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기부를 했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네이버 유료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를 운영해 받은 구독료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무료 프로모션을 했던 첫 달을 제외하곤 매월 꾸준히 100만원 이상의 월 수입을 내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팅커벨프로젝트, 광명 길고양이 친구,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관에 기부를 이어가고 이를 인증한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현직 언론사 소속 기자 개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참여했다. 211개의 유료구독 채널 중 14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선택한 콘텐츠 유형은 ‘소설’. 이용자로부터 월 4000원씩 구독료를 받아 수익은 전액 ‘기부’를 공언하며 캠페인성 소설 콘텐츠를 제작한다. 생생한 체험기사 ‘체헐리즘’에 이어 소설에 도전한 ‘소소소설’의 남형도 기자는 두 콘텐츠 모두 ‘사회를 바꾸려는 취지’와 ‘독자를 고려한 형식’ 두 가지 측면에서 일맥상통했다. 지난 3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네이버 유료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 ‘소소소설’ 채널을 운영하는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 4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네이버 유료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 ‘소소소설’ 채널을 운영하는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지난 4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유료구독 채널 ‘소소소설’ 운영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20년 말 네이버 측에서 프리미엄 유료구독 채널들을 서비스하는 페이지를 열 테니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무래도 (다양한 직종과 상황을 체험하는 체험기 기사인) ‘남기자의 체헐리즘’ 때문에 요청이 온 것 같았다. 처음엔 엄청 막막했다. 유료구독 서비스를 할 만한 역량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이 없어 안 하겠다고 했는데, 재차 요청이 왔다. ‘체헐리즘’을 유료로 할까 생각했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았다. 새로 뭔가를 만들어야 했다.”

-‘소소소설’은 어떤 콘셉트의 채널인가.

“‘소외됐으나 소중한 이들을 위한 소설’의 약자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소설을 올린다. 원래부터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유료로 제공해야 하니 일반 기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로 이야기를 전하면 사람들이 감정 이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헐리즘에서 아버지 세대 이야기를 소설로 쓴 적이 있는데, 소설로 전달하니 좀 더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한 면도 있다.”

그는 프리미엄 콘텐츠 소개문을 통해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를 쓴다. 어떻게든 시선에서 벗어난 분들께 관심이 닿게 하기 위해”라고 밝힌 적 있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은 보호가 종료돼 500만 원만 받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 길거리 삶을 살았으나 그림을 그리며 꿈을 꾸는 노숙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수백마리씩 살렸으나 빚더미에 오른 열악한 유기견 등이다.

-회사에서는 흔쾌히 이 채널을 운영하라고 했나.

“기본적으로 한국 언론사들은 유료구독에 관심이 있다. 유료구독에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니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송기용 편집국장과 논의한 결과 네이버 쪽에서 가져가는 약간의 수수료를 빼고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편집국장과 논의했고, 나머지는 제게 맡겨주셨다.”

-지난 7개월간 약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수익금을 매달 공개하고 기부처를 인증하는 이유는.

“제 글을 보기 위해 ‘소소소설’을 구독하는 분들도 있지만, 구독료가 전액 기부된다는 공지를 보고 기부하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기부할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잘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더라. 그런 부분에 대한 의심이 조금도 없게, 경영지원실을 통해 어디에 기부했는지 영수증을 받아서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

▲‘소소소설’ 채널 페이지화면 갈무리.
▲‘소소소설’ 채널 페이지화면 갈무리.

-독자층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아마도 ‘남기자의 체헐리즘’ 독자층인 것 같다.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기 전 기사로 유료구독 서비스를 한다는 예고 기사를 냈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관리 화면을 통해 독자들이 얼마나 봤는지, 연령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소소소설’ 이용자는 대체로 20~40대 여성분들이 많다.”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나.

“‘소소소설’이나 ‘체헐리즘’ 모두 매일 레이더를 켜놓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떤 기사를 보다가 이면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템은 기록해 둔다. ‘소소소설’ 아이템은 수익금을 기부한 단체들로부터 나왔다. 기사로 조명받지 못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단체를 통해 소개를 받아 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서 소설로 각색하고 있다.”

-18편의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 있나.

“미혼모 이야기를 다룬 편인 ‘소포라’는 취재를 하면서 슬펐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통해 미혼모를 인터뷰한 내용이 바탕이다. 미혼모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는데 기를 제도가 마땅치 않았다. 편견도 심하다. 일터에 가서 임신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안타까웠다. 어느 사이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쪽지로 성매매 제안 같은 걸 하면서 용돈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고 말하더라. 이후 단체를 통해 살 집을 구하게 된 일도 있다. 한편의 이야기 속에 제도적으로 고민할 지점들이 많았다.”

▲미혼모 이야기를 다룬 편인 ‘소포라’ 소설. 사진=‘소소소설’ 채널 페이지화면 갈무리.
▲미혼모 이야기를 다룬 편인 ‘소포라’ 소설. 사진=‘소소소설’ 채널 페이지화면 갈무리.

