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가격, 신문 구독료 수준인 월 19,000원에 지금 깊이 알아야 할 모든 주제를 이용해 보세요.’ 지식 콘텐츠 유료 구독 서비스 ‘북저널리즘’의 홍보 문구다. 책 출판과 온라인 구독 모델을 병행하고 있는 ‘북 저널리즘’은 ‘책’과 ‘신문’을 겨냥하며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책 한 권, 신문 구독료 수준이지만 그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북저널리즘’을 운영하는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를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전문가의 기자화’와 ‘책처럼 깊이있게 뉴스처럼 빠르게’라는 모토를 강조했다. 

이연대 대표는 “책은 깊이는 있지만 시의성이 아쉬웠고, 뉴스는 시의성은 좋은데 깊이에서 아쉬움이 들었어요”라며 운을 뗐다. 이연대 대표는 기존 시장의 ‘빈틈’을 느끼며 ‘책의 깊이와 뉴스의 시의성을 결합한 서비스’는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종이책을 냈지만, 2018년 디지털 서비스를 추가했고, 2019년 온라인 유료 구독을 접목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 사진=스리체어스 제공
▲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 사진=스리체어스 제공

 

전문가 필진의 ‘반드시 읽어야 할’ 콘텐츠 제공

‘북저널리즘’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기존 출판사의 책과는 차이가 있다. 모든 책의 디자인이 동일하다는 특징이다. 흰색 바탕에 느낌표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로고가 담겨 있다. 간결하면서 일관성이 느껴진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연속성을 갖고 브랜드를 강화합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 아이폰은 모델명을 올려가며 브랜드를 강화하죠. 그런데 출판은 다릅니다. 전작이 10만 부가 팔려도 다음 책은 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독자 입장에선 출판사 브랜드까지 인지하고 책을 구입하지는 않죠.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호와 디자인을 동일하게 가져갔어요. 콘텐츠의 시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책은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확정하는 데 최소 몇 주가 걸리는데, 이를 단축해 ‘패스트 트랙’으로 출판하는 전략을 세운 거죠.” ‘브랜드’와 ‘속도’를 위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 북저널리즘이 그간 출간한 책들. 동일한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출판 기간도 단축했다.
▲ 북저널리즘이 그간 출간한 책들. 동일한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출판 기간도 단축했다.

이처럼 각 매체별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몇가지 포맷으로 안착했다.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는 숏폼(Short-form), 미디엄폼(Medium-form, 10~20분 전자책), 롱폼(Long-form, 60분 전자책 및 종이책)의 지식·정보 콘텐츠로 나뉜다. 숏폼은 5분이면 완독이 가능한 아티클, 롱폼은 책을 말한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미디엄폼’이 더해졌다.

이연대 대표는 “영상의 경우 10초짜리 틱톡 포맷도 있고, 10분짜리 유튜브 영상, 20분짜리 미드(미국 드라마), 60분짜리 드라마, 90분짜리 영화도 있는 등 분량이 다양한데, 유료 지식 콘텐츠는 짧거나(뉴스) 긴(책) 양극단만 있어요. 깊이와 시의성을 모두 갖춘 ‘미드 분량’의 미디엄폼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봤어요”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는 세계,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워크, 지구(환경) 등의 분야로 나뉜다. 이들 콘텐츠는 전문가 필진들이 쓴 ‘분석’ ‘해설’ 중심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류의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의학전문기자, 법률전문기자 등 ‘기자의 전문가화’가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기자화’도 가능하다고 봤어요. 예컨대 북핵 이슈가 있다면 통일부 출입 기자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도 있겠지만, 전직 통일부 관계자가 경험을 살려 북핵에 대한 심도 있는 글을 쓸 수도 있죠. 저희는 단순 사실 나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가의 분석, 의견, 관점, 해설을 담으려고 합니다.”

