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9일(미국 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에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해당 콘서트에 가는 100여명 기자들의 항공권과 숙소, 식사 비용 등을 지원하는 팸투어(FAM TOUR, 기업 등에서 홍보를 위해 미디어나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해 진행하는 여행)를 기획했다.  

2016년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 이후 이 같은 대형 팸투어는 이례적이다. 하이브 측은 이미 법적 자문을 마쳤으며 ‘일률적 취재 편의 제공’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7일 라스베가스로 출발해 12일 귀국, 항공권과 숙소, 식사 지원

하이브 측은 기자 100여명을 BTS 라스베이거스 공연에 초청하고 항공권 및 공연장 이동에 필요한 비용, 숙박, 식사, 현지 코로나 검사 비용 등을 제공한다.

지난 3월17일 빅히트뮤직(하이브)은 국내 매체에 소속된 문화, 가요(엔터테인먼트), 산업, 경제 담당 기자와 특파원 등에 메일을 보내 해당 콘서트 지원을 신청 받았다. 지면과 온라인 매체의 경우 기자 1인, 방송 매체의 경우 취재와 촬영, 오디오스태프 등 총 3인을 초청했다.

주요 취재 일정은 7일 한국 출발해 8일 ‘BTS PERMISSION TO DANCE THE CITY - LAS VEGAS’,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2회차 공연을 취재하고 프로젝트 관계자 간담회를 마지막 일정으로 12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이 기간 동안 숙박과 식사 모두 하이브 측에서 제공한다.

▲ ‘BTS PERMISSION TO DANCE THE CITY - LAS VEGAS’. 
▲ ‘BTS PERMISSION TO DANCE THE CITY - LAS VEGAS’. 

하이브 측은 “이번 라스베가스 공연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대형 콘서트뿐 아니라 하이브가 실험해 오고 있는 ‘콘서트와 도시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며 “그동안 코로나 방역 규정 등으로 적용이 어려웠으나, 관련 규정이 완화되고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폐지됨에 따라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자 여러분께 설명드릴 수 있게 됐다”고 기자들을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하이브 측 “법무팀 자문 마쳐, 김영란법 문제 없음 확인”

이렇게 큰 규모의 기자 ‘팸투어’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많이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하이브 측은 자체 법률 자문 등을 마친 후 이번 팸투어를 기획했다.

하이브 측은 8일 미디어오늘에 “법무팀 자문을 마친 사안으로 국민권익위 측에 문의를 했고 답변을 받은 상황”이라며 “공식적 행사에 통상적 범위 내에서 일률적 제공을 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자들을 선정해 팸투어를 한 것이 아니라 신청을 한 매체는 모두 지원을 한 상황이라 ‘일률적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것. 

국민권익위 측도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은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6호의 수수 금지 금품등의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국민권익위 홈페이지.
▲사진출처=국민권익위 홈페이지.

다만 이러한 기자 팸투어를 김영란법 ‘예외적 조항’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 법 위반은 아니지만 저널리즘 윤리 측면에서는 비판돼온 바 있다. 취재 편의를 제공할 때는 반드시 기대하는 대가가 있고, 어느정도 기자에게도 편익을 제공했기에 기자 역시 비판에 느슨해진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관련 기사: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① 호텔서 공짜 숙박과 코스 요리...여행기자 팸투어]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어느 법이든 예외 규정이 있다. 구체적인 행사 목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권익위가 하나하나 어떤 건 법위반이다, 아니다를 따질 수 없고 그것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일이다. 때문에 매뉴얼과 사례집을 통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형 팸투어, BTS 병역 특례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 위한 것?

일각에서는 이번 대형 기자 팸투어에 BTS 병역 특례 이슈를 의식한 하이브의 ‘친언론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BTS 병역 특례와 관련해 병역특례를 찬성 여론이 높다는 보도들이 연예전문매체뿐 아니라 일간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8일만 해도 동아일보 “BTS도 병역특례 받을까, 대중문화인 대체복무 검토”, 연합뉴스 “갤럽 ‘BTS 병역 특례, 찬성 59%”, 국민일보 “BTS 국민 10명 중 6명은 찬성” 등의 기사가 출고됐다. 기자들 대형 팸투어가 BTS의 병역 특례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는 지난 6일 여론조사전문회사 ‘엠브레인’에 의뢰해 병역특례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기여도가 클 경우 혜택을 부여하는데 동의한다는 응답자가 89%에 달했다.

▲디스패치의 6일 "'BTS, 국위선양 1위지만'…방탄소년단, 병역특례의 현실" 기사 가운데 캡처. 
▲디스패치의 6일 "'BTS, 국위선양 1위지만'…방탄소년단, 병역특례의 현실" 기사 가운데 캡처. 

디스패치 측은 이번 BTS 콘서트와 병역 특례 설문조사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BTS 콘서트와 병역특례 설문조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디스패치는 2017년부터 수년간 BTS 해외 시상식 및 콘서트를 자비(自費)로 현지 취재했으며, 이번 라스베가스 공연 역시 팸투어 역시 자체 현지 취재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단독] "BTS, 국위선양 1위지만"…방탄소년단, 병역특례의 현실]

디스패치 “팸투어 지원 안받아, 여론조사는 공감대 확인위해”

디스패치 관계자는 “본지의 경우 이미 3월 초에 발권을 마쳤다”면서 “매번 그랬듯이 자비로 항공과 숙박비를 결제했다. 해외 현지 취재의 경우 언제나 자체적으로 출장비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지난 6일 ‘병역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3월11일~3월15일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한 기획보도라고 설명했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엠브레인’과 설문조사 관련 첫 미팅을 가진 것은 2월 16일이다. 설문조사에 들어간 게 3월 11일이다. 팸투어 발표가 나기 한 달 전이기에 팸투어와 이러한 조사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디스패치 측은 “대중문화 종사자의 예술요원 편입 문제를 두고 국회 논의가 있었다”면서 “당시 국민 공감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더이상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TS - ‘Dynamite’ MV.
▲BTS - ‘Dynamite’ MV.

디스패치는 이어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지났다. K팝과 K콘텐츠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면서 “대중문화의 예술요원 편입에 대한 국민 인식 정도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병무청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병역특례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유네스코가 인정한 국제콩쿠르와 국내경연대회 42개 대회를 기준으로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 기여도를 측정한다.

디스패치는 “예술요원 편입 기준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지 궁금했다. 기준 문제, 개선 여부, 확장 가능성 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알고 싶었다”며 설문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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