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 대주주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유진기업이 과거 노동조합의 언론 활동을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송사 대주주로서 언론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장) 등을 취재한 결과,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유진기업이 유진기업 노조 관련 기사를 삭제 요청해 노조의 언론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 유진기업 누리집 첫 화면 갈무리
▲ 유진기업 누리집 첫 화면 갈무리

창립 38년 만인 지난해 9월5일 유진기업에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설립 직후인 지난해 9월7일 유진기업 본사 홍보팀 관계자가 노조위원장에게 “언론 인터뷰는 하지마”, “노무사보고 하라 그러지” 등 언론 접촉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날인 지난해 9월8일 노조는 산업부 출입기자들에게 노조설립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홍보팀에선 기자들에게 “해당 보도자료는 유진기업과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내용일 뿐만 아니라 배포 방식에도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해당 보도자료의 기사 미게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후 약 한달간 노조는 노조 설립배경, 회사 복지제도, 단체교섭 경과 등의 내용을 담은 기사 게재를 요청했고 사측은 삭제 요청을 반복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해 9월15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노조 설립 배경과 관련해 “경영진은 회사의 발전이 곧 본인의 발전이라며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만 강요하고 적절한 보상은 하지 않았다”며 “건설현장과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횡포까지 더해지고 있는데 회사는 이를 외면해 직원들 고충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지난 3월 회사가 단행한 조직개편 이후 5월까지 37명의 직원이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사자가 많았던 원인은 현장과 소통 없는 관리 위주의 경영, 고객사와 운송사업자의 횡포, 사유 없는 진급 누락 때문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지난해 10월19일 한 경제지는 노사 합의에 따라 개최될 예정이던 노사 간담회를 사측이 하루 전에 취소하고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는 등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는 노조위원장 발언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 역시 삭제됐다.   

▲ 유진기업 로고
▲ 유진기업 로고

노조는 지난해 11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했다. 

사측은 노조위원장이 무단으로 홍보팀 서버에 접속해 개인정보(기자들 연락처)를 불법 취득했기에 정당한 노조활동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은 홍보팀 출신이다. 

또한 사측은 기사 내용 중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실제 회사 임금인상률은 7%고 복리후생제도도 동종업계 대비 좋은 편이라며 홍보팀 대응 매뉴얼에 따라 기사 중단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반박하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노위는 홍보팀 관계자가 노조위원장에게 언론 인터뷰를 금지한 것에 대해 “‘언론 인터뷰는 하지마’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지배·개입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 단정하기 힘들다”며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언론 기사 삭제 요청 행위에 대해선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지노위는 사측의 대응에 대해 지적했다. 지노위는 “사용자(유진기업)은 보도자료가 사전에 노사가 협의하지 않은 내용일 뿐만 아니라 배포 방식에도 문제가 있어 언론사에 삭제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나 노조 활동을 사전에 사용자와 협의할 의무는 없다”며 “배포 방식에 의문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곧바로 노조 활동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기사 내용이 이 사건 노조 설립 배경이나 교섭 진행 상황 설명, 급여·복리후생제도 비교 등인 점에 비춰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주 목적은 회사 명예를 훼손하기보다는 노조 설립을 홍보하고 조합원들의 단결력을 높이는 데 있어 보인다”며 “설령 사용자 주장대로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작성된 부분이 있다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정보도·반론보도청구권 등을 통해 시정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삭제, detele. 사진=gettyimagesbank
▲ 삭제, detele. 사진=gettyimagesbank

삭제 요청이 지속적이었던 점도 지적했다. 지노위는 “사용자는 곧바로 언론사에 삭제요청 했을뿐만 아니라 삭제 요청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한 달간 지속됐으며 그동안 기사 내용에 대해 노조에는 어떠한 의견도 전달하지 않았다”며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해 노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므로 삭제 요청이 언론사 대응을 주 업무로 하는 홍보팀 일에 불과하다는 사용자 주장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중노위도 기사 수정이 아니라 삭제를 요청한 점을 문제 삼았다. 중노위는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용자가 요청해 기사에 대해 수정·게재중단된 사례가 13건 있었는데 그중 기사 게재 중단 요청은 노조 관련 기사 외에는 1건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전부 수정요청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중노위는 “삭제 요청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한 달간 지속된 점, 이에 따라 신생 노조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언론 활동이 제약됐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용자의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한편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은 YTN 지분 매각 입찰에서 3199억 원을 써내 경쟁후보인 한세예스24홀딩스와 통일교 관련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를 누르고 낙찰됐다. 지난 10일 유진은 최대주주인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지분 30.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320억 원)를 납입했다. 유진그룹은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51%, 계열사인 동양이 49%를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 유진이엔티로 YTN 지분을 인수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YTN 대주주 변경 심사절차에 돌입했다.

박주민 의원은 21일 미디어오늘에 “공공성이 짙은 YTN을 졸속으로 민영화하려는 시도도 매우 불순한데 이토록 낮은 수준의 언론의식을 가진 유진기업이 YTN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며 “유진기업은 지금 YTN의 대주주가 될 때가 아니라, 노조의 정당한 언론 활동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할 때”라고 했다. 

홍성재 유진기업 노조위원장은 이 사안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답을 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유진기업 측에 지난 17일부터 관련 입장을 물었다. 유진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21일 “업데이트 되지 않은 부분이 있거나 민감한 부분이 많아 답변 작성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며 추후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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