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병역 문제는 한국에서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국민의 큰 사랑을 받던 연예인들이 병역 문제로 완전히 다른 여론을 직면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특히 ‘공정’이라는 화두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담론이 된 후 연예인 병역 문제는 ‘특혜’라는 단어와 같이 언급되며 더 예민한 주제가 됐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기준에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지만 대중 예술인의 병역 의무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BTS 소속사 하이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2020년부터 병역 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들의 계획을 잡는 부분도 어려우므로 개정안 처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하기도 했다. 

섣불리 다루기 어려운 병역 문제에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는 지난 2월부터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과 함께 예술 체육 요원에 관한 설문조사를 기획했다. 지난달 11일~15일 조사기간을 거친 뒤 지난 6일 “BTS, 국위선양 1위지만…방탄소년단, 병역특례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병역 특례에 대한 국민 인식을 살폈다. 디스패치가 처음 시도하는 설문조사이기도 했다. [링크]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조사에 응한 1000명 중 90% 이상이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 ‘중요하다’(매우 중요+중요한 편 응답)고 답했다. 또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기여자에 대한 혜택에도 89%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대중문화 종사자가 ‘예술 요원 제도’를 통해 대체복무를 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73%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사기관 : (주)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대상 : 만 14~59세 전국 일반국민 1000명, 조사기간: 2022년 3월 11일~3월 15일, 조사방법 : 온라인 설문조사, 신뢰수준 : 95% 오차범위 ± 3.1%)

즉,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대중문화 종사자에게 ‘예술 요원 제도’를 통해 대체 복무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기준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고 있으며 모호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11일 오전 이 같은 설문조사를 기획한 임근호 디스패치 편집국장을 만나 기획 의도를 물었다.

- BTS 병역 특례 문제가 뜨거운 시기 설문 조사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일까?

임근호 편집국장: “이 조사는 BTS 병역 특례가 옳은가, 그르냐를 물은 게 아니다. 30년째 시행 중인 예술 체육 요원에 대해, 대중문화 종사자의 예술 요원 편입 여부에 대한 문제를 묻는 조사다. BTS는 대중예술을 하는 가수이고 K팝을 대표하는 그룹인 만큼 이번 여론조사가 그들과 연결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보다 국회에서 2년째 표류 중인 예술 요원 확장 부분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 우선이었다.”

- 설문조사를 통해 디스패치가 알고 싶었던 것은?

“1973년 이 제도가 시행됐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논의의 시발점이었다. 강동석은 한국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콩쿠르(1971년)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동석은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10년째 해외를 떠돌았다. 그때 박정희 정부에서 한국 예술(문화) 자원을 지키자며 ‘예술 요원’을 신설해 대체 복무 기회를 제공하기로 병역법을 손봤다. 그 이후로도 병역법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한때는 한체대 졸업 성적 10% 안에 들어도 체육 요원으로 선발됐다. 이창호 바둑기사가 세계를 제패할 때는 프로 바둑 기사도 예술 요원에 편입됐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홍명보 선수가 김대중 대통령께 ‘태극전사 사기를 위해 병역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건의했고, 그렇게 됐다.

▲2002년 한국축구대표 주장인 홍명보 선수가 후배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을 당부하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그러겠다고 약속했다는 뉴스 보도 화면.  사진출처=MBC 홈페이지. 
▲2002년 한국축구대표 주장인 홍명보 선수가 후배 선수들의 병역문제 해결을 당부하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그러겠다고 약속했다는 뉴스 보도 화면.  사진출처=MBC 홈페이지. 

병역법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해갔고, 이제 K팝과 K콘텐츠 시대가 왔기 때문에 ‘대중문화 종사자들을 예술 요원으로 편입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의 중요도와 기여자에 대한 혜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술 체육 요원 선발 기준, 인지 여부, 확장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모두 물어보고 싶었다.”

- 갤럽도 BTS 병역 특례 설문조사를 했는데 찬성이 59%로 나왔다. 대중문화 예술 종사자에게 대체 복무 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찬성한 디스패치 조사(78%)보다 낮은 수치였다. 디스패치 조사와 갤럽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갤럽 설문조사는 무선 90%, 유선 10% 무작위 전화 걸기(RDD) 조사 방식으로 알고 있다. 디스패치는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40문항 이상을 세분화해 물었고 주관식 문항도 있었다. 제도 취지, 실시, 시행, 기준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설문 참여자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답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 디스패치 조사 가운데 가장 예상치 못했던 수치나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응답자의 91%가 ‘국위선양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95%가 ‘문화창달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1973년에도 2022년에도, 사람들은 이 가치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도가 높은 인물은 ‘주관식’으로 진행했는데 BTS가 압도적이었다. 58%가 빈칸에 BTS를 적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 기여도에 대한 혜택’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다. 전체의 89%가 ‘기여도에 따라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술 체육 요원 제도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도 86%로 높았다.

