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앓던 질염이 병원에 갔더니 일주일도 안 돼서 나았다.” 이제 막 성생활을 시작하는 여성들이 꼭 알아야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유료구독 서비스 앱 ‘자기만의방’을 운영하는 이명진 아루 대표의 말이다. 그는 20대 초반 당시 본인의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가 ‘여성에게 필요한 성(性)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다.

그는 현재 가입자 1만3700여명, 유료구독자 700명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가 됐다. 처음부터 스타트업 대표를 꿈꾸고 도전한 건 아니었다. 그는 IT회사 Smobile에서 일하다 자신의 기획안이 사내벤처 공모에 채택돼 2020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준비 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대형 투자사들로 연락을 받았고 총 세 곳의 회사로부터 ‘6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 그는 5명의 직원과 함께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일보 기자 출신의 이아란 CCO(Chief Contents Officer), 그리고 보건교사, 성교육 강사 등 필진을 구성했다.

▲이명진 아루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이명진 아루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자기만의방’은 서비스 소개글을 통해 “오르가슴, 자위, 섹스 테크닉은 필수적인 성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터넷 검색도 쉽지 않다. 이제 더는 불쾌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당신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라”고 밝힌다. ‘자기만의방’은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

서비스는 크게 ‘자기 방’ ‘써클’ ‘도서관’ 등 카테고리로 나뉜다. 월경주기를 체크하는 ‘자기 방’과 성과 관련된 상담 글을 올리는 ‘써클’은 무료로 운영된다. 성과 관련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 서비스 중 ‘범죄’ 분야 정보는 무료로 운영되고, 실전과 성생활, 몸, 플레이룸, 웹툰 분야 등은 유료로 제공된다. ‘도서관’ 콘텐츠는 ‘이것만 읽어보자! : 유방’ 섹션의 경우 ‘유방 질환과 증상’, ‘유방 자가 검진’, ‘나의 브라를 찾아서’ 등 세부 콘텐츠로 나뉜다. ‘피임마스터는 바로 나’ 섹션에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 ‘구리 루프’, ‘먹는 피임약의 역사’ ‘ 사전 피임약-초심자용’ 등의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아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아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자기만의방’은 구독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은 다음 ‘팸테크’(femtech, 여성의 건강에 초첨을 맞춘 상품) 등 이커머스(eletronic commerce)와 접목할 계획이다. 이명진 아루 대표를 지난 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나 ‘자기만의방’ 서비스의 전략을 들었다.

- 기존에 여성을 위한 성 관련 지식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앱은 못 본 거 같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는 한국에서 처음이다. 한국에서 성 지식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마케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즉 상품이 먼저고, 콘텐츠는 후속이었다. 콘텐츠 기반 회사가 아니다 보니 지속성이 없거나, 내용이 덜 중요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작했다. 사실 ‘자기만의 방’ 콘텐츠들은 구글링하면 나올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구글링을 하다 보면 부정확하거나 불쾌한 정보, 사진 등이 나오거나 광고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검색 자체를 안 하게 되는 면도 있다.”

-왜 많은 소재 중 ‘성인 여성을 위한 성 정보와 커뮤니티’를 택했나.

“질염에 많이 걸렸다. 참는 게 너무 익숙했다. 참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참았었던 것 같다. 1년 넘게 심해졌다가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병원에 갈 생각을 못했다. 엄마한테 물어보기도 그렇고,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기 어려웠다. 어쩌다 병원에 스스로 가게 됐는데, 1년 넘게 앓던 병이 병원에 갔더니 항생제를 먹었더니 일주일도 안 돼서 나았다. 그때 깨달았다. 미리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면 고통받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지식이 퍼져있고 닿을 수 있는 공간에 이런 정보가 있다면 병원에 빨리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이런 정보들을 다들 알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똑똑해서 다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격차가 좀 많이 벌어져 있다. 대부분의 여성 분들은 첫 성경험 기간 불편함을 감수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재 교과서 속 성교육 개정이 2014년 개정됐다. 그 내용이 우리 때(30대 초중반) 배운 거랑 다를 게 없다. 학교 선생님의 재량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크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더 배우고 그렇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 같다.”

▲이명진 아루 대표가 스타트업 서바이벌 유니콘하우스에 참여해 PT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화면 갈무리.
▲이명진 아루 대표가 스타트업 서바이벌 유니콘하우스에 참여해 PT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화면 갈무리.

-처음 유료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2020년 12월 서비스 론칭 전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 마이크로블로깅 형식의 글을 인스타에 쓰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서비스 론칭을 했을 때 인스타그램에서 글을 보고 기다렸던 분들이 바로 가입을 했다. 이지 스타트를 할 수 있었다. 론칭 후 3개월간 광고비 없이 3000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반대로 투자를 받으면서는 이게 진짜 필요할까? 의문을 가지신 분들도 많았다. 투자사에 여성 심사역들이 있어서 다른 심사역들을 설득해줬다. 여성 심사역들은 기다렸던 서비스라고 말했다.”