필진들을 보면 김주연 홍대 교수(공간 디자인), 이주민 미국 변호사(차별금지법), 조명신 의사(타투),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알고리즘) 등 전문가들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 공유 오피스의 '북저널리즘' 서가 코너
▲ 공유 오피스의 '북저널리즘' 서가 코너

‘북저널리즘’은 전문가 발굴을 위해 기성 매체 기고글, 세미나 및 심포지엄 발제, 학술 논문 등을 수시로 찾아본다. 필진의 전문성과 함께 팀 내부에서 이슈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전문가에게 기고를 요청하고선 결과물만 받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소통한다. 

“필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시고, 우리는 ‘텍스트 콘텐츠 제작’의 전문가입니다. 이 둘의 전문성을 잘 결합하는 게 중요한데요. 그래서 제작 과정에서 많은 피드백이 오고 갑니다. 킥오프 미팅에서 대략의 방향과 일정을 정하고, 이후 목차 구성부터 톤, 흐름까지 저자와 긴밀하게 협의합니다. 이 피드백 과정을 매뉴얼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 있다고 해서 독자가 쉽게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북저널리즘은 이 측면에서 ‘WORTH READING(읽을 가치가 있는)’보다 ‘MUST READ(읽어야 하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 '북저널리즘' 홈페이지 갈무리
▲ '북저널리즘' 홈페이지 갈무리

“읽을 가치가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는 ‘논어’ 같은 고전이겠죠. 오랫동안 읽힐 수 있다는 점은 출판의 장점이자 단점인데요. 요즘처럼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할 것이 많은 시대에는 지금 읽어야 할 당위를 독자들에게 주지 않으면 나중에도 읽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언제 읽어도 좋은 글’보다는 ‘지금 읽어야 하는 글’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단순히 사건 일지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왜 벌어졌으며,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이 있는지, 향후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담습니다. 단순 사실 전달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인식 틀 제공에 집중합니다.”

‘좋은 글’을 위해 이용자 조사도 적극 반영한다. “가령 ‘다양성’ 이슈가 예전엔 몇 번씩 보였는데 요즘은 줄어드는 것 같다거나 환경과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식의 피드백을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관건은 ‘지속률’, 점점 더 높은 단계로 유도

‘북저널리즘’의 구독자는 25~34세가 46%를 차지하고 있다. 직업군은 스타트업이나 지식산업 종사자가 많고, 성비는 비슷하다. 이연대 대표는 “이용자 FGI(포커스그룹인터뷰, 특정 대상을 인터뷰하는 방식의 조사)에 따르면, 북저널리즘 이용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지적 욕구가 강하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거부감이 없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알기는 원하는 분들”이라고 정의했다.
 
구독 상품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저렴한 ‘프라임 라이트’는 월 6500원에 숏폼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1만9000원 요금을 내야 하는 ‘프라임 베이직’은 전체 콘텐츠 무제한 이용에 슬랙 커뮤니티 이용, 커뮤니티 모임 우선 초대 및 할인을 제공한다. 월 2만6000원의 ‘프라임 플러스’는 베이직 서비스에 더해 ‘북저널리즘’ 종이책 한 권을 매달 보내준다.

이를 설명하며 이연대 대표는 칠판에 깔대기 모양의 역삼각형(구독 깔대기)을 그렸다. 세 가지 구독 상품은 ‘선택 사항’이기도 하지만 점점 더 높은 단계로 구독을 하게끔 ‘연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무료 뉴스레터나 SNS 채널 등을 통해 사용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게 됩니다. 이 가운데 콘텐츠를 낱개로 구매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분들이 그다음 단계에 있고요. 이분들 중에서 ‘정기구독’으로 전환하는 사용자가 나옵니다. 구독의 경우 처음엔 허들이 낮은 6000원대 상품으로 시작을 한 뒤, 만족하면서 미디엄폼, 롱폼 콘텐츠를 찾아보고 싶으시면, 상위 단계 상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는 신규 독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존 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연대 대표가 이어 말했다. “현재 재구독율은 80% 수준인데요. 예를 들어 첫 달에 100명이 가입했다면, 두 번째 달엔 80명이 되고, 그다음 달에는 64명이 남는 셈이죠. 저희는 기존 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북저널리즘' 뉴스레터 갈무리
▲ '북저널리즘' 뉴스레터 갈무리