사족이지만 나는 프리미어리그(EPL) 광팬이다. 체육 요원 제도가 없었다면 현재 EPL 득점 랭킹 2위인 한국인 손흥민을 볼 수 있었을까. 병역특례 제도는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지만 그러한 사례를 제외하면, 근본적 취지에 대해 찬성한다.”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 BTS가 병역특례를 받는다면 그전이나 그 이후 스타들의 병역 문제가 혼란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다가 멈춘 이유다. 형평성 및 공감대, 그리고 기준. 당연한 지적이다. 디스패치 조사가 ‘문화 예술 종사자의 대체 복무 적용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범위’를 물었는데 ‘해외 권위 시상식’ 수상이 59%, ‘해외 인기 시상식’ 수상이 54%로 나왔다. ‘대중문화 예술상’(대통령 국무총리 표창)이 25%, ‘문화훈장’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며, 대안도 아닐 것이다. 그만큼 기준 마련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예술 요원 선발 기준은 어떤가. 병무청은 유네스코의 권위에 기대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국제 대회 37개, 국제 대회에 분야가 없는 국내 대회 5개 등 총 42개 대회 입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기준 역시 행정 편의적이지 않나.

예를 들어 피아노 전공자가 국제 콩쿠르에서 2위 하는 것과 전통악기 전공자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발레 전공자가 국제 콩쿠르에서 2위 하는 것과 전통무용 전공자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예술 장르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2018년 발표한 10년 치 통계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회 우승자(138명)가 전체 요원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클래식 전공자 입장에선 현행 기준이 엄격하다고 볼 것이다. 이렇듯 누구나 만족(공평)할 예술 요원 편입 기준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발췌. 예술체육요원 편입 인정대회로 병무청이 인정하는 국내 경연대회. 
▲디스패치의 병역 특례에 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사 가운데 발췌. 예술체육요원 편입 인정대회로 병무청이 인정하는 국내 경연대회. 

- 설문조사에 대한 피드백 중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나?

“‘아이돌은 돈을 벌기 위해 활동한다’는 댓글을 본 적 있다.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지 국가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 아닌데 왜 혜택을 주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예술 체육인 중 상업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박찬호도, 류현진도, 손흥민도, 조성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행위가 국익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를 따져야지, 그들이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임 국장이 생각하는 기준이 있나?

“내가 해당 조사에 참여했다면, 대중문화 예술상(대통령 표창)이나 문화훈장에 체크하겠다. 표창이나 훈장은 팬덤이 강하다고 주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가치를 면밀히 따져 선정할 거라 믿는다. 그 다음 기준을 꼽으라면, 그래미, 빌보드, AMAs 같은 3대 팝 시상식 주요 부문 수상을 고르겠다. 차트 성적이 아닌, 시상식 수상을 기준으로.”

- 조금 다른 질문이다. 이번 BTS 병역 특례 문제와 관련해, 하이브가 기획한 대형 팸투어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이미 디스패치 측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당 팸투어는 자비로 취재를 갔다고 밝혔다. 이번 팸투어에서 라스베이거스 공연 기사뿐 아니라 간담회를 통해 BTS의 병역 문제가 부담스럽다는, 하이브 측 주장을 담은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BTS의 병역 문제를 풀어나가는 하이브의 대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관련기사 링크]

“디스패치의 경우 2017년 5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시상식에 처음으로 초대 받았을 때부터 그해 11월 AMAs 시상식, 2018년 빌보드, 뉴욕 시티필드 콘서트, 2019년 빌보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행사 등 이 모든 취재를 회사 자비로 처리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역시 100% 회사 경비로 진행했다.

하이브 측은 라스베이거스 기자 간담회에서 병역특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팸투어 참여 매체가 편의를 받은 조건으로 하이브 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도, 아니 ‘줌’으로 기자회견을 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을 전하는 것도 기자의 일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병역 문제에 관한 질문을 했고, 하이브가 답한 것이다. 다만 아쉬움은 있다. 병역특례 문제는 국회가 논의 중인 사안이다. 회사가 공식적 자리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포스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포스터. 

-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난해 12월 BTS 취재 차 LA를 찾았을 때 내가 묵은 호텔에서 ‘아미밤’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이는 ‘BTS 티켓을 구했어? 넌 행운아야’라는 소리도 들었다. 현지 뉴스 채널에선 BTS 콘서트로 인한 교통 혼잡 정보까지 알려줬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의 기여도를 따질 때, 현재로서는 BTS의 공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발레리노, 그리고 가야금 명인, 판소리 명창의 시간도 중요하다. 동시에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영향력 역시 의미있고 가치있다. 예술요원제도의 기본 취지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라면, 대중문화 종사자의 편입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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