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위워크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해외 비즈니스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세훈 ‘커피팟’ 대표의 말이다. 과거 ‘독자’인 그가 보기에 한국 신문을 통해 접한 해외 비즈니스 소식은 단편적으로 느껴졌다. LX인터내셔널(LG상사), 알리바바 한국지사 등 직장 잘 다니던 회사원이 퇴사 후 ‘퍼블리’에 입사해 스타트업 업계에 발을 들였고 ‘해외 비즈니스’ 소식을 전하는 ‘커피팟’ 뉴스레터에 도전했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1만5000여명, 지난해 유료 구독에도 도전해 유료 구독자를 늘리고 있다.

‘커피팟’은 소개글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 속 비즈니스 뉴스의 ‘맥락’을 쉽고 재밌게 전합니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기업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꾸준히 받아보세요”라고 강조한다. 뉴욕타임스의 낱맡 퍼즐게임 업체 워들 인수의 의미, 대체고기 시장 근황 업데이트, 인스타그램이 선보인 새 수익 프로그램의 의미 등의 해설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오세훈 커피팟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로컬스티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오세훈 커피팟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로컬스티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해설은 ‘쉬운 내용’과 ‘풍부한 맥락’을 강조한다. 인스타그램의 크리에이터를 위한 새 수익화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다른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의 수익 프로그램 현황과 경쟁 구도, 인스타그램의 차별 포인트 등을 함께 짚어내는 식이다.

‘커피팟’은 부분 유료화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보통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 무료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월 6000원의 ‘샷 추가’(유료구독) 요금을 내는 유료 구독자들에겐 금요일을 포함해 일주일에 최대 두 차례 유료 구독자 전용 뉴스레터를 보낸다. 2년 전 혼자 뉴스레터 사업에 뛰어들었던 그는 현재 4명의 프리랜서 필진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한다. 지난해 11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티비’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오세훈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커피팟’ 사무실에서 만나 ‘커피팟’의 전략을 들었다.

-과거 기업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2010년 LG종합상사에 입사해 5년 정도 자원과 원자재 사업개발 부문 일을 했다. 2015년쯤 디지털 쪽으로 전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서울대 글로벌 MBA에 진학했고, 퇴사 후 알리바바 한국지사에서 B2B e커머스 사업개발을 맡아서 디지털 부문에 발을 디뎠다. 당시엔 스타트업 붐이 일어날 때였다. 스타트업 쪽으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다고 생각이 다시 들어 ‘퍼블리’에 입사했다. 비교적 초기에 입사해 콘텐츠 프로젝트매니저 역할을 했다. 이후 항공 스타트업인 ‘에어 프레미아’에도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했다. 마케팅 일을 하며 경력을 쌓다 보니 콘텐츠 서비스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됐다.”

-왜 많은 소재 중 ‘해외 비즈니스’를 선택했나.

“원래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 해왔던 경력들을 돌아보면,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해외 콘텐츠는 일하는 데 있어 정보의 원천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2010년 당시에도 맥킨지, 베인 컨설팅 등 해외에서 좋은 리포트를 발행하는 연구기관과 시장조사 업체가 많았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도 구독했다. 좋은 정보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정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면 업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합한 양식을 만들고 매주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만들어 보고했다.”

▲커피팟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커피팟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기존의 해외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던 걸까.

“시기적으로 보면 위워크, 우버와 같은 사업 모델들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한국 대중들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설명해주면서 이 사업 모델은 ‘이래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용한 정보들은 해외 매체들을 통해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공급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신문에도 당시 위워크, 우버를 소재로 한 기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명확하게 무슨 사업 모델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았다.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니즈가 있었다.”

-2020년 1월 첫 발행 후 2년이 흘렀다.

“현재 뉴스레터 무료 구독자는 1만5000명이 넘는다. 오픈률이 중요한데, 40%에 가깝다. 유료구독 시스템은 지난해 5월 시작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케팅을 별도로 한 적 없고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월별 리텐션률(기존 고객이 빠져나가지 않고 잔류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유료구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순 없지만, 우리 뉴스레터에 꾸준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유료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때 반응은 어땠나.

