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윤석열 대통령. ⓒ미디어오늘
▲MBC와 윤석열 대통령. ⓒ미디어오늘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보도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11일 1심 법원 판단에 따라 ‘오보’가 되었다.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외교부-MBC 재판 과정에서 소송의 쟁점이 “외교부에게 정정보도 청구권이 있느냐와 실제 발언이 있었는지 보도 내용의 진실성, 크게 두 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교부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인정했고,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외교부는 보도 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되는 자”였다. 재판부는 “MBC는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언 논란까지 이어지게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MBC는 대통령실과 야당의 입장을 인용하는 형식을 통해 이 사건 발언이 단순히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했다. 또 “2022년 9월27일 국회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는데 제안 이유 중 하나로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폄훼하는 듯한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격 훼손은 물론 한미동맹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름. 이러한 빈손 외교, 막말 외교에 대해 주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들고 있다”며 외교부의 원고 적격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비록 MBC 보도에서 외교부를 직접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있더라도 외교부는 이 사건 보도 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있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보도가 진실하지 않을 경우 그 정정보도를 청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 보도 내용도 허위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카메라 영상에 담긴 발언에서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 언론사로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식으로 단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외교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음성 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판독 불가)…쪽팔려서 어떡하나.”

재판부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영상에 담긴 발언에서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도 정정보도 청구자에게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보도 내용은 진실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해내기 어려운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당시에는 야당이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며 “만약 야당이 1억 달러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MBC의 ‘검증 부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MBC는 이 사건 보도 이전부터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보도 전 위 서비스를 이용해 이 사건 발언을 검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그밖에 음성 감정 등 기술적 분석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9월22일자 MBC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2년 9월22일자 MBC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 “MBC는 이 사건 보도를 전후해 국내 148개의 언론사가 MBC와 같은 취지의 보도를 했으므로 보도를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이 사건 보도의 진실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 언론사 중에서는 MBC가 유튜브를 통해 공식적으로 첫 보도를 한 이상, 다른 언론사가 첫 보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MBC 이외에 다른 언론사는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지도 않은 ‘미국’을 괄호 처리해 자막으로 추가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나아가 “MBC로서는 자막을 추가하지 않은 채 음성 원본만을 들려준다거나 자막을 추가하더라도 논란이 되는 발언 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해 시청자가 발언 내용을 각자 판단하도록 할 수 있었지만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바이든은’ 부분을 자막에 추가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왜곡이 생기게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을 언급했다’는 사실적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사용례에 반해 ‘미국’을 자막에 추가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사람 음성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고 휘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발언자 스스로도 자신이 사용한 단어가 정확히 무엇인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껏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특정하지 못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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