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대주주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유진기업이 최근 자사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진기업 측은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 ‘비위가 있는 직원을 징계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탄압 성격의 부당노동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고된 노조위원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또한 유진기업 측에선 노조위원장과 노조 사무국장을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장) 등을 취재한 결과, 유진기업은 지난 9월8일 홍성재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유진기업 노조를 지난해 9월 설립했으니 노조 설립 1년 만이다. 홍보팀 그룹웨어에 해킹으로 접속해 출입기자 개인정보 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감청 행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계열사 직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등 4가지를 이유로 한 징계다. 

▲ 유진기업 로고
▲ 유진기업 로고

홍 위원장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기존에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병합을 요구했다. 노조위원장 해고와 노조 간부들 형사고소가 이전부터 진행된 노조 탄압의 일환이라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에선 유진기업이 노조의 언론활동을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고, 노동청에선 유진기업이 각종 수당 미지급 등 노동법 위법소지가 있다며 행정지시를 내린 바 있다.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를 보면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했거나 노조를 조직하려고 했거나 기타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등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위원장 징계해고 사유들, 지노위서 다툼

유진기업이 징계사유로 든 ‘해킹’의 경우, 홍 위원장이 노조 설립 직후 유진기업 출입기자들에게 노조 활동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때 유진기업 홍보팀 그룹웨어에 접속할 권한이 없는데도 접속해 출입기자 연락처 등을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지노위에 제출한 이유서 등을 보면 홍 위원장은 과거 홍보팀 근무시절 사용했던 아이디가 PC에 자동저장 돼 있어 접속됐을 뿐 즉시 로그아웃해서 해킹으로 보기 어렵고, 기자들 정보가 ‘타인의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감청’은 유진기업 노조가 노사 상견례를 위해 본사에 방문했을 때 사측 관계자와 통화 녹음 내용을 노조 유튜브 영상에 포함한 것을 말한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홍 위원장과 노조 사무국장을 지난 5월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소했다.

‘명예훼손’은 홍 위원장이 과거 근무했던 홍보팀의 상사와 통화에서 회사를 비난했다는 내용이다. 홍 위원장은 사적 통화 내용을 마치 ‘노조가 회사를 망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징계사유에 포함했고, 오히려 사측이 노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홍 위원장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는 대상자 대부분은 (홍 위원장이) 홍보팀 근무시절 홍보물 제작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직원들로 2015년부터 업무 마찰로 발생한 모든 일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몰아 개인비위행위로 둔갑시켰다”고 했다. 이어 “해당 내용은 지방노동위원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회사 측 최초이유서에 나온 내용으로 노조위원장이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주장”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2015년 사건 한 건을 제외하면 모두 유진기업이 아닌 유진그룹 계열사인 ‘동양’소속일 때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이 동양에 반강제로 전직됐고, 또 다른 계열사 직원들과 분쟁이 벌어졌는데 이를 유진기업 취업규칙으로 징계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 2015년 사건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전 일인 점, 과거에는 아무 조치하지 않다가 노조 설립 이후 부당노동행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을 가해자로 몰아간 점 등도 문제 삼았다. 

홍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고소와 해고에 대해 “노조의 정당한 활동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위원장을 해고해 노조를 해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진기업 측은 지난 22일 미디어오늘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퇴사했고 일부 직원들은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홍 위원장은) 예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징계절차·양정에 있어서도 4차례에 걸친 사실조사, 2차례의 초심·재심 인사위를 통해 소명권을 충분히 보장했고 징계 법률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의 여러 법무법인·노무법인의 법률적 의견을 받아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유진기업 측은 “홍 위원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해 어떤 사과와 반성조차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로선 해당 징계절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직원(홍 위원장) 개인 비위 사실에 대한 징계 사안이지 직원이 노조위원장인 것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했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24일 미디어오늘에 “유진기업은 창립이후 38년 만에 설립된 노조에 대해 노조 탄압과 노조 와해를 일삼은 것도 모자라, 이러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한 노조위원장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바닥 수준의 노동관을 보여줬다”며 “유진기업의 부도덕한 노동탄압에 대해 공론화하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한 사법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은 YTN 지분 매각 입찰에서 3199억 원을 써내 낙찰됐다. 지난 10일 유진은 최대주주인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지분 30.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유진그룹은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51%, 계열사인 동양이 49%를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 유진이엔티로 YTN 지분을 인수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YTN 대주주 변경 심사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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