에 돌렸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MBC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이라고 말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당시 ‘바이든’으로 들었고 지금도 ‘바이든’으로 듣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기억과 청각은, 1심 재판부의 판결대로 MBC가 정정보도를 하면, 다 사라지고 정정되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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