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의 YTN 대주주 등극이 목전에 다가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YTN 대표이사를 불러 의견을 듣겠다며 우장균 대표이사 출석을 통보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통위의 심사 자체가 무효라면서 23일 심사 기피신청을 제기했다. 5인 정원 방통위 중 2인(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에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YTN은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3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YTN 매각 의결 이동관·이상인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YTN 방송사고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상인 부위원장은 유진그룹 변호인 출신이다. YTN·유진그룹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이들이 심사를 맡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다.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 328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11월23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진행된 이동관, 이상인 기피 신청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오늘.
▲11월23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진행된 이동관, 이상인 기피 신청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오늘.

고한석 YTN지부장은 “내일(11월23일) YTN 대표이사 의견 청취를 하는데, 이렇게 매각을 빨리 진행하는 건 총선 전 YTN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동관·이상인 모두 YTN을 심사할 자격이 없다. 이들이 어떻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기피 신청 당사자인) 이동관·이상인이 판단을 내릴 건데, 기각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 전 방통위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YTN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평가에서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는데, 지금 사업체에 넘어갈 상황”이라며 “국회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이동관 위원장은 여러 탄핵 사유가 있기 때문에 심사를 중단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한석 YTN지부장과 김현 전 방통위원이 11월23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고한석 YTN지부장과 김현 전 방통위원이 11월23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윤창현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자격이 의심되는 유진기업에 국민의 자산이 투입된 YTN을 팔아넘기는 무리수를 두는가”라며 “이상인 부위원장은 유진그룹 일가를 법정에서 변호한 변호인이고, 이동관 위원장은 방송사고를 빌미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해당사자다. 이런 사람들이 YTN을 자격 없는 재벌에 팔아넘기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심사는 짬짜미 고스톱”이라며 “YTN 불법·졸속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카메라 기자가 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지연 TBS지부장은 “그동안 항상 KBS 카메라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YTN 카메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탄압으로 YTN이 봉변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위원장과 고한석 지부장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러 걸어가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윤창현 위원장과 고한석 지부장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러 걸어가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윤창현 위원장과 고한석 지부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방통위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YTN지부와 시민주주들은 이동관 위원장 기피 신청을, YTN우리사주조합은 이상인 부위원장 기피 신청을 했다.

정치권도 방통위를 규탄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 11명은 22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YTN 최다출자자 변경 심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YTN 최다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에 관여하는 방통위원 2명 중 1명이 유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방통위가 왜 그토록 무리하고 조급하게 발버둥을 쳤는지 알 법하다. 언론장악을 향한 정권의 탐욕과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뒤얽힌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다.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YTN에서 손을 떼라. 언론장악 음모에 더해 이제는 사적 이해관계까지 불거졌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11월23일 YTN 기자회견에서 한 참여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11월23일 YTN 기자회견에서 한 참여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방통위는 YTN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방통위는 24일 YTN 대표이사를 불러 지분 매각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YTN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YTN은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가 비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보도전문채널의 공적 소유구조를 근간부터 바꾸게 될 사안에 대해 심사 과정은 뒤로한 채 의견 청취부터 서둘러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무리한 요청”이라고 했다.

YTN은 “유진그룹의 보도채널에 대한 경영철학과 향후 회사 운영 계획을 일부라도 알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것이 최대 주주 변경을 앞둔 YTN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전제”라며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YTN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게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 방통위 관계자들과 심사위원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YTN은 방통위의 심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비판했다. YTN은 “방통위는 유진그룹으로부터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접수한 다음 날 곧바로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더니 불과 1주일 만에 통상 막바지 심사 절차인 방송사 의견 청취를 강행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 등에 대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과정이 최소 두세 달 넘게 걸렸던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라며 “YTN 대주주사의 명단이 제출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적격성 여부가 제대로 확인됐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YTN은 “끊이지 않는 공정성 논란과 각종 의혹을 무시한 채 시간에 쫓기듯 이뤄지는 지금의 심사 과정은 졸속 심사라는 의구심을 털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동관 위원장 스스로 천명한 방침에도 어긋난다”며 “YTN은 방통위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관련 의견 청취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덧붙여 방통위의 최종 승인이 앞서 지적한 우려대로 실행될 경우,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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