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인간 마을 공동체의 한 축이다. 고대시대부터 함께 해왔던 마을의 동물이다. 인간이 곡식을 저장하면서 쥐가 생기자 고양이를 마을에 풀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부터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됐다. 인간이 들여온 만큼 고양이는 공생해야 하는 존재다.”

길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이 사람과 안전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독 뉴스레터 ‘캣챠(CATCHA)’를 운영하는 백수진·이효석 공동대표의 말이다. 방은희 디자이너총괄까지 함께 3명이 이 뉴스레터를 만든다. 백수진 이효석 대표는 각각 중앙일보와 연합뉴스 기자 출신이다.

▲백수진 캣챠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캣챠 제공.
▲백수진 캣챠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캣챠 제공.

이들의 공통점은 집 근처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었다는 점이다. 얼어 죽게 되진 않을지, 물이 없어 먹지 못 해 죽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하다 그들의 집사가 되기로 했다. 자신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거리의 고양이까지 도시에서 인간들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뉴스레터 ‘캣챠’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됐다. 코리안숏헤어(Korean shorthair)라 불리는 한국의 길고양이 자생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캣챠’는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본업을 하면서 캣챠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2주마다 수요일에 발행하던 뉴스레터는 이달부터는 매주 발행하기로 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서비스지만, 레터를 받아보는 이용자는 300명이 넘는다. 오픈율도 50%에 육박한다. 주 독자층은 길고양이를 직접 키우거나, 길고양이 및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서비스는 크게 ‘캣뉴스’ ‘캣스토리’ ‘캣툰’ 등 카테고리로 나뉜다. 말 그대로 길고양이 관련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캣뉴스’, 크루원들한테서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된 기고 글을 받는 ‘캣스토리’,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길고양이 만화 ‘캣툰’으로 구성됐다. 백수진·이효석 캣챠 공동대표는 길고양이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보고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생하길 바란다. “평균 수명 3년인 길고양이가 기대수명 15년까지 살 다 늙어 죽을 수 있는 도시”를 바라는 이들을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에서 만나 서비스 전략을 들었다.

▲뉴스레터 캣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뉴스레터 캣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길고양이’를 주제로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스레터는 이색적이다.

백수진=반려묘와 길고양이를 두루 다루는 ‘야옹이신문’이 있다. 이처럼 고양이를 다루는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닌데, ‘캣챠’는 ‘길고양이’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전국에 길고양이가 많다. 정부 추산 35만 마리, 동물보호 단체는 100만 마리로 추산한다. 길고양이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 따로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버려진 강아지와 학대 받는 동물에 연민을 갖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은데, 길고양이를 이야기하면 캣맘들이 잘 챙겨주는데 우리가 왜 챙겨줘야 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적으로 길고양이를 포커싱하면 조금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석=공교롭게도 도시 빈민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와 고양이가 쓸모없다고 여겨지게 된 시기가 겹친다. 도시화,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길 위의 고양이는 도둑고양이가 돼버렸다. 동시에 캣맘에 대한 혐오도 함께 발생했다. 고양이는 도시에 불필요한데, 온정적이고 감성적인 중년 여성들이 동네 고양이한테 사적 급여(사적으로 음식을 주는 것)를 해서 생태계를 해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 고양이가 마을에서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잘 살 수 있도록 중성화에 앞장서는 것도 캣맘인데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혐오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 캣맘 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길고양이를 알면 알수록 여성혐오 문제와 비슷하다. 오해가 많다. 길고양이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일단은 지식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었다.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백수진= 동물을 워낙 좋아한다. 회사 다니던 시절 매일 2~3시간씩 유튜브에서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다 본가 아파트 단지 공원에 사는 고양이와 가까워졌다. 화면으로만 귀여운 동물을 만나도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달 간 꾸준히 만나니 정이 들어 입양까지 하게 됐다. 길고양이의 하루가 궁금해졌다. ‘길고양이가 사는 이 도시가 안전한가?’ ‘겨울이 되면 물을 먹을 수 있나?’. 스티로폼 박스로 만든 집에 여러 길고양이가 들어갈 수 없는데, 못 들어가게 되는 길고양이가 걱정됐다. 저 한 사람이 무제한 입양할 순 없었고 길에서 사는 친구들까지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

▲크루원(구독자)들한테서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된 기고 글을 받는 ‘캣스토리’.
▲크루원(구독자)들한테서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된 기고 글을 받는 ‘캣스토리’.