-보호 종료 아동 사연을 다룬 ‘엷여덟 어른’편도 평소 생각하기 힘든 소재를 담았다.

“성인이 되면 보호시설을 나가서 자립해야 한다. 그 친구는 대학 입학을 간호학과로 했는데 본인이 간호학을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빨리 취업해야 해서 취업률이 높은 과로 들어갔다. 학교 다니면서 알바를 3개씩 하고, 가고 싶은 곳도 못 가고 억누르며 산다. 그분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썼는데, 이 분이 소설을 본 후 알바로 번 돈 중 일부를 ‘소소소설’ 구독료로 기부하고 계신다.”

-네이버 유료구독 플랫폼을 어떻게 평가하나.

“좀 아쉽다. 장점은 누구나 들어오면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기엔 편하다. 하지만 누구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마케팅 서비스 같은 게 필요하다. 저는 기자라서 자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인한테 홍보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프티콘 마케팅이나 한 달 무료 이용 공격적인 마케팅도 했지만, 네이버가 유료구독 채널들 마케팅 부분에 대한 신경을 좀 더 써야 한다.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이 관심을 갖고 시작한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소소소설’ 운영하면서 ‘프리미엄 콘텐츠’도 채널별로 따로따로 구독하는 것보다 OTT처럼 특정 구독료를 내고 그 안에 여러 브랜드를 다 볼 수 있는 형식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현직 언론사 소속 기자 개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참여했다. 211개의 유료구독 채널 중 14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화면 갈무리.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현직 언론사 소속 기자 개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참여했다. 211개의 유료구독 채널 중 14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화면 갈무리.

-언론과 기자가 유료 구독에 도전해야 한다고 보나.

“해야 한다. 음악도 소리바다에서 무료로 내려받는 게 보편화 됐었는데 지금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듣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OTT도 구독으로 이어졌다.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료 서비스를 하면서 깨달은 건 철저하게 ‘보는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돈을 내고 쓸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점 자체를 수용자 입장에서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고민을 더 집요하게 하다 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언론사 차원에서도 독자로부터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면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포털 중심 뉴스유통 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힘든 구조다.

“구독이 확장되면 무한 클릭 경쟁, 커뮤니티발 기사가 자연스레 줄어들 거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무언가를 내놔야 하는데, 지금처럼 효율적인 기자를 더 선호하는 환경에서는 양질의 콘텐츠는 설 자리가 없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계속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투자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기업도 수익의 40%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유독 언론사만 인력, 영상 지원, 노트북 등 장비도 제대로 된 걸 주지 않는 등 소극적이다. 잘 된 콘텐츠는 노력, 고민, 시간, 돈 등이 충분히 투자돼 나온 것이다.”

- 올해부턴 다른 좋은 소설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독을 해지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해지 사유를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올려서 그런 건지 사용 빈도수가 낮아서’라는 이유가 있었다. ‘제 글 외에 다른 관점의 글도 보고 싶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붙잡고 싶다. 다른 작가들을 통해 다른 시선에서 사회를 바라보게 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해지를 안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유명한 작가나 유명하지 않아도 시선이 따뜻한 작가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 기획을 선보인 계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의 기사를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기자가 되는 이유는 ‘뭔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사를 봐야 영향력이 생기고 힘이 생기는데, 장애 문제 등에 대한 기사는 보질 않더라. 혼자 떠드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힘든 주제가 있어 사각지대가 생기는 건데, 폭발력 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기자가 직접 체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저상 택배차만 들어올 수 있게 해 기사님들이 출입구부터 동까지 일일이 수레를 끌어야 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엔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어 직접 체험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희귀난치병인 ‘안면장애’를 앓는 김민혜씨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희귀난치병인 ‘안면장애’를 앓는 김민혜씨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체헐리즘’ 기사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지체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대해 수동휠체어를 타고 비장애인 기자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을 때 장애인이 겪을 법한 문제들이 좀 더 디테일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 많이 본 기사 1~2위에 올라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 밖 주제의 기사를 읽게 하는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쓰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기사에 비판적이거나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기사가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공급하는 기자가 있고, 기사를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 소통하는 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일일 간병인 체험 후 간병인이 얼마나 힘든지 간병인 입장에서 기사를 썼다. 하지만 해당 기사 밑에 간병비 부담과 서비스 등으로 힘들었다는 댓글들을 봤다. 그 댓글을 보고 (본편에 못 담은 내용을 전하는) ‘체헐리즘 뒷이야기’를 썼다. 잘못을 했을 땐 댓글란에 모습을 드러내 이야기하고 사과를 했을 때 저에 대한 신뢰를 더 해주시는 모습도 있었다. 독자들이 마음을 여는 것 같다. 건강하게 독자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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