-주 독자층(연령대 등)은 어떻게 되나.

“성별은 당연히 100% 여성이다. 20대 초중반이 가장 많다. 75%를 차지한다. 30대 초중반이 19%, 30대 중반 이후의 여성은 7% 정도다. 평균 연령은 25세다. 첫 성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결혼이나 육아 출산 전까지의 생애주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3월 7일 기준 가입자는 1만3700여명이고, 유료 구독자는 700여명이다. 누적 구독자(한 번이라도 유료로 구독을 경험 한 사람)는 2700여명이다. 초기에는 4분의1 정도가, 현재는 5분의1 정도가 유료 구독경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서비스는 ‘자기 방’, ‘써클’, ‘도서관’ 등으로 나뉘어있다.

“‘자기 방’은 월경주기를 체크할 수 있는 다이어리가 있다. 무드트래킹 이모지로 오늘의 기분을 표시해 나의 최적화된 월경주기를 채워 넣을 수 있게 했다. 몸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보도 다른데, 그때 도서관의 콘텐츠로 연결을 해준다. ‘써클’의 경우 여성에게 필요한 성지식을 제공하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 필요에 따라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자기만의방 앱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일부. 사진=자기만의방.
▲자기만의방 앱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일부. 사진=자기만의방.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

“콘돔 사용 꼭 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은 분명한 답이 있지만, 그래도 한번 올려보는 거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이야기 왜 하냐고 답할 수 있는데 여긴 그 질문의 의도를 서로 너무 잘 안다. 서로 댓글로 도서관 콘텐츠를 링크해 연결해주기도 한다. 현재는 써클 글과 연관성이 있는 도서관 콘텐츠를 AI 추천을 통해 추천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무엇인가.

“‘CAT’ 콘텐츠다. 캣 자세라고 하는데, 미디어에 나오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체위에 대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다. 삽입을 한 상태에서도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게 과학자가 만든 체위다. 또 외음부 생식기 씻는 방법 콘텐츠도 인기 많았다. 설문조사도 해봤는데, 외음부를 씻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여성들이 많지 않았다. 잘 말리지 않는다거나, 생식기 안쪽까지 씻는 등 깨끗하게 하려다 더 질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기본지식을 보려고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

-도서관에 있는 정보의 정확도는 어떻게 체크하나.

“사내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분이 세계일보 기자 출신이다. 해외 논문 의학저널을 제일 많이 본다. 이런 정보를 제대로 서치하고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CCO가 프리랜서들의 모든 콘텐츠를 검토해서 올린다.”

-필진 섭외 시 가장 눈여겨보는 점은 무엇인가.

“파트너가 15명 정도 된다. 중학교 보건교사 선생님(성교육), 시인, 성교육 강사, 작가, 무성애 활동가, 인디문학잡지 편집장분 등이 연재를 한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용자 중심으로 글을 쓰는지’다. 읽는 사람이 흥미를 유지하면서 이 내용을 끝까지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글을 쉽게 쓰고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글, 본인의 생각보다 자료, 통계 등이 나오는 글을 선호한다. 개인적인 시각보다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월 구독료를 4900원으로 결정한 이유는.

“구독을 할 때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리하지 않고 한번 결제할 수 있을 정도다. 가격 장벽이 너무 높지 않아 정보의 제한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업 측면에서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

“콘텐츠 자체에서 수익모델을 찾기보다 콘텐츠를 브릿지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고객 인터뷰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말한 게 ‘좋은 정보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 다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섹스토이나, 콘돔 피임 용품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한 다음 외부에서 다시 검색하고 구매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다양한 팸테크나 섹스테크 용품을 저희가 담을 수가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건 지식을 기반으로 큐레이팅된 커머스로 나아가는 거다. ‘오늘의 집’ 같은 경우도 인테리어 정보를 가격이나 집꾸미기 정보를 제공한 후에 커머스로 나아간 것처럼 말이다.”

▲아루가 여성들을 위해 배포하는 핸드북.
▲아루가 여성들을 위해 배포하는 핸드북.

-홍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 방법을 계속 찾는 중이다. 현재는 SEX 오리엔테이션 핸드북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 대학가 위주로 학회나 학생회와 함께 소통하면서 배포하고 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에 배포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불편하지 않은 성지식’을 확장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물건을 사거나 지식을 검색할 때 불편한 정보가 섞여 나올 때가 있다. 가장 편안한 형태로 물건을 사거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구독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구독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것 같다. 고객 인터뷰했을 때도 ‘내게 필요한지’가 중요하고 니즈에 맞으면 구독 자체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미래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 대부분이 구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분들한테 필요한 정보인지 어필할 수 있는 게 각 구독서비스에서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한계는 없다. 필요한 지식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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