-길고양이 혐오문제를 소수자나 약자 혐오와 관련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백수진=길고양이 혐오가 약자와 여성 혐오로 이어진다. 이미 인간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위협받지 않고 혐오를 표출할 대상으로 길고양이를 선택했다. 사료에 독을 섞고, 때리는 행위들은 인간에게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동물한테 푸는 것이다. 이건 범죄사회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다.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이 높은 확률로 형사 범죄를 저지른다. 심각한 ‘레드사인’으로 봐야 한다. 길고양이를 대놓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숨어들게 만들어야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까지 더 커질 거라 믿는다. 더 나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왜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백수진=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강아지를 이해하기 위해 강형욱 ‘개통령’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만든다. 오은영 박사나 강형욱씨가 했던 일을 우리가 하고 싶다.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인데, 길고양이는 우리가 조금 더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영역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혐오가 난무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알려 인식을 개선하면 길고양이들의 삶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효석=일단 캣챠의 타깃 독자층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법령 소식부터 시작해 패션 브랜드 등 말랑한 소식까지 다 알려주고 싶다. 반려묘의 40%가 길고양이 품종인 ‘코리안숏헤어’다. 이들 종에 대한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로는 길고양이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혐오가 많은데 논리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싶었다.

-원래 직업은 기자였다.

백수진=기자를 할 때 제일 힘들었던 건 데일리 이슈를 처리하기 급급했다는 거다. 한 주제를 다층적으로 보고 싶었고, 자세히 살핀 후 보도하고 싶었다. 기자들이 공익을 추구한다고 하면 마땅히 내야 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논설위원이 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일 소모적인 취재를 하고 기사로 털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는 걸 좋아한다는 걸 기자를 관두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깊게 하고 싶었다.

-처음 이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백수진=‘캣챠’라는 걸 발행한다고 했더니 중앙일보 ‘폴인’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퇴사해 지금은 ‘롱블랙’을 만든 임미진 대표님께서 버티컬(주제의 명확성)이 좋다고 평가해주셨다. 업계 선배한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친구들도 재밌게 봐준다. 기자 출신이라 자칫 콘텐츠가 무거워질까 걱정한다. 그래서 중간중간 만화도 넣고, 고양이 관련 행사와 제품 리뷰 등을 하기도 한다.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이효석=피드백 중에 어떤 분은 너무 고맙다면서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공짜로 보기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 있나.

이효석=‘캣챠’를 돈을 벌려고 시작하진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계속 유의미한 임팩트를 지속 가능하게 창출하려면 수익을 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용자들에게 구매 경험을 주고, 가치를 구매하면 사회에 변화가 생긴다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정들을 알고는 있지만, 당장은 유료구독 전환 계획이 없다. 조금 더 고민해볼 계획이다.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

백수진=자율적으로 한다. 순번을 정할까도 생각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인 만큼 고정적인 강제성을 두고 싶진 않았다. 디자인총괄이 SNS에 올라가는 이미지들, 레터 디자인 등을 맡고 있다. 주로 웹툰은 제가 그리고 이효석 대표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흐름을 잡는다. 분담이 잘 되어 있다.

이효석=본업을 하면서 운영하는 뉴스레터다. 과부하가 걸리면 안 된다. 최대한 일을 분담하고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길고양이 관련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캣뉴스’.
▲길고양이 관련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캣뉴스’.

-콘텐츠 내용 정확도 체크는 어떻게 하나.

백수진=동물보호법이 개정된 후 관련 길고양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보도된 기사를 먼저 보고, 원소스인 보도자료와 법령을 검색해서 크로스체크했다. 공개된 자료이니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무래도 언론사들의 주된 관심 이슈와는 다르다 보니 우린 조금 더 꼼꼼하게 자세히 다룬다. 직접 취재가 아닌 뉴스 큐레이션이지만, 기자 출신들이 만드는 콘텐츠다 보니 틀린 내용을 전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확도는 열심히 사수하고 있다.

이효석=유력매체나 종합일간지 등에서는 길고양이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정책 변화가 일어나면 수의사나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장이 첨예하다. 각각 전문지들이 있는데, 우리는 크루원들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백수진, 이효석=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고 싶다. 모두가 공감하고 움직일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잘 만들고 싶다. 길고양이를 잘 몰라서 오해가 많다. 터키 이스탄불 등에서는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지낸다. 이스탄불처럼 최소한 길고양이가 끝까지 살다가 늙어 죽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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