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구독은 대안이 아닌 안정적인 수입원 중 하나일 뿐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의 말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9일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뉴스레터 구독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구독 해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구독 의존이 아닌, ‘수익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미디어스피어는 유료구독 플랫폼 ‘블루닷’을 제공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현재 23팀과 제휴를 맺고 있다. 월 단위 정기 유료구독뿐 아니라 유료 강의 및 컨설팅, 디지털 북, 웨비나 판매 등 다양한 수익화 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사이트 구축, 결제, 이용자 분석, 데이터 분석 등 ‘유료구독’을 위한 관리 전반을 지원한다.

▲ 지난 11일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를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11일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를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성규 대표를 11일 서울 용산구 미디어스피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설립 당시 미디어오늘에 “새로운 DNA를 가진 미디어 플레이어가 이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업 시작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디어스피어를 다시 돌아봤다.

주목받은 뉴스레터 특징 ‘시의성’과 ‘네트워크’

“시작할 때는 블루닷 참여 크리에이터가 3팀에 불과했다. 지금은 23팀과 협업하고 있다. 상위 35% 정도가 월 100만~150만 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벌고 있고, 경제 뉴스레터 ‘데일리바이트’는 실제 투자도 받았다. 그중 ‘오터레터(Otter Letter)’가 유료사용자 수 700명을 넘어 월 400만 원씩 연 5천 이상의 수입을 내고 있다.” 

오터레터는 각종 활동으로 팬층이 두터운 박상현 칼럼니스트가 제공한다. ‘푸틴의 선택’, ‘내가 반한 뮤지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 대표는 성공 요인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양질 콘텐츠가 정기적으로 올라왔다는 점을 꼽았다. 일주일 최소 4건 이상의 빈도수 덕분에 이탈이 적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이용자 급증의 조건으로 ‘시의성’과 ‘네트워크’를 꼽았다.

▲ 미디어스피어 사이트 갈무리
▲ 미디어스피어 사이트 갈무리

“우선 콘텐츠가 ‘시의성’이 있을 때 (구독자) 숫자가 확 뛴다. 당시 화제가 되는 이슈와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다른 유명 필진과의 협업을 의미한다. 마케팅의 깔때기 이론(잠재 고객이 유입되어 '진짜 고객'이 되는 경로를 역사각형으로 나타낸 이론)처럼, 특정 팬층을 가진 필진이 기고 등 어떤 형식으로 오터레터에 참여하게 되면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돼 이용자 수가 급증한다. 예를 들어 SBS 김수형 기자의 ‘워싱턴 특파원의 기록’ 기고가 있다. 품질과 빈도가 유지된 상황에서 외부 기고를 통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데려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다른 크리에이터의 이용자수 증가도 뚜렷하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기준 블루닷의 UV(순 방문자 수)는 14만 명 정도다. 출범 초기에는 1만여 명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유료 사용자가 월 20%, 현재는 10%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등록을 포함한 전체 회원 중 유료 사용자 비중은 보통 15%, 많게는 25%까지 차지했다. 이 대표는 “매월 30% 정도 늘어나길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전체 4분의 1 정도까지는 유료 구독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핵심은 ‘수익 다각화’ 디지털북에서 크라우드펀딩까지

블루닷은 다양한 수익 구조를 지향한다. 뉴스레터 기반 유료구독에 의존하지 않는다. 일례로 임명묵 작가가 러시아를 여행하며 쓴 에세이를 블루닷에서 제공하는데 일반적인 유료구독 형식이 아닌,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여행 자금을 모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블루닷의 핵심은 지식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다각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뉴스레터, 광고 수입 등 불안정성에 갇히지 않고, 창작자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고민한다. 상품 유형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 단순 구독 형태로는 안 된다. 수익 다각화가 안정적인 수입의 핵심이다. 좋은 예가 최근 컬래버레이션한 임명묵 작가의 프로젝트다.”

▲ 블루닷 임명묵닷컴 갈무리
▲ 블루닷 임명묵닷컴 갈무리

임명묵 작가의 여행경비는 300만 원 정도다. 그중 200만 원을 블루닷에서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충당했다. 여행 이후의 북토크, 디지털북 판매 등으로 남은 경비를 채울 예정이다.