“6개월 이상 꾸준히 구독하는 ‘커피팟’ 무료 구독자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먼저 ‘이 콘텐츠가 없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일과 삶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영향을 끼쳐야지만 유료구독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해서다. ‘돈을 내고 구독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돈을 내야 하면 다른 콘텐츠를 찾아 읽어야겠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절반 가량의 분들은 ‘커피팟’의 대체재를 찾지 못할 것 같다며 유료구독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부터 유료 구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화요일은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구독자에겐 주별로 1~2일 유료 전용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주 독자층은 어떻게 되나.

“20~30대의 직장인이다.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의 일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레퍼런스가 필요한 실무자, 아니면 본인이 받은 보고를 분석해야 하는 팀장급,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참고자료를 찾아야 하는 스타트업 임원이나 대표들, 꾸준히 학습하는 분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는 분들, 생활에서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유통,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

“‘커피팟’은 큰 변화가 일어나는 흐름을 맥락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구글이 광고정책을 바꾸면 어떻게 변화하는지 쉽고 맥락을 풍부하게 설명하는 게 목적이다. 분야별로 보면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 등 빅테크 업체들, e커머스로 인한 전통 리테일 사업의 변화, 기후위기로 인해 생기는 신사업 등이 해당한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기업에 대한 분석보다는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는 흐름들 속에서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를 전하는 게 중점이다.”

-콘텐츠 내용 측면에선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차별성보다는 독자들에게 생소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맥락을 놓치지 않게 설명하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파편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맥락을 담고 한 이슈를 꾸준히 전하고 있으니, 꾸준히 읽다 보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쓰고 있다. 본문 내용과 연관된 콘텐츠들을 꼭 링크로 담고 있는데, 링크 오픈률도 높다.”

-필진은 얼마나 되나.

“지난해 11월까지는 혼자서 다 했다. 투자(스티비로부터)를 받고 ‘커피팟 라이터’ 필진 섭외를 시작했다. 현재는 4명이 프리랜서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흐름이 일고 있는지, 중요한 내용이 뭔지, 해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캐치해줄 수 있는 분들이 섭외 기준이다. 이분들이 전기차, 벤처캐피털, 크리에이터 경제, 미디어 등 분야 관련 콘텐츠를 쓰고 있다. 새로운 흐름을 캐치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현업에 실제로 종사하는 분들로 구성돼 있다. 각각 배터리 업체, 벤처캐피털 회사, 원래 스타트업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를 했던 프리랜서, 뉴미디어와 콘텐츠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로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핀테크 분야를 담당할 분을 찾고 있다.”

▲스티비 홈페이지화면 갈무리.
▲스티비 홈페이지화면 갈무리.

-콘텐츠마다 평가할 수 있게 했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

“우리와 같은 작은 스타트업에겐 정성스럽게 유효한 평가를 남겨주는 것 하나 하나가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한 분은 디자이너인데 디자인 정보 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흐름을 이렇게 잘 캐치해서 보여준 서비스는 처음이었다고 평가하며, 인사이트를 얻고 영감을 받는다고 하셨다. 다른 한 분은 e커머스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던 중이라 관련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구독을 시작했는데, 취업 준비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 유료구독 외의 수익 모델은 있나.

“현재 유료구독 수익 외에도 B2B 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있다. 토스피드라는 토스의 콘텐츠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커피팟’이 이미 발행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달에 2~3편씩 발행한다. 토스에 많은 이들이 접속을 하니 ‘커피팟’이 보다 많은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차원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내용 측면에선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에게 서비스하는 것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조정하고 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본질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정성스러운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법칙이 만들어지기 굉장히 어려우니 앞으로도 계속 극복해내야 하는 과제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적용된 콘텐츠의 깊이가 현재엔 유효하진 않다. 이런 면들이 당장 드러나지는 않아도 독자들에겐 티가 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같이 서비스를 만들고 팀을 키워나갈 동료분들을 찾고 있다.”

- 앞으로의 목표는.

“저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읽는 분들을 고객이라고도 표현한다. 고객의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소중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뉴스레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는 분들의 저변이 커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서비스가 되는 게 ‘커피팟’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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