독자의 구독 ‘지속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커뮤니티’에 있다. ‘북저널리즘’은 런칭 후 100회 이상 북토크 등 행사를 열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토론과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게 유도한다. “데이터상으로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과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리텐션’(재가입율)을 비교해보면 참여한 사람이 12%p 높게 나타나고, 댓글을 1개라도 남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리텐션 차이도 6%p 있어요.”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뉴스레터’로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방식도 적극 활용한다. 월~금에 발행하는 숏폼 뉴스레터, 매주 화요일에 발행하는 인터뷰 뉴스레터와 별개로 가입 시기에 따라 다른 이메일을 보낸다.

“처음에는 구독 감사 인사와 서비스 가이드를 보내고, 구독 7일차가 되면 인기 콘텐츠를 소개하는 메일을 보내요. 2주 후에는 사용 경험을 묻는 설문을 보냅니다. 25일차가 되면 곧 한달이 돼 가는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원치 않으면 ‘해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해요. 모임에서 독자들을 만나면 끊으려고 했다가 이런 메일을 받고선 ‘한달 더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플랫폼 ‘저널’, ‘조회수’ 아닌 ‘시간’기준 수익 배분

지난해 7월 ‘북저널리즘’은 ‘저널’이라는 플랫폼을 런칭해 유료 구독에 연계했다. ‘저널’은 필진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북저널리즘’의 구독 수익을 나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포털 웹툰 서비스의 ‘텍스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유료 발행’은 공식 작가가 돼야만 한다. 현재 공식 작가는 80여 명이며 800여 편의 글이 올라왔다. 수익 정산 방식은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조회수’가 아닌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이연대 대표는 ‘웹툰’ ‘웹소설’ 시장의 성공이 ‘지식 콘텐츠’ 부문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웹툰, 웹소설 시장에선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지식·정보 텍스트 창작자의 수익 모델은 여전히 90년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식 창작자가 수익을 올리는 방안은 도서 인세와 고료 수입이 전부죠.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저작물 이용에 대한 보상은 ‘좋아요’뿐이죠. 창작자의 대가 없는 노동은 피드를 이루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은 플랫폼 회사가 독점합니다. 지식·정보 텍스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널'의 인기 콘텐츠 리스트
▲ '저널'의 인기 콘텐츠 리스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와 같은 여타 구독 모델에선 ‘크리에이터별 구독’을 하는 반면 ‘저널’은 플랫폼 전체를 구독하게 해 ‘패키지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연대 대표는 ‘번들링’(묶음 상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번들링이 창작자에게도, 독자에게도 더 유리하다고 봤습니다. 구독 서비스가 늘면서 이용자들의 구독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여러 크리에이터들을 구독하다 보면 구독료가 몇십만 원까지 늘기도 하죠. 이런 문제로 인해서 ‘서브스택’(미국의 뉴스레터 창작 플랫폼)에서도 이미 번들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각자 월 5달러로 유료 발행하던 레터를 묶어서 월10달러 패키지를 내는 식이죠.”

이연대 대표는 지식정보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구독의 활성화’와 더불어 ‘서비스의 미디어화’에 주목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미디어가 되고 있어요. 명합 앱 리멤버는 경제 뉴스를, 원티드는 HR 뉴스를, 토스는 투자 뉴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기업들이 자체 뉴스룸을 구축하는 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해졌죠. 회사 매출 구조에서 미디어로 인한 직접적 매출의 비중이 다를 뿐, 넓은 의미에서 모두 미디어 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Z세대와 알파세대는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 미디어와 하드웨어의 결합, 미디어와 공간의 결합,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결합 등 더 다양한 연결을 요구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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