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를 ‘허위’로 규정하고 MBC에 정정보도를 주문한 여파가 여권의 MBC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력자가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는 사안을 허위로 단정한 판결이 총선을 앞둔 언론계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는 정정보도문을 방송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MBC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번 판결은 소위 ‘바이든-날리면’ 논쟁을 두고 MBC 등 언론사들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고 주장했던 여권 주장에 힘을 싣게 됐다. 2022년 9월 윤 대통령 뉴욕 순방 취재 도중 관련 발언을 최초로 발견했던 이기주 MBC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소송 때문에 수사가 멈춘 상태였는데 다시 진행될 거 같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관련 심의를 시작할 것 같고, 지상파 재허가도 유예했는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여권에선 MBC를 둘러싼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방심위는 자막조작 방송에 대한 심의를 즉각 진행해 MBC 자막조작 방송에 대한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해야한다”고 했으며 “방통위는 MBC의 공영방송 자격 여부와 재승인·재허가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MBC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 4기 방통심의위원 출신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방송사 입장에선 위축 효과를 넘어 보도 자체를 기피할 수 있다”며 “기자들의 취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 대상자들이 해명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검증 보도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장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 겸임교수는 이번 판결을 둘러싼 여권 움직임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구성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여권이 (정정보도 소송) 최종심과 상관 없이 정치적 일정에 맞춰 계속해서 동일한 주장을 할 것이다. 선거방송심의는 방송심의규정 등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이 적용된다. 이 제도를 악용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방송을 통제할 수 있는 검열 기능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언론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 쟁점화하는 문제를 우려하며 “민주 제도 아래서는 자율적 영역에서 보도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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