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트컴퍼니 김태헌 대표(26)는 대학 창업 수업을 계기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말 남성 대학생들에게 의류 대여를 해주는 사업을 기획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접게 된다. 김태헌 대표는 동료들과 다음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뉴스’에 주목했다.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데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여러 언론이 같은 기사를 쓰고 있는데, ‘~했다’는 식의 기사만 올라와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품이 많이 들었죠. 페이스북 개인정보 논란의 경우 과거엔 어땠는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는지가 한 눈에 들어와야 흐름이 보이는데 기사는 그렇지 않았어요.”

맥락을 담은 좋은 기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포털에선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가 주로 추천됐다. 김태헌 대표가 ‘바이트컴퍼니’를 만들어 쉬운 경제뉴스를 전하는 서비스를 구상한 이유다. 김태헌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와 콘텐츠 담당자들은 모두 20대 중반 연령대로 누구보다 청년 세대가 느끼는 갈증을 잘 알고 있기도 했다. 

▲왼쪽부터 원종현(PM), 최은석(CMO), 김태헌(CEO), 장민제(부대표), 김유진(Contents MD), 신동준(편집장)
▲왼쪽부터 원종현(PM), 최은석(CMO), 김태헌(CEO), 장민제(부대표), 김유진(Contents MD), 신동준(편집장)

‘바이트’는 ‘한 조각’이라는 의미로 한 조각의 정보를 쉽게 떠먹여준다는 뜻이다. 정보의 기본 단위값인 ‘바이트’의 의미로 짧지만 핵심을 전달한다는 뜻도 있다. 매일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의 이름은 ‘데일리바이트’다. 2020년 11월 선보인 뉴스레터는 2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3만 명을 모았고, 지난해 11월 유료구독 서비스 ‘바이트플러스’(BYTE+)를 런칭해 유료 회원도 늘리고 있다. 현재 유명 증권사 서비스에 콘텐츠를 공급하기도 한다. 콘텐츠 경쟁력과 파급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비즈니스와 경제를 다룬 뉴스레터가 적지 않은데 ‘차별화 포인트’가 있을까. 김태헌 대표는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콘텐츠”를 강조했다. “같은 사안을 다루더라도 어려운 내용이라 다른 뉴스레터에서는 빼거나 다루지 않는 내용도 우리는 깊이 있게 다룹니다. 쉽지 않은데, 쉽게 풀어내려는 노력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요.” 최근 테라USD(UST)의 폭락 당시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과 폭락하게 된 원리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식이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면을 묻자 김태헌 대표는 “첫째가 시의성, 두 번째는 쉽게 쓰는 것, 그리고 세 번째가 인사이트”라며 “글 하나 하나에서 배울점을 무조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항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바이트컴퍼니의 대표 서비스인 ‘뉴스레터’는 ‘한입 브리핑’ ‘금융’ ‘경제’ ‘뉴스 한 입’ ‘퀴즈 한입’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21일 뉴스레터는 ‘한입 브리핑’을 통해 국내증시, 미국증시, 가장자산 현황을 요약해 전달했다. 이어 ‘금융’ 뉴스로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경제 뉴스로 러시아의 자원무기화 소식을 전했다.

▲ 데일리바이트 뉴스레터 갈무리
▲ 데일리바이트 뉴스레터 갈무리

뉴스는 단순히 ‘금산분리 규제 완화’ 사실을 단편적으로 전하지 않고 ‘왜 하는지’ ‘금산분리가 무엇인지’ ‘이게 왜 중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나눠 설명한다. 규제완화 배경을 설명하면서 “‘빅블러(Big-Blur)’ 현상이 배경으로 지목됐는데요”라며 빅블러 현상의 개념을 추가로 설명하는 식이다. 이어 ‘뉴스 한입’ 코너를 통해선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뉴스를 요약해 전달한다. 유료 구독 콘텐츠의 경우 뉴스레터마다 ‘맛보기’처럼 보여주면서 구독 또는 콘텐츠 단건 구매를 유도한다. 유료구독자 전용으로는 ‘왜 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살까’ 등 경제 원리를 깊게 설명하는 ‘딥바이트’, 시장을 분석하는 ‘마켓 인사이드’ 등이 있다.

바이트컴퍼니의 독자는 20~35세다.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취업준비’ ‘주식투자 재테크’ ‘커리어 개발’ ‘자기계발’ 등 4가지 이유를 답한 분들이 대다수였다. “우리 독자들의 특징은 공부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취업준비생들,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산업, 비즈니스와 경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들, 직장에 들어가 처음 돈이 생겨 산업과 경제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분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요.” 현재 뉴스레터는 4가지 분야 타깃을 전방위적으로 공략하고, 유료 구독은 ‘취업준비생’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바이트는 ‘교육형 미디어’를 지향한다는 점도 다른 뉴스레터와는 차이다. 뉴스레터 말미에는 ‘퀴즈 한입’ 코너가 있다. 7월21일에는 “다음 중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기조의 배경으로 적절치 않은 것은?”을 객관식으로 물었다. 주기적으로 ‘경제 상식 모의고사’를 출제하기도 한다.

▲ 상반기 경제상식 모의고사 콘텐츠 갈무리
▲ 상반기 경제상식 모의고사 콘텐츠 갈무리

김태헌 대표는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유료구독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라며 “우리 독자들의 공통점이 ‘공부하길 원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교육형 미디어‘라고 정의합니다”라고 밝혔다. “글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글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배치해서, 하나의 코스로 만들고, 복습할 수 있는 테스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핵심은 진짜 공부를 하는 경험을 구독하는 것이죠.”

굳이 공부를 위해 돈을 내려 할까? 김태헌 대표는 “20~35세가 텍스트 지식 콘텐츠를 유료로 구독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인강‘(인터넷강의)에는 돈을 내고 있죠. 진짜 공부하는 콘텐츠가 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구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김태헌 대표는 “무조건 시의성이 있는 콘텐츠가 잘 나가요. 시의성이 가장 큰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분야를 나눠보면 ’거시경제’ 콘텐츠의 인기가 많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하락장’이잖아요. 상승장일 때는 특정 투자 종목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잘 나간다면 하락장일 때는 거시경제 콘텐츠가 잘 나가요. 지금 경제상황이 왜 이런지를 읽어주는 콘텐츠에 주목하는 거죠.”

▲ 바이트플러스 소개화면 갈무리
▲ 바이트플러스 소개화면 갈무리

3만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어느 날 갑자기 모인 게 아니다. 김태헌 대표는 “많은 분들이 콘텐츠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구독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라며 “구독자 증가는 철저히 마케팅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타깃 독자가 모인 커뮤니티 등에 홍보를 많이 했고, 그 결과 바이럴을 일으킨 면이 있어요. 관련해서 책도 냈는데, 자연스럽게 책 홍보가 되면서 우리 뉴스레터를 알게 되는 식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유입하게 하는 거죠.”

대학생의 창업으로 시작했지만, 목표는 ‘창업’ 그 자체는 아니다. “2020년 말, 처음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1년을 보내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생존력을 기르고, 월급을 줄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가진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어요. 기초체력을 기른 상태이니 현재도 소소하게 매체를 이어갈 수 있지만, 성장이 목표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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