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윤석열 대통령.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MBC와 윤석열 대통령.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서울서부지법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제 저 문장으로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면 오보인 셈이다. 나아가 저렇게 들리는 사람들은 저렇게 들린다고 말하면 ‘가짜뉴스 유포자’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해 욕을 했으니 정정보도 하라는 게 ‘자랑’인 나라에 살고 있는 마당에, 머지않아 달팽이관 압수 수색이 이뤄져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시대다. 

‘음성 감정 불가’가 나왔으니 보도가 허위라는 법원 판결은 문제적이다. ‘감정 불가’라는 이유만으로 재판부는 대통령의 음성을 현 과학기술 수준으로 밝힐 수 없는 ‘과학적 사실’로 보고 사실상 MBC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음성 감정결과는 ‘감정 불가’가 예상됐다. 기자들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 수색당하고 출국금지 되는 세상에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음성을 정확히 감정하겠다고 나설 전문가는 없었다. 

MBC 보도에 등장하지도 않는 외교부가 소송에 나서며 쟁점으로 예상됐던 원고 적격성 문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2심에선 1심보다 엄격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오보를 주장하려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부터 정확히 밝히는 게 정정보도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 소송은 그런 상식이 없었다. 외교부도 대통령 발언이 ‘날리면’인지 ‘바이든’인지 끝까지 특정 못 했다. 항소심에선 부디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꼭 알려주기 바란다. 그래야 상식적 재판이 가능하다. 언론 검열시대로의 퇴행에 대한 사과는 기대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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