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 지분 약 31%의 인수자로 낙찰된 유진그룹에서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노동청 등에서 지적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당한 사유 없이 노사협의회 설치를 방해하고, 직원들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사안을 노동청에서 문제 삼은 것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취재한 결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이하 노동청)은 지난해 12월 유진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노사협의회 설치를 방해해 근로자참여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유진기업 대표에게 행정지도를 내렸다. 

노동청 행정지도 내용을 보면, 해당 법에 근거해 근로자위원 선출을 지원해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지난해 4분기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회의록을 작성·비치하도록 했다. 또 노사협의회 위원 중 고충처리위원을 선임하도록 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유진기업에는 노조가 설립됐는데 노사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 유진기업 로고.
▲ 유진기업 로고.

노조 설립하자 가입여부 대면 확인하겠다는 유진기업

유진기업은 노동청 행정지도를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청은 지난 1월 유진기업이 노사협의회 미설치에 대해 “사건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범죄 인지 후 수사를 완료했다”며 근로자참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넘겼다. 

노동청은 지난 3월 초 유진기업에 ‘노사협의회 미설치’ 관련 시정지시를 내렸다. 유진기업이 유진기업 노조에 대해 과반노조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대면 방식’을 고수하고 과반노조 확인을 고의적으로 기피해 노조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근로자참여법 제6조를 보면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은 해당 노조의 대표자와 노조가 위촉하는 자로 한다. 통상 회사가 자사 노조가 과반노조인지 확인하려면 인사 담당자 등에게 요청해 체크오프로 조합원 수를 확인하면 된다.

체크오프는 노조가 각 조합원에게 징수할 조합비를 회사 측이 대신 징수해 노조에 일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조합비가 월급에서 원천 공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진기업은 사측 관계자가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한 것이다. 유진기업 창립 38년 만에 노조가 처음 설립된 가운데 대면 확인 방식은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노동청은 유진기업 측에 “유진기업노조와 과반노조 확인 협의를 진행하고 2023년 3월17일까지 적정한 방법을 찾기 바란다”며 “유진기업은 시정명령을 받은 즉시 노조에게 아래 내용으로 공문 발송할 것”이라고 했다. 공문으로 발송하라는 내용은 “유진기업은 유진기업 노조에게 과반노조 확인 방법에 ‘사용자(관리자)와 조합원 간 직접 대면을 통한 노조 가입 여부 확인 방법’을 언급하지 않겠다”였다. 

하지만 유진기업은 노조에 해당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 유진기업 누리집 갈무리
▲ 유진기업 누리집 갈무리

회사 측의 노조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진기업이 지난해 11월 각 권역 총괄부장, 공장장, 팀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인사평가를 위한 개별 면담에서 파업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단과 재발방지를 요청했지만 관련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유진기업 측은 노조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적법한 대체근로 투입을 위해 업무정상 가동계획·훈련을 준비하고 있고, 면담시 파업 참석 여부만 물었을 뿐 노조 가입 여부는 묻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 2월 유진기업이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여부, 각 권역별 규모, 파업 시 참석 여부 등을 파악한 사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지노위는 “노조 공문을 보면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단체행동권을 통해서라도 시정하겠다는 취지로 특정 시점에 파업을 예정할 것으로 해석하기 힘들고 당시 본교섭도 진행되지 않아 파업 참석 확인 필요성과 긴급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노조에 파업에 대해 직접 질의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노동자가 상급자로부터 직접 인사평가를 받는 1:1 면담에서 파업 참석 여부를 물었고 당시 노동자가 느낄 압박감은 충분히 예상해보인다”고 지적한 뒤 “당시 노조와 사측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업무 정상 가동 계획 수립을 위한 질문을 했을 뿐이라는 사측 주장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지난 6월 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2022년 12월1일 사측이 중부권역에서 작성한 ‘비상경영시나리오’ 초안에는 ‘조합원 탈퇴 유도 문구’가 포함돼 있었고(비록 최종본에서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 하더라도) 당시 노조는 신생노조로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조합원 신원을 보호하려는 상황이었으므로 파업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건 노조 가입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파업참여 여부를 확인한 행위는 노조 단결력 훼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노조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등 위반으로 시정지시 

또한 노동청은 지난 5월부터 유진기업에 대해 수시근로감독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유진기업이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지시를 내렸다. 

유진기업은 재직자에 대해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425명, 2억7700여만 원), 연장·야간·휴일 수당 과소지급(112명, 1억3900여만 원), 퇴직자에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56명, 3700여만 원)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시정지시를 받았다. 

또한 근로기준법에서는 여성을 야간·휴일에 일 시키려면 해당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 없이 휴일에 일을 시킨 사실, 당사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어기고 주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 합의 없이 퇴직금을 과소지급(17명, 590여만 원)해 퇴직급여법 위반, 매년 1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일부 직원들에게 실시하지 않은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각각 시정지시를 받았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23일 미디어오늘에 “새로 설립된 노조를 탄압하는 전형적인 악질 기업 행태를 유진기업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삐뚤어진 노동관과 언론관 등을 가진 유진기업이 언론사 대주주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국회에서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홍성재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은 이 사안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답을 하지 않았다. 

유진기업 측은 지난 22일 미디어오늘에 ‘노사협의회 미설치로 행정지도 받은 것’에 대해 “노사협의회 설치를 방해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법령(근로자참여법)에 입각해 적법한 노사협의회 구성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유진기업 측은 “과반노조 여부는 비노조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 노조는 과반수 노조를 주장하면서 입증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고 회사가 제안한 나름의 입증방법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노동청 고발을 했으나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과반노조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에서 불기소 했다”고 답했다. 

각종 수당 미지급 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당직성 업무에 근로로 전환하도록 수정지시 받았는데 이는 위반의 문제가 아닌 근로·당직 해석차원에서 재해석이 이뤄진 것이며 이를 위해 복수 근로감독관의 심도 있는 논의와 유권해석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근태관리 방안을 노동부 지도에 맞춰 별도로 마련해 9월1일부터 적용,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은 YTN 지분 매각 입찰에서 3199억 원을 써내 낙찰됐다. 지난 10일 유진은 최대주주인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지분 30.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320억 원)를 납입했다. 유진그룹은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51%, 계열사인 동양이 49%를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 유진이엔티로 YTN 지분을 인수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YTN 대주주 변경 심사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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