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가 주최하는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 수상자로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가 선정됐다. 지난 9월 말 디스패치 김지호·박혜진·정태윤 기자의 ‘강종현 빗썸…(가짜) 회장님의 실체 추적기’ 보도가 평가를 받은 것. 디스패치의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첫 수상작이기도 하다. 디스패치는 올해 기자협회에 가입했고 이달의 기자상도 처음 받게 됐다. 

기사는 배우 박민영이 베일에 싸인 신흥 부자 강종현과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강종현이라는 인물을 파헤쳤다. 강종현은 ‘빗썸’의 숨은 회장이라고도 불리는데 여러 회사의 회장 명함을 들고 다니지만 회사 관련 문건에 그의 이름은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디스패치는 그가 어떻게 큰 부를 축적했는지 2~3개월에 걸쳐 파악했다. 그가 연루된 사기 사건과 함께 매우 복잡하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 기사 내용이다.

[관련 기사: 디스패치 “‘그는 빗썸 회장으로 불린다’…박민영, 수상한 재력가와 비밀열애”]

▲2022년 제386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디스패치 기자들의 모습.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2022년 제386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디스패치 기자들의 모습.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기자협회 시상식에서 박혜진 기자는 “강종현 정체를 밝히기 위해 3개월 동안 수십 명의 취재원을 만났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며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숨은 세력의 실체를 세상 밖으로 알린 것에 의미를 둔다. 아직 많은 의혹이 남아 있다. 멈추지 않고 취재하겠다”고 밝혔다.

연이어 11월에 디스패치는 가수 이승기와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노예계약’ 문제를 터뜨렸다. 18년 동안 이승기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음원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디스패치 “[단독] ‘음원 정산, 0원 받았다’…이승기, 후크의 노예 18년”]

굵직한 기사들이 터지면서 디스패치의 ‘연예 탐사보도’에 독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임근호 디스패치 편집국장과 5일 전화와 서면 등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임근호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진 출처: 디스패치 홈페이지.
▲사진 출처: 디스패치 홈페이지.

-디스패치가 ‘강종현 빗썸 회장님의 실체 추적기’로 10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협회 기자상은 처음인데 내부 분위기는?

임근호 디스패치 편집국장: “알다시피 디스패치는 연예매체다. 사실 기자협회에 회원사로 가입된 연예 매체는 거의 없고, 그렇다 보니 기자상을 받은 경우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디스패치 입장에서 이번 수상 의미는 남달랐다. ‘우리가 진짜 받은건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3개월 이상 고생했고 그 결과물이 기자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한편으론 상의 무게감도 느낀다. 더 책임감을 갖고 취재하겠다.”

-‘빗썸 회장님’ 보도 후 변화한 것이 있다면? 취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강종현’이라는 이름을 처음 수면 위로 끌어냈다. 그 이름을 기사에 올리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철저히 숨긴 채 살았다. 차명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의 실체를 밝히기까지 수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해야 했다. 여담이지만 상장사 공시를 분석하고 강종현 문제로 연관된 증권사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아니, 디스패치가 왜 이걸?’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아무도 이해 못하는, 하지만 우린 꼭 하고 싶은 취재였다.”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빗썸 회장님’ 보도 후 바로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이승기 가스라이팅과 음원 정산 문제’ 보도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전 디스패치가 ‘열애설’ 사진 취재로 인정받았는데 최근에는 ‘연예계 사건 탐사보도’로 주목받고 있다. 디스패치 내 어떤 기조 변화가 있는 건가?

“알고 있다. 많은 분들이 ‘디패’하면 열애설을 먼저 떠올린다. 스타들의 연애가 그만큼 대중적 관심을 일으키는 사안이라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열애설은 1년에 1~2번 나온다. 364일은 연예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러다 심층 취재 아이템이 잡히면 탐사보도팀을 가동한다. 열애설 비중은 디스패치 뉴스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일례로 지난해 뉴스를 보면 디스패치는 ‘서예지 가스라이팅’, 김선호 폭로자 정체, 심석희 국대 갈등 전말 등을 보도했다. 그러나 대중은 1월1일 ‘현빈 손예진 열애설’을 더 강렬히 기억한다. 열애설은 우리 뉴스의 극히 일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그리고 현재는 이마저도 점차 줄이고 있다. 덧붙여, 뉴스부의 취재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2020년에도, 2021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심층보도와 탐사보도에 훨씬 집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좀더 밖으로 돌아다니며 발로 뛰려고 하고 있다.”

-이승기 관련 보도로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사과하고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보도와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향후 계획은?

“‘강종현’ 보도도 그렇고, 이승기 관련 보도도 그렇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종현 보도의 경우 박혜진 기자가 5일에도 제보자를 만나고 왔다. 계속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수집 중이다. 이승기와 관련한 취재의 경우에도 20년 전 ‘후크’에서 일했던 매니저와 연락이 닿았다. 계속 관련 기사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건은 사회연예부 내에서 팀을 나눠 진행했다. 강종현팀에 3명, 이승기 팀에 3명을 배치하다보니 데일리 뉴스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담당 기자들은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시사회 등 연예 일정을 돌면서 해당 취재를 이어갔다. 잠이 부족할 정도로 사명감 있게 취재했다. 그래서 특히 더 고생했고,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2020년 1월 디스패치가 보도한 “연예인 갤럭시폰 해킹 협박 사건의 전말” 보도 그래픽.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2020년 1월 디스패치가 보도한 “연예인 갤럭시폰 해킹 협박 사건의 전말” 보도 그래픽. 사진출처=디스패치 홈페이지. 

-이번 2건의 보도 외 알리고 싶은 디스패치 보도들은 무엇인가?

“2020년 1월1일 (대중이) 기대하는 열애설이 없었다. 대신 1월8일 ‘연예인 휴대폰 해킹 협박 사건’ 전말을 심층 보도했다. 이후로도 계속 기사를 업데이트했고 4월20일 ‘하정우와 해커의 대화’를 입수해 해커의 범행 수법 등을 제대로 밝힐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국정농단 등 국민 울분을 일으키는 현장에서도 연예매체 기자라고 손을 놓지 않았다. 세월호 현장인 진도에도 내려가고 샌안토니오도 찾아가 사건 이면을 알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탰다.”

-디스패치가 지향하는 ‘연예 보도’는 무엇일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함께 해달라.

“디스패치는 연예매체지만 특유의 ‘잉여력’을 활용해 사건 이면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물론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디스패치는 여전히 현장을 찾고 사람을 만날 계획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실수를 줄이면서 더 신중하고 성숙하게 보도하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