앞으로는 블루닷 전체에 ‘번들링(묶음판매)’을 강화할 예정이다. 번들링은 기존의 유료구독을 포함해, 웨비나 판매, PDF 형식의 디지털 북, 인터넷 지식 강좌 등 한 크리에이터가 여러 지식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탈자 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선 번들링 판매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 구독과 다른 지식 상품의 번들을 통해 가격 허들을 낮춰야 유료 구독도 늘고 arppu(유료 사용자 1인당 평균 매출액)가 올라간다. 예를 들어 원래는 3만 원짜리 책을 유료 구독자에게는 5000원, 만원에 팔게 되면 유료 구독자들은 유료구독을 해버린 다음에 책을 산다. 구독료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책값도 같이 올라가 인당 지불하는 비용이 결국 올라가게 된다. 이런 것들이 묶여서 월 단위의 안정적 소득이 생긴다.”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 이메일 형식 한계 지적도

해외를 중심으로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9일(현지시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뉴스레터 붐이 꺼지고 있다(Newsletter Boom Fades Amid Tougher Economic Picture)’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어떨까.

이 대표는 한국에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뉴스레터의 한계는 뚜렷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뉴스레터를 이용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약해졌다라는 의미다. 경기침체로 투자가 적어지고 지갑 운용이 보수적으로 되어 구독만으로 이어지는 수익 규모가 적어졌다. 또한, 뉴스레터 기반의 광고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지 않았다. 계속 일정하게 수익이 나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1차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국에서도 아직 뉴스레터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일정하게 돌아가는 케이스가 많지 않다.”

▲ 지난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 기사.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갈무리
▲ 지난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 기사.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갈무리

결국 ‘수익 다각화’가 관건이다. 이 대표는 구독료가 광고 수입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를 깨야 한다고 했다. 구독과 광고를 병행하면서, 안정적 구독을 하나의 축으로 삼되 다른 수입원을 계속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독자들이 많은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구독료가 아닌, 광고 수입으로 운영한다. 뉴욕타임스도 구독자 수가 굉장히 늘었지만 광고 모델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광고가 표출되는 공간 영역, 방식을 바꿀 뿐이지 절대 없애지 않는다. 이 둘의 밸런스를 잘 섞어야 한다. 구독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다른 수입원과 병행했을 때 안정성이 배가 된다. 구독이 아닌, 구독을 포함한 수익 다각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독은 대안이 아니다. 안정적 수입원 중 하나일 뿐이다.”

이 대표의 지적은 언론에도 해당됐다. 이 대표는 “뉴스레터만으로 수익이 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언론들이 가진 콘텐츠, 뉴스의 도달 범위는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는 구독을 하더라도 숫자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험상 구독 하나에만 의존하는 모델들은 위험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구독 모델 하나로는 금방 이탈해버린다. 언론의 수입원을 전환시키는 중요 과도기인 지금,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수입원으로 그 구멍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확장성이 없는 뉴스레터의 형식 또한 지적됐다. 이메일 등의 ‘박스’ 안에서는 디지털 시각화 등 다양한 양식이 활용될 수 없다. 광고, 번들링 등 다양한 수입 구조를 위해서는 결국 ‘웹페이지’로 나와야 한다.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뉴스레터 기반 구독 모델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박스 형식의 뉴스레터는 결국 웹페이지로 나올 수밖에 없다. 웹으로 나와야 수입이 다각화되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스택’도 처음에는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하다가 팟캐스트, 지금은 커뮤니티 기반 모델을 선포했다. 계속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버티컬 미디어, 중요 컨퍼런스 입장권 할인 등 구독이라는 상품 혜택을 넓히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탈하지 못하도록 매력 있는 지식 상품들을 쭉 나열하는 것이다.”

구독 경제 전환을 앞두고 블루닷과 언론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확장성을 위해 공공성 있는 교육 콘텐츠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어나더씽킹랩은 교육분야 콘텐츠다. 독일과 한국 교육을 비교하면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런 분야가 매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역사,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지식들을 나눠 주고 상품화할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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